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학교, 아동 시설로부터 1000피트(약 304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와 유사한 기준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일요신문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인근 300m 이내로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했을 때 서울과 수도권, 비수도권 지역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봤다.
#300m 반경 표시했더니…성범죄자 서울에선 못 산다
일요신문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성범죄자의 수나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전국 행정구역 가운데 19개 지역의 성범죄자 거주 제한 면적(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인근 300m 이내)을 분석했다. 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고령군, 충북 괴산군, 전북 임실군에도 같은 기준으로 거주 제한 면적을 표기해 수도권 지역과 비교했다.

성북구도 비슷하다. 성북구에는 어린이집 210개, 유치원 47개, 초등학교 29개가 있다. 성북구에서 고위험 성범죄자가 살 수 있는 곳은 산지, 성북동 일대 고가 타운하우스촌, 그리고 고려대학교와 한성대학교 앞 원룸촌 일대로 좁혀졌다.
강남구의 거주 가능 지역은 선정릉역과 학동역, 매봉역, 학여울역, 압구정역 등 지하철역 인근으로 집중됐다. 번화가인 역세권 지역을 제외하면 강남구도 중랑, 성북구와 마찬가지로 성범죄자가 살 수 있는 지역이 사실상 없었다. 강남구에는 어린이집 183개, 유치원 34개, 초등학교 33개가 있다.
이외에도 관악구, 서대문구, 마포구, 서초구, 용산구 일대에서도 거주 제한 면적은 비슷한 양상으로 분포했다. 공통적으로 서강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대학가 원룸촌, 역세권 번화가 등에서만 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남부에 위치한 화성시 봉담읍은 서울, 인천과 비교해 고위험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의 면적이 확연히 넓어진다. 봉담읍에는 어린이집 76개, 유치원 15개, 초등학교 7개가 있다. 학교와 거주시설이 밀집한 곳을 제외한 산지, 외곽 지역, 수원대학교 일대에서는 거주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원대학교 일대는 2022년 10월 31일 출소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살고 있다.
이외에 수도권 지역에서도 범죄자 거주가 가능한 지역은 대학가, 산업단지, 지하철역 일대에 공통적으로 분포하고 있었다. 현재 조두순이 살고 있어 논란인 안산시 단원구는 산지, 공단, 미개발지구, 대학가 원룸촌을 중심으로 거주 가능 지역이 분포했다. 고양시 일산서구는 일산테크노밸리 사업부지, 성재공단 등 공단 일대와 탄현역 근처에서 거주가 가능했다.
수원시 팔달구는 수원시청과 수원역, 팔달문, 화성행궁 일대에 교육시설이 없어 성범죄자 거주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중원구에는 교육시설이 적은 성남일반산업단지, 여수공공주택지구 등에 거주 가능 지역이 있었다. 인천 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거주 가능 지역이 더 넓었는데, 산업단지와 지하철역 인근 빌라촌이 중심이었다.

#지역 차별, 풍선효과 우려돼
서울과 수도권, 비수도권의 성범죄자 거주 제한 면적을 비교한 결과, 고위험 성범죄자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였지만 수도권의 경우 외곽 산업단지, 대학가 일대 원룸촌 등을 중심으로 거주 가능 지역이 어느 정도는 존재했다. 그리고 큰 도시가 아닌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 가능 지역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제시카법을 두고 이른바 ‘서울 보호법’ 또는 ‘수도권 보호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제시카법이 한국에서 시행되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분포가 높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없게 된다”며 “풍선효과로 지방에 성범죄자들이 거주하게 됨으로써 지역 차별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서울시에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라며 “밀집된 정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대학가나 빌라, 원룸촌 등 거주 취약계층이 있는 곳에 성범죄자가 거주할 확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아파트나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거주 제한 구역이 빽빽하게 분포했던 서울에서도 고려대학교와 한성대학교 인근 원룸촌이 사각지대에 해당됐다. 2022년 12월 수원대학교 인근 원룸촌에 거주 중인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 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최강용 변호사는 “제시카법이 시행될 경우 인근 지역의 치안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들이 수도권에선 살지 못하고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으로 몰리게 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차만 더욱 커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서울에 있는 아이들은 다 안전하고 다른 지역 아이들은 덜 안전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특정도시에는 성범죄자가 살 수 없어 아동보호가 가능해지고 다른 특정지역은 살게 해서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신설중인 초등학교가 경기·인천지역에 몰려있고(신설 초등학교 36개 가운데 23개, 약 64%), 지방으로 갈수록 폐교가 진행 중인 학교가 많다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2020년 기준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전국 115개였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에 위치한 학교는 총 101개로 88%나 된다. 또한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폐교된 초등학교의 89%가 비수도권으로 집중돼 있다.
이은의 변호사는 “제시카법은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법 같다. 특정지역은 보호받고 다른 지역은 보호 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매우 높다”며 “아동청소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통학과 이동을 어른 감독자가 더 케어할 수 있는, 순찰 및 픽업 시스템을 지자체가 나서서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영현 인턴기자
이현이 인턴기자
임종언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