▲ 현재 훼미리마트에서 판매 중인 야채김밥과 삼각김밥. 기존에 있던 ‘1000냥 김밥’과 700원짜리 삼각김밥은 사라졌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편의점 때문에 본사 배만 불리고 가맹점주들은 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는 비판이 업계에 제기되자 보광훼미리마트가 앞장서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지난 2월 27일 훼미리마트는 “신규점 출점 기준을 마련해 기존 가맹점을 보호하고 가맹점과 본사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며 가맹점주의 상권보호를 최우선시 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훼미리마트는 신규점포 출점 시 기존 점포 동선거리 기준 50m 이내에 출점을 금하기로 했다. 또 100m 이내에 신규점포가 출점하면 인근점포 점주에게 운영 우선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업계와 가맹점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훼미리마트뿐 아니라 이미 대부분 편의점 업체가 50m 이상 거리를 두고 점포를 내고 있다. 어차피 편의점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권을 받기 위해선 규정에 따라 거리간격을 지켜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100m 이내 복수점 운영권 관련 사항은 다른 업체에서도 해오던 방침이다. 훼미리마트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들만 가맹점주를 위한다는 식으로 표현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보호를 받을’ 훼미리마트 점주들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시내에서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공식적인 발표가 나기 전부터 본사에서 비슷한 내용을 전달해와 알고는 있었다. 남들이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한숨 내쉬었다. 그는 “이미 편의점이 들어설 만한 곳은 다 들어섰다. 새로 생기는 점포들은 대부분 동네슈퍼가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경우일 텐데 이런 경우는 복수점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편의점을 몇 개씩 운영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몇 되지 않는다”고 보탰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훼미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 역시 “편의점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점주들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투자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편의점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경비일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완벽히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공식화하고 책임을 지겠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1위 기업이 나서면 다른 업체들도 가맹점주들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앞으로도 가맹점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훼미리마트가 최근 편의점의 인기상품인 삼각김밥과 줄김밥의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지난 1월 ‘1000냥 김밥’을 판매중단하고 대신 1200원짜리 ‘야채김밥’을 대체 제품으로 선보였다. 기존 김밥보다 야채 한두 가지가 추가됐지만 대부분의 재료가 중국산인 데다 소비자들도 “여전히 단무지 맛이 강할 뿐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이다. 삼각김밥도 마찬가지다. 과거 훼미리마트는 700원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삼각김밥을 판매했지만 지난 2월 말부터 700원짜리 삼각김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훼미리마트 측은 “편의점 김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개선하기 위해 내용물을 보강하고 많이 찾는 상품들을 배치한 것뿐”이라며 가격 인상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훼미리마트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백화점 지하 2층에 자리한 ‘후레쉬애비뉴’(Fresh Avenue)를 두고 변칙적 기업형슈퍼마켓(SSM) 시장 진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후레쉬애비뉴’는 297㎡ 규모에 신선과일과 야채, 축산 코너까지 구비돼 있어 슈퍼마켓형 편의점 형태를 가지고 있다.
회사명은 전혀 다르지만 ‘후레쉬애비뉴’에서 발행된 영수증에 ‘보광훼미리마트 후레쉬애비뉴마켓점’이라 표기돼 편의점 업계 1위인 훼미리마트가 SSM 시장까지 넘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 하지만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우리와 ‘후레쉬애비뉴’는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품본부 신선식품 MD(상품기획자)를 했던 분이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영수증 문제도 우리와 같은 업체에서 집기를 쓰다 보니 그쪽에서 혼선이 생겼던 것이다. 다른 회사라 말을 하지 않아 ‘후레쉬애비뉴’가 우리 사업체인 걸로 착각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항의를 해서 개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