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을을 여행하며 수많은 옛길을 걷게 된 여행작가 최상석 씨(58)에게 길은 '나만의 공간'이자 '상상의 공간'이다. 누군가가 옛날부터 걸었던 길이기에 모든 길은 이야기가 스며있다고 말하는 최상석 씨.
그는 길을 걸으며 학교 가는 아이들, 장에 가는 부모님, 쉬었다 갔을 사람들을 상상한다. 수많은 옛길을 걷던 그에게 자연은 삶의 일부분이었고 산골생활은 익숙함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전라북도 무주군 산골 마을에 정착한 최상석 씨는 아내 김혜정 씨(49)와 함께 길을 걸으며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때 묻지 않아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러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골짜기와 오지를 애써 찾아다녔다는 최상석 씨.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실제로 오지에서 4년간 살기도 했던 그는 막상 자연에 파묻혀 살아보니 깨달은 것이 있단다. 자연은 그저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이므로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오지 마을에 스며들어 자연의 일부가 된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지혜를 들으며 최상석 씨는 글의 주제를 '풍경'에서 '사람'으로 과감하게 바꿨을 정도다.
이따금씩 시간이 허락하면 취재에 동행하는 아내와 무주의 깊은 골짜기 외딴집을 찾아가 들은 이야기에 최상석 씨는 다시 한 번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자세에 대해 곱씹는다. 전기가 들어온 지 불과 2년여에 불과한 그곳에 98세 노모를 홀로 모시고 사는 주민의 생활은 자유롭고 편리함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평온함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오지와 사람을 오갔던 최상석 씨에게 옛길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는 통로다.
최상석 씨는 아무리 아름다운 길이라도 앞만 보고 걷는다면 나중에 기억에 남지 않는단다. 그렇기에 '이 길을 누가 걸었을까?', '어떤 사람들이 걸었을까?' 하며 길에 깃든 이야기를 상상하고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그 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랬을 때 비로소 그곳을 또 가게 되고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진다.
그렇게 25년 전 다녀왔던 오지 마을을 다시 찾은 최상석 씨.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가 걸었던 옛길은 여전히 편안하다. 발자국으로 다져진 길이라는 어르신들의 말마따나 최상석 씨는 반듯하게 닦여지지 않아 길처럼 보이지도 않는 그 옛길을 묵묵히 걷는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표현한다. 자연 속의 삶에 대한 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최상석 씨. 그 마음을 품고 그는 오늘도 많은 상상을 하며 옛길을 걷는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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