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 이후 대한민국에 암호화폐, 가상자산이 등장했다. 특히 2030 세대가 투자를 주도하면서 우리 사회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으로 뜨거웠다. 그런데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관련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피해 신고액은 3조 원을 넘어섰다. 수사 기관에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노년층의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고수익을 앞세우며 다단계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신종 다단계. 노후 자금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년층의 가상자산 투자 실태를 알아본다.
74세 최현영 씨(가명)는 지인을 통해 'P코인' 투자 정보를 접했다. 당시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였던 최 씨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평생 먹고살 걱정 없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투자를 결심했다. 그리고 집을 판 1억여 원의 돈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한때 투자한 P코인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하루에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최 씨. 그런데 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 결국 최 씨는 살던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60세 김동민 씨(가명)는 지인을 통해 'P코인'을 추천받았다. 'P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한 돈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한 그는 평생 모은 돈과 대출금을 합쳐 총 4억 5000여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상장된 코인이 한순간에 급락하자 김동민 씨는 매달 1000여만 원에 이르는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김 씨는 가족과 함께 모텔 생활을 전전해야만 했다.
'시사직격'에 가상자산 피해를 호소하는 노년층의 제보가 전국에서 접수되고 있었다. 주식도 가상자산도 잘 몰랐던 그들은 어쩌다 코인 투자를 하게 된 것일까.
67세 황은정 씨(가명)는 지인의 소개로 가상자산 투자 설명회에 가게 됐다. 설명회에서 자신을 약사라고 소개한 사람이 'P코인'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며 투자를 권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십 명에게 식사까지 대접하며 가상자산 투자로 든든한 노후를 설계했다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약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은 황 씨는 퇴직금 1000만 원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그리고 황 씨는 가족 등 지인에게도 P코인을 소개했다. 그런데 코인 가격 급락 후 지인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황 씨는 지인들과 함께 법원에 'P코인'을 발행한 해당 회사를 고소했다. 그리고 살던 집을 판 1억여 원의 돈으로 지인들의 피해액을 갚아줬다고 한다.
그런데도 각종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황 씨. 자신의 인생 자체가 거짓말이 돼 버렸다며 힘든 고충을 털어놨다.
대장암 진단 후 요양병원을 전전하던 59세 임석현 씨(가명)는 간호사를 통해 'P코인'으로 면역항암제라는 NK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임 씨는 암 진단금으로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자를 소개하면 후원수당까지 받을 수 있어 지인들에게 'P코인'을 알렸다고 한다.
이렇게 'P코인'사는 투자자가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할 때마다 수당을 지급하며 다단계 마케팅을 한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다단계 마케팅의 함정과 'P코인'사의 중간 역할을 했던 센터장을 통해 실체를 파악했다.
대한민국 가상자산 투자자는 6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1억 이상 투자하는 연령대는 40~60대로 투자금액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제작진이 만난 'P코인' 업체 센터장은 법적 제재가 없는 가상자산을 이용해 다단계식으로 노년층을 모집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측은 현재까지 확인된 'P코인' 투자자는 225명, 투자금액은 13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단계 특성상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 등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년층을 유혹하는 실체를 추적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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