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활용에 허 찔려…사조그룹까지 지배구조 개선 압박 수위 높아질 전망
3월 24일 사조그룹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조그룹의 상장 계열사 사조산업과 사조오양은 주총 전 전운이 감돌았다. 이들 계열사의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지난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바를 대부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사조오양의 소액주주들이 내세운 감사위원이 새로 선임된 것이다. 해당 감사위원은 회사가 지배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을 위한 경영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조오양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결집시킨 것은 차파트너스였다. 차파트너스는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렸다. 해당 안건은 현금배당 상향과 정관변경안, 감사위원 선임안, 자기주식 매입, 자발적 상장폐지, 5개다. 이 중 유일하게 통과된 안건은 감사위원 선임안이었다.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주주가치 보호와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감사위원 선임도 일종의 ‘파란’으로 해석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대주주 측 인사가 아닌 소액주주 인사로 감사위원이 채워지면 그 자체로 견제 효과가 있다”며 “이 경우 대주주 입맛에 맞게 회사를 경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조오양의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어떻게 관철시켰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조오양은 지배주주의 우호지분이 많다. 사조그룹의 사조대림이 사조오양 지분 60.53%를 가지고 있다. 이외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은 60.94%다. 과반을 가지고 있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공고하다. 하지만 감사위원 선임에는 ‘3%룰’이 적용된다. 3%룰은 상법상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사조오양의 경우 사조대림이 가지고 있는 지분 60.53% 가운데 3%포인트만 사용할 수 있다. 이외 특수관계자 지분 0.41%를 의결권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에 따라 나머지 40% 가까운 지분은 표대결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소액주주들은 차파트너스 쪽에 힘을 실었다. 표 대결 결과를 보면 차파트너스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12.7%의 지분을 모았다. 사조오양은 6.1%로 이에 절반도 못 미쳤다.
이번 표 대결에서는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사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사조산업에서도 지난해 9월 사조오양과 비슷한 양상으로 표 대결이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소액주주 측에서는 지배주주 일가를 위한 경영을 문제 삼으면서, 주진우 대표이사(회장) 해임, 기존 사외이사 감사위원 3인 해임, 소액주주연대 추천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내놨다.
결과는 사조산업 지배주주의 승리였다.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초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56.17%였던 점이 작용했다.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눈길이 모아졌지만 해당 안건도 부결됐다. 당시 지배주주 측은 3%룰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배주주 일가가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우호 지분 가운데 의결권이 사라지는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면서 의결권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지분을 매입하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사조오양의 경우는 달랐다. 사조오양 주주명부가 지난해 12월 확정됐기 때문에 그 이후 사조오양 지배주주가 3%룰 등으로 의결권이 사라지는 지분에 대해서 의결권을 살릴 방법이 원천적으로 막혔다. 이전까지 주주행동에 대한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사조오양 측도 따로 대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 결과적으로 허를 찔린 모양새가 됐다. 이후 차파트너스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었다.
지난해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통해 어렵게 입수했던 주주명부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확보했던 것도 소액주주 의결권을 집결시킨 배경으로 작용했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해 (표 대결 당시) 소액주주가 요구한 주주명부를 사조산업이 주지 않았지만 소송을 통해 획득한 전례가 있었다”며 “(이런 효과로) 사조오양 입장에서 어차피 줘야 할 명부라 쉽게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향후 사조오양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이전보다 강하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파트너스 측은 이번에 선임된 감사위원과 관련해 △과거 사조오양의 부정 확인 △미래 주주가치 훼손 방지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과거 사조오양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찾는 것은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만약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와 훼손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조오양의 변화로 사조그룹까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사조그룹은 사조산업,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사조대림, 5개 상장사가 있다. 이 가운데 사조씨푸드의 지분은 지배주주가 59.54%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조산업(지분율 56.29%)이 가지고 있어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에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사조동아원 지분는 지배주주가 52.19%를 확보했지만 사조대림과 사조씨푸드가 각각 26.73%, 25.33%로 대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어 사용할 수 있는 의결권이 6%에 불과하다.
송종국 대표는 “(경영진이) 지배주주를 위해 3%룰을 피하려고 지분 쪼개기를 하는 것은 배임의 여지가 있으며 또 의결권을 살리기 위해 지분 등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등 백기사를 세우는 방법도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사조오양의 변화로 사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조그룹 측은 “사조오양 측이 소액주주가 주주명부를 요청했을 때 거절했다면 주주제안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만큼 회사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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