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음주에 사고 후 현장 벗어났다 돌아왔지만 경찰 ‘뺑소니’ 혐의 미적용 유가족 탄원서 제출 반발
경찰 조사에 따르면 B 씨는 사고를 내고 40m가량 더 운전해 자택 주차장으로 이동했고, C 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이후 현장으로 돌아온 B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강남경찰서는 12월 4일 B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B 씨에게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이른바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과 CCTV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가 사고 이후 5분이 지나서야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사고 직전 차량이 멈췄지만 B 씨가 40여 초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으며, 사고 신고를 시도하려는 듯한 모습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당시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인도 없고, 양방통행…“일방통행 요구 무산”
A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에 인도가 없고 길이 좁아 늘 위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C 군의 사망이 ‘예견된 사고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강 아무개 씨는 “아이가 혼자 등교하는데, 인도가 없어 늘 걱정된다”고 말했다. 2시에 하교하는 초등학교 3학년 손녀를 기다리고 있던 70대 남성 강 아무개 씨도 “손녀와 동급생이 사망해 안타깝다. 특히 후문 쪽이 양방통행로라 늘 불안했다”고 했다.
대로변부터 시작되는 A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은 인도 폭이 1m가 채 되지 않았다. 정문과 후문을 잇는 도로에는 인도가 없었다. 아이들의 방과 후 수업이 끝난 시각 통행 지도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보안관이 하고 있었다. 양방통행인 1차선 도로로 차들이 서로 빗겨 지나갔다. 후문에서 근무하던 보안관 60대 남성 홍 아무개 씨는 “학부모들이 오래전부터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경찰이 B 씨에게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 군의 어머니는 12월 6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경찰은 가해자의 뺑소니 혐의를 빼고 수사를 진행하려 한다”며 탄원서를 공개했다. 유족은 탄원서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를 의심한다며 가해 운전자를 엄벌해달라고 주장했다. C 군 어머니는 7일 SNS에서 5천 개가 넘는 탄원서를 모아 경찰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족의 입장대로 B 씨에게 뺑소니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면 형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처럼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때 ‘민식이법’이 정하는 법정 최저 형량은 징역 3년이지만, 뺑소니의 법정 최저 형량은 징역 5년이다. 특정범죄가중법상 제 5조 13항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조항(민식이법)에 따르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제 5조 3항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조항에 따르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의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법률사무소 유심의 장태화 변호사는 피의자 B 씨에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장태화 변호사는 “피의자가 현장으로 빠르게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 차량이 정지했다면 사고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세한 형량은 법정에서 다퉈봐야 알 수 있지만, B 씨에게 뺑소니 혐의까지 적용하면 형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7일 B 씨에게 뺑소니 혐의를 추가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021년 교통사고 스쿨존에서만 500여 건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501건 발생했고, 부상자는 518명, 사망자는 2명이었다. 2021년 사고 발생 건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464건)보다 약 8% 증가했다.
정부는 2022년 8월 12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2026년까지 ‘0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포함한 제1차 어린이 안전 종합계획(2022~2026)을 발표했다. 당시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어린이 등·하굣길 가운데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지정하고, 보행로 설치가 곤란한 장소는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담겼다. 그러나 여러 노력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해 발생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A 초등학교 후문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젤리, 파란색 봉제 인형 등도 함께 벽에 붙어 있었다. 추모 공간 한쪽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어른들도 반성하고 더 노력할게”라고 쓰인 쪽지도 눈에 띄었다.
이현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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