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정으로 코치·팬 비난 사실 드러나…SNS 활용법 교육 불구 물의 빚어
김서현은 드래프트 지명 직후 같은 팀의 1년 선배인 문동주를 비롯해 데뷔 동기인 윤영철(KIA 타이거즈), 신영우(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프로 입단 전후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공식 최고 구속 시속 159km에 이르는 우완 파이어볼러라는 사실도 기대를 부풀리게 했다. 그래서 팬들이 더 실망하고 분노한 부분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 한화 캠프에서 접한 김서현 관련 이슈들을 살펴본다.
2월 6일(한국시간)은 한화 김서현의 스프링캠프 첫 불펜피칭이 있는 날이었다. 훈련 장소가 원래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애리조나 메사의 벨 뱅크 파크가 아닌 밀워키 브루어스의 스프링캠프지였다. 김서현은 첫 불펜피칭을 메이저리그 훈련장에서 소화한 셈이다.
이날 김서현은 총 21구를 던지며 최고 구속 151km/h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아직 2월 초고 최대 힘의 70% 정도로만 던진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숫자였다. 불펜피칭을 마친 김서현은 '일요신문i'와 인터뷰를 위해 따로 자리를 가졌는데 그 장소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시범경기가 열리는 아메리칸 패밀리필드의 관중석이었다.
메이저리그 홈구장은 아니지만 시범경기가 열릴 때 밀워키 홈으로 사용하는 구장인데 2년 전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의 양현종이 그곳 마운드에서 시범경기 등판을 한 적이 있었다. 김서현은 구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좌석 간격이 넓은 구장은 처음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리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이 아주 좋은 것 같다”고 감탄했다.
김서현은 자신의 불펜피칭에 대해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인가 신경 쓰고 있어서 그런지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는데 다음 불펜피칭 때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던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에게 쏠리는 미디어의 관심에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아마추어 때는 선배들 눈치를 봤지만 프로 입단 후 선배들이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부담 대신 고마운 마음을 안고 훈련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김서현은 ‘자유분방함’ ‘강속구’ ‘마무리 투수’로 정리된다. 그에게 이 내용을 전했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유분방함’은 투구폼이 다양해서 그런 것 같다. 쓰리쿼터에서 사이드암으로 팔을 내려 던지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는 듯하다. 투구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나만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변화가 필요하면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받아들일 생각도 있다. ‘강속구’는 구속을 상징하는 것이고, ‘마무리’는 내가 인터뷰 때마다 50세이브를 목표로 한다고 말해서 더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무리 투수에 대한 욕심이 크다. 경기 후반에 등판해 경기를 끝내는 데 매력을 느낀다.”
김서현은 한화 입단 후 많은 팬들로부터 개인 SNS를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 대부분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였고, 그중 한 중학교 야구 선수가 보낸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말한다.
“프로 지명을 축하한다면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자신의 학교에 방문해 야구를 가르쳐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나한테 직접 야구를 배우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프로에서 성공해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되어 달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그 내용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인터뷰 말미에 스프링캠프 동안 부상 없이 몸을 잘 만들어서 데뷔 첫해부터 1군에 올라가 선배들을 보고 배우며 팀 우승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김서현. 그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안돼 한국의 야구 커뮤니티에선 김서현이 SNS 부계정을 통해 부적절한 게시글을 남겼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해당 게시물에서 김서현은 비속어를 사용하며 코치와 팬들을 비난했다. 이런 내용이 지난 6일 온라인상에 퍼졌고, 한화는 자체 조사와 수베로 감독과 김서현의 면담을 거쳐 해당 게시글 작성자가 김서현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한화는 김서현에게 7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팀 훈련 참가 금지를 결정했고, 벌금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의 SNS 논란과 관련해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어린 김서현이 이번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게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불과 하루 만에 신인왕 후보 0순위의 선수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선수로 전락한 셈이다. 김서현 이슈 때문에 한창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한화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선수들도 말을 아꼈고, 베테랑들은 애써 훈련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기자와 인터뷰 중 희망사항이라는 전제로 “(문)동주 형의 탄탄한 상체와 (필라델피아) 호세 알바라도의 무브먼트를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던 김서현이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 중인 키움 조상우(군 복무 중)와 LG 고우석의 경기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영상을 모아 본다는 말도 했다. 그런 야구에 대한 자신감, 열정, 노력 등이 SNS의 부적절한 게시글로 한순간에 폄하되고 말았다.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A팀의 한 관계자는 비록 타 팀이지만 김서현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고 말했다. 그 팀에도 신인 유망주들이 존재하고, 젊은 선수들의 사고 방식이 김서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인 선수가 입단하면 KBO는 물론 구단 자체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지만(SNS 활용법도 포함돼 있다), 사고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걸 김서현이 또 다시 보여준 셈이다.
1월 초 한화 문동주와 방송 촬영을 마치고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사생활은 물론 SNS 게시글이나 답글, 팬 서비스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문동주는 밥을 먹으려다 씩 미소를 지으며 “경기 외적으로 절대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문동주는 모범적이고 성실한 생활로 선배들의 칭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문동주의 1년 후배 김서현도 스프링캠프에서 경쟁 구도를 펼치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졌다. 앞으로 이 상황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건 선수의 몫이고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라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지도자, 선배, 야구인들이 관심을 갖고 이끌어줘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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