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까지 그리며 지목한 곳엔 ‘개흙’만…인근 주민들 “거긴 가기도 힘들어”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1월 3일 이기영은 “경찰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처음 진술했던 장소로부터 약 2km 떨어진 교각 근처에 시신을 묻었다고 번복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다시 새로운 장소에서 탐지견과 굴삭기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탐지견들도 특별한 반응 안보여
1월 4일 오전 10시경 경찰은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한 지점으로 굴삭기를 투입하기 전에 먼저 탐지견으로 수색했다. 약 1시간가량 탐지했으나 탐지견들은 특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부패 시간이 오래됐기에 냄새가 많이 옅어졌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땅이 얼어있어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에 탐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인근에 CC(폐쇄회로)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경찰 측은 영상 확인을 시도했지만 이미 저장 기간이 지나 삭제된 상태였다. 현재로서는 시신이 나올 때까지 계속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릉천변에는 가로등이 없어 일몰 이후에도 수색 작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3일에는 오후 6시, 4일에는 오후 5시 30분 즈음에 수색을 종료했다.
#주민들 “개흙 쪽에는 물이 찰 수도 있다”
이기영이 가리킨 지점을 굴삭기로 팠더니 물이 바로 보였을 정도로 개흙(강가나 개울가 바닥의 거무스름하고 부드러운 흙)이었다. 수색 현장에는 인근 마을 주민들도 있었는데, 이들에게 여름철 수위가 어떤지에 대해 질문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건너편 물가에 풀이 자라지 않는 땅이 있는데 거기까지 물이 찬다”며 “개흙 쪽에는 물이 찰 수도 있기에 진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해당 지점보다 더 높은 곳에 시신을 묻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맵 로드뷰를 통해 2021년 5월 당시의 모습을 확인해본 결과, 또 다른 물길이 생겼을 정도로 겨울철인 현재에 비해 수위가 높았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해당 장소에 인적이 드물지만,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수색 당시에도 천 주변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을의 다른 주민은 “새벽까지 밤낚시를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이기영은 발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에 조명을 안 켰을 텐데, 그 상태로 개흙까지 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영이 시신 유기 장소를 번복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약도까지 그리면서 상세한 지점을 알려줬기에 경찰은 해당 지점에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기영이 빡빡 우기면서 주장했지만 확인해보면 다 거짓말”이라며 “그래도 이번만은 구체적으로 진술했기에 가용 인력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다. 파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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