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신호 분석, 챗봇 상담치료 등 공개…인공지능 치매 예측 모델도 큰 화제
이런 화두를 놓고 열린 중국의 한 포럼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동시접속자 34만 명이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했고 인터넷과 SNS 등에선 관련 영상들이 공유됐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인공지능이 우울증, 치매 등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가정신질환의학센터 뇌건강연구원은 12월 7일 톈차오 뇌과학연구원 인공지능, 정신건강 프론티어랩과 함께 ‘인공지능과 정신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의 저명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중국의 많은 시청자도 생중계에 관심을 보였다.
포럼 참석자들은 ‘인공지능이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촉진한다’는 기조 아래 각자 준비한 내용의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비록 온라인상 포럼이었지만 다른 참석자들과 시청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등 열기는 뜨거웠다.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한다는 한 학생은 “평소 책으로만 접했던 유명 학자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공부에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포럼 첫 발표자로 나선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린 윌리엄스 교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통해 우울증 환자들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개별 환자를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발표했다. 윌리엄스 교수의 인공지능 기술은 우울증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심신 훈련을 제공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전두엽 연결 강화 및 인지기능 개선 등 뇌 상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위안탕 교수는 “(인공지능의) 심신 훈련은 중추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최적화해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했다”면서 “젊은 사람이나 노인을 막론하고 이런 심신 훈련은 뇌의 회복 능력을 도울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뇌와 심신의 동적 상호작용이 전체 건강을 지탱하는 열쇠임을 확인시켜준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윌리엄스 교수의 인공지능이 우울증과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할 때 일부 증상을 단독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종합적인 개념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부분에 주목했다. 단순히 뇌를 위한 처방을 하는 게 아닌, 신체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개인 특성에 맞춰 전반적인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 주팅샤오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심리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인공지능 장비를 고안해 소개했다. 이 장비는 환자들의 보행, 표정, 음성 등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이 데이터는 환자의 심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우울증 지수를 체크하는 데 사용된다. 영상을 본 한 의사는 “이 장비는 우울증 치료뿐 아니라 진단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남대 샹야병원의 왕샹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를 발표했다. 왕 교수는 우선 우울증 자살 예측 모델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심리적 고통을 도피하려는 심리가 자살의 강력한 동기임을 발견했다. 왕 교수가 연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를 제공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발현하는 심리적 증상들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상하이교통대학 뤼바오량 교수는 뇌가 아닌 안구 운동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을 발표했다. 뇌전신호에 비해 안구운동신호는 처리가 비교적 용이하며 임상지표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게 뤼바오량 교수 설명이었다. 뤼바오량 교수는 “안구운동신호를 통한 뇌 분석은 정신질환의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뤼바오량 교수 연구팀은 일반인들이 다양한 사물을 볼 때마다 달라지는 안구 신호를 광범위하게 모았다. 안구신호가 미세하게 달라질 때마다 감정을 인식하는 뇌도 움직였다. 연구팀의 인공지능 기술은 이런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것이다. 뤼바오량 교수는 “우울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진단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칭화대 황민열 교수는 우울증 환자 심리 상담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황 교수는 공감 챗봇(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대화를 하며 해답을 주는 대화형 메신저) ‘이모하’를 개발했다. 이모하는 우울증 환자들과 수시로 질의응답을 진행해 고품질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챗봇과 대화를 나눈 우울증 환자들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큰 안정세를 보였다.
상하이 정신보건센터에서도 여러 교수들이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펑다이후이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음성, 영상, 뇌파, 안구운동, 생리학적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처방한다”고 밝혔다. 펑다이후 교수의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 일부 병원의 우울증 진단에 도입된 상태다.
왕지쥔 교수는 뇌전신호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위험경보 모델을 공개했다. 왕지쥔 교수에 따르면 이 모델의 우울증 진단 예측 정확도는 90%에 달한다. 왕지쥔 교수는 이 모델을 휴대용 뇌전계측 장비에 장착한다는 구상이다. 의사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손쉽게 자신의 우울증 지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포럼에선 우울증이 아닌 치매와 관련된 연구 결과도 나와 많은 이목을 끌었다. 초고령화 사회인 중국에서 치매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고 사회적 비용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치매 연구는 아직 기초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당국은 치매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포럼에 참석한 푸단대학교 뇌지능과학기술연구원의 펑젠펑 원장은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치매 위험 예측 모델을 발표했다. 이 인공지능 모델은 10년 후 치매에 발병할 확률을 계산한다. 오랜 실험 결과 정확도는 85%였다. 펑젠펑 원장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치매 발생 이론을 연구했다. 이를 치매 치료 방법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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