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정책 포기 이후 주요 도시 사망자 급증 소식…새 변이 나오면 국경 개방 따라 한국 확산 가능성
이제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풍토병화)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전 세계가 또 하나의 위기에 봉착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가던 중국이 최근 위드 코로나로 정책 변화를 선언한 것. 이 과정에서 중국 대륙의 코로나19 대유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도 중국만의 위기가 아닌 글로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시름했지만 오히려 중국은 비교적 괜찮아 보였다. 물론 신규 환자 수와 중환자 수, 사망자 수 등 중국이 공식 발표하는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관리가 되는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도시는 출입 자체를 막는 ‘전면 봉쇄 조치’가 발동됐고, 일부 도시는 항공편과 기차 운행 제한, 주거 봉쇄, 사무 빌딩 폐쇄, 재택근무, 이동제한 등의 ‘준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사실상 중국 대륙이 통째로 봉쇄된 상황이 반복됐다. 봉쇄가 풀릴지라도 일상생활과 지역 간 이동을 위해 반드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을 해야 하는 등 중국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가량 이어왔다.
2022년 11월 말부터 중국 전역 17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대가 백지를 손에 들고 광장에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백지 시위’에 강경 대응을 이어가던 중국 당국은 결국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을 선언했다. 각종 봉쇄 조치가 풀리고 PCR 검사 음성 증명 요구도 폐지되는 등 봉쇄 정책이 대거 해제됐다. 이렇게 중국도 제로 코로나를 버리고 위드 코로나로 급격히 변화했다.
그렇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갑자기 중단한 대가는 혹독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할 경우 사용하던 전용 화장장에 시신이 몰려 24시간 완전 가동해도 처리가 힘들 정도다. 이미 시신 안치실 냉장고가 가득 차 냉장 컨테이너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는데 얼마 뒤에는 아예 안치실 바닥에 시신을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지역마다 배치됐던 ‘PCR 검사소’가 ‘발열 문진소’로 전환됐고 온라인 진료와 약 처방도 늘었지만 현재의 대유행 상황을 중국의 의료 인프라가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의료 인프라가 가장 많이 집중된 베이징에서도 병원이 만실이고 해열제가 떨어진 상황이고 타지역들은 공황상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만 보면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는 일일 감염자 관련 통계에 따르면 12월 18일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2명이다. 그나마 12월 3일 2명 사망 이후 보름여 만에 발생한 사망자다. 하루 뒤인 19일에도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매일 40명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치다. 해외는 물론이고 중국 네티즌들도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 수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다.
베이징대 제1병원 감염병과 왕구이창 주임은 12월 20일 열린 국무원 연합방역기구 주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호흡 부전이 유발한 사망은 ‘코로나19 감염이 야기한 사망’으로 분류하지만 다른 질환이나 기저질환, 일례로 심·뇌혈관질환, 심경색 등 질환이 유발한 사망은 ‘코로나19 감염이 야기한 사망’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코로나 감염에 따른 호흡 부전이 직접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의 코로나19 사망자 집계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는 전혀 다르다. 사망자 수가 매우 적게 기록되고 있다. 매우 적은 사망자 수 등의 통계로 중국인들의 불안감을 덜어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오히려 당국의 통계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중국인들의 심리는 사재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복숭아(황도) 통조림과 레몬을 사려는 중국인들이 몰려 각종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들 제품이 대부분 품절됐다.
최근 중국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넘어가기 위해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국 역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통해 확진자 수를 적절히 통제해왔지만 결국은 2022년 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을 거친 뒤 비로소 엔데믹을 향한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백신을 통한 면역력에 감염을 통한 면역력이 더해져 사회 전반의 면역력이 확보돼야 팬데믹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유럽 등은 2020년부터 상당한 대유행을 거치며 감염에 의한 면역력을 확보한 뒤 2021년 하반기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그 덕분에 한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낮은 유행 규모로 오미크론 대유행을 이겨냈고 이후 완연히 엔데믹에 돌입했다. 물론 중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엄청난 대유행을 겪을지라도 잘 극복해 낸다면 비로소 전세계가 엔데믹에 돌입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길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중국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인구가 무려 14억 명이 넘는 국가인 데다 대도시와 달리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 등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이다. 중국산 백신을 고집한 정책으로 인해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게다가 노령층 등 고위험군의 접종률도 낮은 상황이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중국 역시 대유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느냐다. 12월 6일 칭화대학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중국 질병 예방·통제센터 전 부주임 펑즈젠은 수학적 모델 분석 결과 “중국 전체 인구의 60%가량이 감염돼야 어느 정도 평온을 찾을 수 있는데 결국 80~90%가 1차 감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인구가 약 14억 명임을 감안하면 10억 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중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우쭌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전문가는 1월 춘제(중국의 설, 춘절) 연휴를 최대 고비라고 분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은 춘제 때마다 지역 간 이동 자제령을 내렸지만 이제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2023년 춘제에는 이동 자제 권고가 없을 전망이다. 벌써 춘제 기간 교통편 예매율이 급증하고 있다. 3~4년 만에 고향을 찾는 이들로 인해 인구 대이동이 이뤄지며 유행이 엄청나게 확산될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의 위기가 단순히 한 국가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대유행으로 감염자가 폭증할 경우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대규모 감염은 바이러스가 변이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중국에서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 종식에는 실패했지만 위드 코로나로 일상을 회복해가는 전세계가 중국 대유행으로 등장한 새로운 변이로 인해 다시 팬데믹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너무 규모가 큰 대유행을 통해 ‘전염력은 강해지지만 위중증률은 떨어지는’ 지금까지의 변이 흐름과 달리 ‘전염력과 위중증률이 모두 강해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 인접국이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 한국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집단유행이 시작된 바 있다.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막혀있던 중국 국경이 전면 개방될 예정이라 양국을 오가는 발길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유행이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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