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3사가 가격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매장의 ‘1+1 행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홈플러스는 내년 2월까지 400여 개 인기 생필품 가격을 연중 5~50% 인하하는 ‘사상 최대 물가 잡기’를 선언했다. 이마트 역시 우유 커피 밀가루 등 총 200억 원어치의 생필품 가격을 3개월에서 1년 동안 동결키로 했다. 불꽃 튀는 가격경쟁에 롯데마트도 뛰어들었다. 라면 고추장 치약 등 50개의 생필품값을 오는 6월까지 최대 50% 할인하기로 한 것. 이로써 대형마트 3사 모두 장기간 가격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소비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할인행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꼼꼼히 따져보면 원래 가격과 같거나 심지어 더 비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할인 명목으로 나온 묶음상품이 낱개제품 구매시보다 가격이 더 비싼 경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개 1000원짜리 참치 통조림이 3개로 묶여 3800원(낱개 구매시 3000원)으로 둔갑하고 1200원짜리 어묵 역시 3개 묶음을 3890~3980원(낱개 구매시 3800원)에 판 것. 각종 인터넷 카페에는 “대형마트에서 당연히 묶음상품이 더 쌀 줄 알고 집어왔는데 우연히 낱개제품 가격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교묘하게 용량을 줄이고도 가격을 대폭 할인한 것처럼 생색을 내기도 한다. 1+1행사로 가격을 낮춘 것처럼 보이지만 용량을 따져 계산해보면 평소와 같은 가격이거나 심지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단위가격은 표시돼 있지 않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에서 1+1행사상품으로 2.8ℓ 용량의 섬유유연제 2개(5.6ℓ)를 7180원에 판매했다. 바로 아래에는 용량이 조금 큰 3.5ℓ 제품이 진열돼 있었는데 가격은 4490원. 100㎖당 단위가격을 계산해 보면 1+1 제품과 3.5ℓ 제품 모두 128원으로 똑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명브랜드와 비교적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나란히 진열해 가격을 혼동하게 만드는 일은 이미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즐겨 사용하는 ‘꼼수’가 됐다. 대부분의 PB제품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상품명과 비슷하게 짓는다. 이후 가격표에는 중복되는 명칭만 돋보이게 표기해놓아 유명브랜드 제품이 싼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가격뿐 아니라 할인품목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극적인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할 뿐 막상 가보면 살 것이 없다는 것. 큰 폭으로 할인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PB상품이고 필수생활용품이라도 비인기 브랜드만 포함돼 있다.
충분한 물량을 준비하지 못해 ‘미끼상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물량이 빨리 빠져나가는 점포의 경우에는 오전시간에 모든 상품이 매진돼 빈손으로 돌아가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다. 대형마트 측은 “점포별로 준비되는 수량이 다르고 정확한 양을 예측할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지만 오픈 1시간 만에 물량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홈플러스의 ‘이상한 할인행사’는 더욱 질타를 받았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창립 13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떤 상품이 할인을 하는지, 물량은 얼마나 확보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할인행사 직전 일부 품목만 전단지에 공개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물건을 찾아 우왕좌왕했고 부족한 물량으로 헛걸음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소비자들을 더욱 뿔나게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홈플러스의 태도였다.
홈플러스 할인행사에 다녀왔다는 신 아무개 씨(여·32)는 “우유 1+1행사를 한다는 문자를 받고 홈플러스를 방문했다. 해당상품을 두 개 찾아 계산을 하려했더니 테이프로 묶어있지 않으면 할인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퇴근 후 장을 보러 온 직장인부터 중·일 관광객까지 뒤섞여 광고방송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복잡한 실내만큼이나 제품 진열대도 엉망이었다. 가격표는 있으나 제품이 없는 곳도 있었고 평소와는 다른 곳에 진열된 행사상품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광고와 다르게 왜 물건이 없느냐”는 고객의 항의에 롯데마트 직원은 “할인 폭이 크거나 인기 있는 제품을 사려면 일찍 와야 한다. 특히 과일, 생필품은 오전에 이미 물량이 다 나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루 판매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물건이 있어도 더 내놓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기간 행사를 진행하려면 준비기간도 몇 개월씩 걸린다. 물품 선정, 납품업체와의 협의와 물량 파악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며 “사실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막상 행사가 시작되면 곳곳에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