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프리미엄’ 기대감…북미 개봉작 ‘헌트’와 함께 주요 부문 최종후보 선정될지 주목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하는 레이스에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기생충’이 그러했듯 골든글로브는 비영어 영화의 수상 분야를 비영어 영화 작품상으로 국한하고 있지만 아카데미는 수상 분야가 훨씬 더 넓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를 향한 ‘헤어질 결심’의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2022년 12월 22일(한국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포함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숏리스트(Shortlist·예비후보)에 ‘헤어질 결심’이 이름을 올린 것.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은 총 92개국에서 출품한 작품을 AMPAS가 추려서 15편의 숏리스트를 발표하고, 이 가운데 5편이 최종후보로 선정된다. 국제장편영화상 수상도 아니고 최종후보 선정도 아닌 숏리스트 선정이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은 ‘기생충’으로 인해 허들이 낮아 보일 뿐 그 전까지는 숏리스트 선정 자체도 한국 영화계에 큰 기쁨이었다.
한국 영화계는 1963년 제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출품한 이후 무려 30여 편의 작품이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지만 숏리스트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렵게 그 문이 열렸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부문 숏리스트에 오르는 데 성공한 것. 당시 10편의 영화가 숏리스트에 올라 5편이 최종후보가 됐는데 ‘버닝’은 숏리스트 선정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는 한국 영화계가 55년 만에 이뤄낸 엄청난 성과였다.
다음 해인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숏리스트 선정 영화가 됐고 최초로 최종후보에 선정된 데 이어 비로소 외국어영화상에서 이름이 바뀐 국제장편영화상 최초의 한국 영화 수상작이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동반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93회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남산의 부장들’과 ‘모가디슈’가 출품됐지만 숏리스트에 선정되지 못했다. 따라서 ‘헤어질 결심’의 국제장편영화상 숏리스트 선정은 한국 영화 역대 3번째 쾌거인 셈이다.
물론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헤어질 결심’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영화로, 그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숏리스트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최종후보 선정은 당연하고, 다시 한번 국제장편영화상 수상까지 노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지금껏 유일한 루트로 알려진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출품이라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정조준한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바로 이정재 감독의 ‘헌트’다.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출품은 국가 별로 한 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출품작을 결정하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아카데미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헤어질 결심’ 역시 영진위가 결정한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이다.
그런데 ‘헌트’는 미국 6개 대도시권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마이애미, 애틀랜타 등에서 개봉한 영화에게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헌트’는 2022년 12월 2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해 출품 자격을 갖췄다.
‘헌트’의 경우 국제장편영화 부문 숏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주요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참고로 12월 22일 발표된 숏리스트는 주요부문을 제외한 국제장편영화상, 특수효과, 음향, 애니매이션, OST 부문으로 ‘헌트’는 여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작품상, 주연배우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 최종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미 개봉 당시 미국 현지 매체들이 ‘헌트’에 상당한 호평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이정재는 2022년에 열린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숏리스트에 오른 ‘헤어질 결심’이 ‘기생충’처럼 다른 부문에서도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은 없을까. 물론 있다. ‘헤어질 결심’ 역시 2022년 10월 14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했기 때문이다. ‘헌트’와 마찬가지로 미국 6개 대도시권에서 개봉해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 자격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은 물론이고 다른 주요 부문에서도 최종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후보작 선정 발표는 1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여기서 ‘헤어질 결심’과 ‘헌트’가 어느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될지가 1차 관심사다. 본 시상식은 3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2020년 2월 10일(한국시간) 오전 생중계되는 TV를 통해 “Parasite”가 호명되는 순간 전 국민이 느꼈던 기쁨을 2023년 3월 12일 “Decision To Leave(‘헤어질 결심’ 영어제목)”나 “Hunt(‘헌트’ 영어제목)”가 호명되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될지 기대감이 증폭된다. 그 첫 관문은 1월 24일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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