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 후보의 ‘가계부’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연봉 3000만 원은 새누리당 예비후보 시절에 쓰인 돈에 불과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된 지금부터는 후원금을 이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 후원회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선거 유세에 돌입하면 이 돈으로 선거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종적으로 손 후보가 이번 총선에 사용할 돈은 자신의 연봉 3000만 원에 후원금을 합쳐 최소 1억 원 이상은 들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영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선거비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1억 원을 기본으로 각 지역마다 인구수와 읍·면·동 수를 감안해 산정된다. 이번 총선 최고 법정선거비용은 사천·남해·하동의 2억 4500만 원이다(이번 선거구 획정 때 합구되면서 유권자수가 전국 최대 18만여 명). 올해 지역별 선거비용제한액 평균액은 1억 8900여 만 원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지난 제18대 국회의원선거의 1억 7900여 만 원보다 5.4%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억’ 소리 나는 법정선거비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예비후보들의 한탄도 있다. 특히 공천이 과열되면서 일부 예비후보들은 법정선거비용 대부분을 탕진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예비후보 측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간 사무실 임대료, 사무장 급여, 자원봉사자 밥값, 각종 홍보물과 명함제작 등에 벌써 수천만 원의 돈이 들어갔다. 본 게임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다.
3월 22일 후보자등록과 동시에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들어가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가장 큰 비중은 광고·홍보에 들어가는 돈이 차지한다. 방송 광 고의 경우 후보마다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대세로 자리 잡은 인터넷 광고는 법정 한도 내에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한 예비후보의 회계책임자는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는 최소 1억~2억 원은 있어야 하는데 5분의 1 수준으로 맞춰야 해 전략 세우기에 고심 중이다”라고 밝혔다.
선거 유세차량과 유급 선거운동원 운영도 만만찮다. 현재 2주간 유세차량 을 운영하는 데 약 3000만 원, 유급 선거운동원들의 경우 일당 7만 원 수준(실제로는 5만 원 정도 더 얹어주는 게 관례라고 함)이지만 ‘꾼’들의 경우 웃돈을 얹어주고 모셔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동마다 설치하는 현수막과 벽보에도 수천만 원씩 들어간다. 무소속 후보의 한 사무장은 “정당에 소속된 기호 1, 2번 후보자들은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확률이 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군소정당 후보자나 무소속 의원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일부의원들은 정치인 펀드를 조성해 선거비용을 마련한다. 정치인 펀드란 후보자가 이자를 부담하고 원금은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 돌려주는 것으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처음 시작했다. 최근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 역시 펀드를 개설해 각각 1억 8411만 원과 2억여 원을 조성했다. 한 재선의원의 보좌관은 “청목회 사건 이후 소액 후원자가 줄면서 선거 치르기가 무서울 정도다. 후원금과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모인 금액만으로는 당선은커녕 출마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후보자들의 불평불만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국 관계자는 “법정선거비용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선거 비용을 증액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 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