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했나?” 시선도…“일반주주에 투자 배경 설명해야”
사조오양의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소액주주 측이 내세운 감사위원이 선임된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결집시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앉혔다. 사조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조짐은 2021년 사조산업에서 감지됐다. 사조산업의 소액주주연대는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됐다며 대주주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조산업의 소유로 볼 수 있는 토지를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시가총액이 1900억 원(주장 당시)에 불과하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자산이 저평가된 이유로 오너 일가의 변칙적 상속을 꼽았다. 주가 상승을 억눌러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에서 그의 아들 주지홍 부회장으로 지분을 넘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간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주주명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소액주주연대가 2021년 5월 법원에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소액주주연대 손을 들어주면서 소액주주연대의 행동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가 내세운 감사위원을 선임하려고 했지만 표 대결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듬해 사조오양에서 사조오양 소액주주 측이 내세운 감사위원이 선출되면서 이변이 일어났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 이들 상장사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 오너 일가 측이 보유한 각 상장 계열사 지분(지난 9월 기준)을 보면 사조산업 59.13%, 사조오양 62.48%, 사조씨푸드 62.16%, 사조대림 49.25%, 사조동아원 52.06% 등으로 집계된다.
다만 3%룰에 따라 소액주주가 내세운 감사위원이 대주주를 위한 경영 행보를 견제할 수 있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사조오양에서 소액주주 측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3%룰 적용을 받는 오너 일가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사조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자 사조그룹은 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결집력을 강화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조그룹 상장사는 사조산업,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사조대림, 사조동아원, 5개 회사가 있다. 이 가운데 사조동아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사는 2021년 이후 상장 계열사의 자금이 출자돼 1%포인트 이상 지분율을 높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조산업 지분은 사조오양이 2020년 12월 말 기준 한 주도 없었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3%까지 늘렸다. 같은 기간 사조오양 지분은 사조산업(79.5%)과 사조씨푸드(20%)가 99% 지분을 가지고 있는 캐슬렉스서울이 0%에서 1.95%로 늘렸다. 사조대림 지분은 사조동아원이 2.96%에서 7.86%까지 끌어올렸다. 사조씨푸드 지분은 사조오양이 0%에서 4%까지 확대했다.
공교롭게도 앞서 지분을 투자한 4개 회사 지분율은 모두 3% 미만이었다. 3%가 넘는 지분을 오너 일가 입김이 작용하는 계열사가 매입을 한 것이기에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볼 수 있다. 3%룰 적용으로 3%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사라지지만 오너 일가의 반대편에 선 소액주주에게 해당 지분이 넘어가는 것보다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상장 계열사가 다른 상장 계열사에 대한 출자금을 늘리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오너 일가가 소액주주와 경영 방향을 두고 날을 세운 바 있어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고조된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사조그룹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갈등이 종종 불거지는 등 지배구조가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룹 내 상장 계열사가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주가가 저평가돼서 매입했다는 것은 주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회사 측에서 명쾌한 이유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그룹 계열사의 한 투자자는 “사조그룹 상장 계열사가 다른 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는 배임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지분을 출자한 회사가 저평가 시기라 지분 출자를 결정하면 이를 법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조그룹의 행보는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가 나온 9월 말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조대림은 지난 11월 사조오양 주식을 3800주 매입했다. 사조산업은 지난 10월 4일부터 12월 29일까지 사조씨푸드 주식 16만 4472주를 매입했다.
사조그룹의 승계 작업은 주지홍 부회장 중심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사조그룹의 승계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사조시스템즈와 핵심계열사 사조산업의 지배력을 봐야 한다. 사조시스템즈의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주지홍 부회장(39.7%)이다. 그의 아버지 주진우 회장 지분은 17.9%다.
사조산업의 지난 9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사조시스템즈(30.55%)다. 주지홍 부회장은 사조산업 지분 6.8%를 가지고 있다. 주지홍 부회장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지분을 보유한 캐슬렉스제주는 사조산업 지분 0.15%를 가지고 있다. 또 사조랜더텍도 사조산업 지분 3.01% 가지고 있다. 사조랜더텍은 주지홍 부회장의 100% 개인회사다.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조시스템즈, 캐슬렉스제주, 사조랜더텍과 주지홍 부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사조산업 지분율은 40%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지홍 부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사조랜더텍이 사조그룹 주요 상장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사조랜더텍이 지분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된 사조그룹 상장 계열사는 사조산업을 포함해 사조대림(0.01%), 사조씨푸드(0.86%), 3개 사다. 사조랜더텍은 부채를 끌어다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대략 111억 원 수준이다. 부채총액은 64억 원, 자본총액은 46억 원 수준으로 부채총액이 자본총액을 크게 상회한다.
'일요신문i'는 취재 내용과 관련 사조그룹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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