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력지원 등 구체적 계획 없어 교육질 저하 우려”…학부모 “프로그램 내실화가 먼저”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 교육전문가들은 “초등 돌봄을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하는 선언적 발표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늘봄학교를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교사들은 업무 가중을 우려하고 있고, 학부모들 사이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교육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는 기존 1~2학년에 집중된 돌봄교실과 달리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양질의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학년의 경우 단순 돌봄에서 벗어나 기초학력 지원, 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오후 돌봄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아침돌봄‧저녁돌봄 운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입학 초 조기 하교로 인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신입생 중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에듀케어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고학년은 민간 참여를 활성화해 인공지능(AI)‧코딩‧빅데이터, 소규모‧수준별 강좌 등 고품질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교육과 돌봄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틈새돌봄을 강화한다.
방과 후 운영체제를 교육청 중심의 지역단위로 개편, 단위학교와 교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23년 시범운영을 통해 지역별‧학교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늘봄학교 모델을 개발해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육부가 돌봄의 국가 책임을 공식화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표”라며 “방과 후에 학원에 보낼 수 없는 형편에 있거나 주변에서 돌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가정에게 늘봄학교라는 선택지가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좋은교사운동 또한 “교육과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를 통해 보호자가 언제든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며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돌봄 유형의 다양화와 내실화 방안도 의미 있다 하겠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 계획에 교사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돌봄이 국가의 책무인 것은 동의하지만, 돌봄 주체가 학교가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현재 나온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방안으로는 교사의 업무 가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늘봄학교 업무와 교사의 업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학생 안전, 관련 민원 등 관리 책임 문제에 있어 큰 부담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교원들이 수업 등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결코 제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총은 “‘늘봄학교’가 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에 집중하고, 방과후활동은 지역사회와 연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과 돌봄 분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 돌봄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돌봄교실 관련 운영 주체 분리와 인력지원 방안 및 공간 분리 방안에 대한 어떤 계획도 담겨 있지 않다”며 “시설 출입 인원 관리, 돌봄 학생 귀가 안전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없는 선심성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결국 돌봄교실의 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이나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아 돌봄교실을 확보하려면 신‧증축 등을 하거나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늘봄학교 추진 방안은 돌봄 겸용 교실 확대 방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도 현행 돌봄 교실 성격이 고려해보면 이번 늘봄학교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얘기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인 회사원 정유진 씨(37)는 “저녁 8시까지 돌봄교실 이용시간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이용하는 부모들은 소수일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학원에 다 보낼 것이다. 돌봄 프로그램은 아이를 맡아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크지 않아 대부분 사교육을 시키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킹맘인 A 씨는 “현재 방과 후 돌봄교실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의 시각차가 크다. 학부모는 공교육의 일환으로 (학교가) 방과 후 시간을 관리해주길 바라는데, 학교는 인력 부족 등으로 안전하게 아이들을 관리하는 데만 중점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결국 학원으로 오후 시간을 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현행 돌봄교실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인력 보충 없이는 현행 계획대로 추진이 힘든데, 이번 계획에는 인력 확충에 대한 부분이 들어 있지 않다”며 “장시간 학교에서 있어야 하는 만큼 외부 활동 등 신체 프로그램도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창현 연구위원도 “돌봄 교실 환경 개선 및 콘텐츠 강화가 필요하다. 외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서 콘텐츠를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노동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년 차 워킹맘 B 씨는 “부모가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직접 기르고 양육할 수 있는 제도가 먼저가 아닐까”라며 “아이가 8시까지 학교에 있도록 할 게 아니라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아 공동대표는 “돌봄시간을 늘리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추진하기 쉬운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등 노동환경이 먼저 개선돼야 하는데, 마치 ‘학교에서 애 봐줄 테니 더 일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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