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안랩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BW 발행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BW를 둘러싼 논란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게 전개되고 있다. 강 의원은 당시 안랩주식 시세가 3만~5만 원이라는 전제하에 안 원장이 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BW를 인수했음을 문제삼은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일요신문>은 그 무렵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주식 1만 1500주(23억 원)를 주당 20만 원에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BW 발행 이후긴 하지만 거래가 드문 장외주식의 경우 전후 몇 달간의 거래내역이 시세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볼 때 장외거래가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일요신문>은 ‘나래이동통신 2000년 사업보고서’에 적시된 타법인 출자현황 사본을 토대로 안랩의 BW 발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 및 장외거래 실태를 들여다봤다.지난 2월 13일 강용석 의원은 1999년 10월 안랩이 발행한 BW를 헐값에 인수해 거액의 이득을 취한 혐의로 안철수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강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1999년 10월 7일 BW를 발행한 안 원장은 2000년 10월 12일 안랩 주식 186만 주를 주당 1710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당시 안랩의 장외거래가는 3만~5만 원으로 안 원장은 25분의 1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다. 저가인수를 통해 안 원장은 당시 최소 400억 원에서 최대 700억 원의 이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BW 인수 후 안 원장의 보유지분은 39%에서 54.45%로 늘어났는데 강 의원은 3만~5만 원인 주식을 안 원장이 4% 수준인 1710원에 인수해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BW 발행가는 당시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주식 평가액 3만 1976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BW 행사가격이 1710원이 된 것은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BW 발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사회에서 주주들의 동의 없이 평가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하는 경우인데, 안랩의 BW 발행은 주총에서 의결했을 뿐 아니라 외부기관의 주식평가액보다 높게 발행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주주와 회사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배임·횡령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나래이동통신이 2000년 2월 9일 23억 원을 들여 한 주당 20만 원에 안랩 주식 1만 1500주를 매입했다는 사업보고서(위). 1999년 9월엔 안랩 주식 5000주를 매매하기도 했다(아래). 안랩 측의 “당시 거래가 드물어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
우선 BW 발행 10개월여 전인 1998년 12월 19일 산업은행이 2만 주를 9억 원(주당 4만 5000원)에, 12월 24일에는 LG투자조합이 1만 주를 5억 원(주당 5만 원)에 각각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10개월 전 매입가와 동일하게 책정된 BW 행사 가격은 당시 시세로 봤을 때 적정한 것일까. 1999년 들어 안랩은 98년에 비해 매출은 4배, 순이익은 6배 이상 뛰어오르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당시 터진 체르노빌 바이러스 사태 및 벤처투자 붐과 맞물려 안랩의 몸값이 치솟고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안랩 매출과 순익,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볼 때 BW가 발행된 99년 10월에는 주가가 상당 수준 급등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안랩의 1999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5배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998년의 유상증자액인 5만 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랩 측의 ‘장외거래’ 유무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드시 정확하진 않더라도 적정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취재과정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확보했다. 안랩의 대주주인 나래이동통신이 2000년 2월 9일 1주당 20만 원에 1만 1500주(23억 원)를 구입한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BW가 발행된 지 불과 4개월 후였다. 또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주식을 사들인 날은 공교롭게도 액면분할이 실행된(2000.2.9) 당일로 확인됐다.
기존에 보유하던 1만 4615주에 더해 총 2만 6115주를 보유하게 된 나래이동통신은 구입 당일 곧바로 액면분할을 통해 열 배가 늘어난 26만 1150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나래이동통신의 거래내역은 무상증자(99.10.27) 후부터 액면분할(2000.2.9) 사이에 안랩 주식이 20만 원에 장외거래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거래가 드문 장외주식의 경우 전후 몇 달간의 거래내역이 시세로 통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랩의 BW 행사가 5만 원은 당시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낮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래이동통신의 거래가를 기준으로 BW 발행의 적정성을 가릴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즉 BW 발행 후 나래이동통신이 주당 20만 원에 안랩 주식을 구입한 것을 기준으로 안 원장이 발행한 BW 가격 5만 원을 저가발행으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BW 발행 4개월 후 주당 20만 원을 주고 23억 원 어치(총 주식의 1%이상)나 구매한 것이 장외거래 시세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것을 시세라고 할 수 있는가? 당시 장외거래 실적이 없다며 10개월 전 유상증자 시 매입가 5만 원 그대로 BW발행가를 정하고, 기관평가 금액보다 높으니 양심적 책정가였다는 식의 안랩의 해명은 웃기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BW 발행 20일 후 안랩이 13만 주에서 38만 주로 25만 주를 무상증자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통용되는 산술법에 따르면 무상증자 이전으로 환산했을 경우 안랩은 40만 원이 넘는 거래가치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무상증자를 193%나 해서 가치가 확 떨어진 뒤에도 안랩은 20만 원에 거래됐던 것이다. BW 발행 10개월 전 5만 원과 4개월 후 193% 무상증자 한 후의 20만 원 중 어느 것이 실제 시세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나. 모든 의혹을 해소하려면 안랩은 1999년과 2000년 당시 안랩 5대 주주 보유주식 증감 내역 및 나머지 9% 안팎을 소유한 기타 주주들의 거래내역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전문가는 “주총에서 BW 발행을 동의 받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총의 참가주주가 합의한 사항이 회사 채권 발행에 의한 회사운영자금 확충 목적에 반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경영권 방어 등의 미명하에 특정 1인에게 석연찮은 저가 BW 발행을 동의해줬다면 이 또한 법인에 대한 배임·횡령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안랩 측은 4월 25일 BW 발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1998년 12월 5억 원이던 순이익이 1999년 6배 정도 늘었음에도 주당 5만 원에 안 원장에게 BW를 발행한 것은 저가발행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랩 측은 “1999년 10월 BW 발행 당시 비상장 벤처기업이던 안랩은 실질주주가 6명으로 매매 거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공정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객관적 가격 산정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 ‘청렴하고 깨끗한 CEO’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과거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분당에 위치한 안철수연구소 전경.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에 대해 안랩 측은 “비상장기업의 경우 주주의 주식 매각 거래 여부는 주주의 명의 개서 신청 시점에 알 수 있다. 명의 개서 신청은 99년 10월 7일 주총 결의일 이후에 있었기에 안랩은 그 후에 나래의 주식 매각사실을 인지했다. 매각가와 매수인은 판교사옥 이전으로 관련 서류를 찾기 어려워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안랩 이사 겸임…안철수와도 막역
S 컴퓨터사의 자제로 벤처회사를 운영하기도 한 L 씨는 안 원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단정할 순 없지만 당시 사실상 내부관계인이었던 L 씨가 사전에 액면분할 정보를 취득하고 매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나래이동통신이 매입했던 20만 원도 실제 거래됐던 금액보다 낮은 가격이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주변에서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1만 1500주를 매입한 날과 액면분할이 이뤄진 날이 겹친다는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돌았던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