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시 LS타워 앞에서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원들이 LS그룹의 자전거 사업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
지난 14일 오전 11시 경기 안양시 LS타워 앞.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자전거협동조합·이사장 인보식)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회원 100여 명이 LS의 자전거소매업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LS자전거사업규탄대회’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LS가 자전거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LS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LS그룹은 현재 LS네트웍스가 스포츠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일본 아웃도어제품 ‘몽벨’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인보식 이사장은 “우리 중소상인들은 대기업의 자전거 생산이 아니라 유통과 판매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유통과 판매까지 장악한다면 자전거 중소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전기자전거를 대기업이 직접 유통·판매하는 것은 전국 2500여 자전거 점포를 고사시키는 일이라는 얘기다.
LS네트웍스는 지난 2010년 4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대한민국 대표 자전거 전문유통점’이라는 이름으로 ‘바이클로’ 매장을 연 이후 지금까지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자사 보유 바이클로 매장을 확대할 생각이 없지만 그렇다고 축소할 생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생산과 도매업에 주력할 것이며 소매업은 차차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14개 매장에서 더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럼에도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LS가 바이클로 매장을 확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매업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확실히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LS네트웍스도 “독점적 우위를 활용해 소매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국 14개 직영점은 자전거를 전시·판매하는 쇼룸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14개 매장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 구자열 LS전선 회장. |
규탄대회를 함께했던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역시 같은 증언을 했다. 최 사무총장은 “소상공인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그런 사람이 나와서 큰소리를 치겠느냐”며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LS 관계자는 “그 사람이 정말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장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 이사장은 “구자열 회장은 16년간 나의 단골고객이었다”며 “그렇다면 구 회장이 16
년간 내게 바가지를 써왔다는 얘기냐”며 억울해했다.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진 구자열 LS전선 회장과 인보식 이사장은 지난 16년 동안 단골고객과 업주의 관계였다.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하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품질 좋은 자전거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는 적극 찬성한다. 최 사무총장은 “대기업이라면 자전거 수입·유통보다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영 매장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LS네트웍스도 할 말은 있다. 생산을 한다면 신제품을 전시할 수 있고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기 용이한 매장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런 점들을 위해 최소한의 매장은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 이사장은 “유통과 소매는 소상공인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라며 “매장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것은 생산하려는 자의 욕심이며 ‘최소한’이라는 약속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인 이사장은 또 “삼천리자전거는 지금까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 논현동 본사 사옥에 전시장만 있을 뿐 유통과 판매를 소상공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하물며 대기업이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삼천리자전거는 1944년 창업해 지금까지 자전거 사업에 전념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전거 생산업체. 그러나 <일요신문> 확인 결과 삼천리자전거도 직영매장 운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시점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현재 직영매장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전시장 개념을 섞어 소규모로 운영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소상공인들과 LS, 양쪽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중소상인 측은 “LS 측이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LS 측은 “우리 의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되받아친다.
자전거협동조합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조만간 대대적인 규모로 LS네트웍스의 자전거 소매사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다시 열 계획을 갖고 있다. 규탄대회에 힘을 싣기 위해 국민적 서명운동을 병행하고 대회 주도도 소상공인연합회가 할 예정이다. 인 이사장은 “LS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며 “LS가 자전거 소매사업에서 철수할 때까지 규탄대회는 물론 LS네트웍스가 유통하는 제품의 불매운동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S네트웍스 측은 “우리가 약속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맞섰다.
또 하나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LS의 자전거 소매사업을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삼천리까지 매장을 검토하고 있어 당분간 ‘자전거 소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