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수사에도 영향 미칠지 주목…소환 불응 이 대표 여론전 부담 ‘시간은 검찰편’
검찰은 어느 정도 부결을 예상하고 있었다.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27일에도 노 의원 혐의와 관련해 국회 소통관 디지털정책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해 의안정보시스템 내 자료를 확보하는 등 기소를 위한 범죄 증거 확보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방탄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같은 날인 28일,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일정’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소환 불응은 여론전에서 불리하다. 법조계에서는 ‘시간은 검찰 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동훈 "현장 녹음 파일이 있다"
검찰은 노웅래 의원이 2020년 사업가 박 아무개 씨로부터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 및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 등 각종 청탁 명목으로 약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27일에도, 노 의원 혐의와 관련해 국회 소통관 디지털정책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며 의안정보시스템 내 자료를 확보했다. 박 씨 측의 청탁을 받은 뒤 대가성 편의 제공 목적으로 관련 자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8일 국회에 나와 검찰의 수사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노웅래 의원의 구속영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며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폭로했다. 또, 문자와 자필 메모, 보좌진 업무 수첩 등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더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노웅래 의원은 이에 맞서 “한 장관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느냐”며 “갑자기 ‘녹취가 있다, 뭐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방어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재명까지 고려해 나온 한동훈 발언?
민주당은 당론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당내 여론은 이미 부결로 방향이 잡혀져 있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노 의원이 개인적으로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부결을 간곡하게 요청했다더라”고 털어놨다. 민주당 내에서는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검찰의 야당 탄압에 동력을 얻어 더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감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후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책임을 가지고 범죄의 경중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증거들을 나열한 것도 “체포동의안에 이미 다 담겨 있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메인인 이재명 대표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보다, 이번 국회 발언 등을 통해 국회의원의 범죄증거를 공개하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 더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체포동의안을 설명할 때에는 혐의에 대해 얘기를 하며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내용까지 얘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향후 민주당이 펼칠 ‘방탄국회’를 고려해 미리 검찰의 구체적인 수사 입증 능력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증거를 확보했다면 구속 여부는 사실 상징적인 성과에 그친다”며 “이번 국회 대응 전략을 통해 ‘공개발언으로 어떻게 국회의원들의 범죄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소환 불응한 이재명에 미칠 영향
같은 날, 첫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줄줄이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마냥 ‘방탄국회’를 유지하기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앞서 이재명 대표에게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12월 28일 조사에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불응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 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방문, 광주 현장최고위원 회의 참석 등 ‘경청 투어’를 예정대로 소화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한 만큼, 새롭게 일정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1월에도 ‘일정이 많아 검찰 소환에 응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끝내 이 대표가 불응한다면 9월 8일 이 대표의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위반 사건을 소환조사 없이 기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수사로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만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100억 원대 뇌물 사건인 만큼 서면조사만으로 갈음하기에는 사안이 중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뇌물의 규모가 작지 않아 소환 없이 서면만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되레 봐주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계속 소환에 불응하는 것이 향후 본류 수사로 분류되는 대장동 특혜 의혹 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보다 사안이 가벼운 것으로 분류된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 대선 선거자금 및 특혜에 대한 대가성 뇌물 사건인 탓에 범죄가 중하다는 판단이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부터 소환에 불응하는 것이 향후 이재명 대표가 여론전을 펼치더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한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마도 전혀 다른 국면이 민주당 내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당내 탈당 요구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물론 임시 국회를 열어 방탄국회를 할 경우 영장 실질심사도 이뤄지지 않겠지만, 실질심사가 열렸다는 전제 하에는 ‘소환 불응’은 영장 발부의 주된 사유 중 하나”라며 “검찰이 국회 발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이 대표의 구체적인 혐의를 공개하는 한편, 그 즈음 진행되고 있을 재판에서 이 대표의 범죄 증거를 공개하면 이 대표가 계속 국회 안에서만 보호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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