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홈스쿨링’ ‘소재파악’ 이유 가정방문 안해…사망 전날에도 “정원 외 관리” 안내전화만
#A 군 부모 지난해에도 상습 폭행
“아이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온 친부 C 씨는 7일 오후 1시 44분 무렵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A 군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의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A 군의 몸에서 타박흔(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을 여러 개 발견했다. 학대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B 씨와 C 씨를 긴급체포해 이에 대해 추궁했다. 이들은 초기 조사에서 “몸에 있는 멍은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진술을 번복했다. B 씨는 A 군을 폭행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지만 “사망 당일에는 A 군을 때리지 않고 밀치기만 했다”며 고의로 숨지게 한 혐의는 부인했다. C 씨는 “나는 안 때렸고 B 씨가 때렸다”고 진술했다가 13일 조사에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A 군을 손과 발 등으로 상습적으로 때렸다”고 번복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B 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C 씨에게 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죄명 변경을 검토한 뒤 오는 1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주민들 “A 군 겨울철 얇은 옷차림”
같은 아파트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A 군이 숨지기 전에도 학대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주민은 “문 앞에 있는 택배를 가져오거나 분리수거할 때 밖에 나온 걸 본 적이 있다”며 “‘왜 분리수거를 하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임신해서 도와드려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심성이 착한 아이가 숨져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른 주민은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얇은 옷을 입고 다녔다”며 “현관문 너머로 ‘이제 들어와’라는 어른 목소리를 듣고 들어간 걸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친부나 계모가 외출할 때는 두 딸만 데리고 외출했으며, A 군과 함께 있던 걸 본 적이 없었다”며 “A 군이 같이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증언했다. B 씨와 C 씨는 A 군 외에 딸 2명(4세, 3세)을 두고 있으며, 두 딸은 현재 아동보호시설로 인계된 상태다.
또한 A 군의 친모 D 씨가 오빠를 통해 연합뉴스에 보낸 글에 따르면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2박 3일 동안 아이 집 주변에 숨어 아들을 보려고 했지만 나타나지 않아 지방에 있는 남편 시댁을 찾아갔다”며 “부모 없이 시댁에 방치된 아이를 발견했지만 다 떨어진 신발을 구겨 신고 또래보다 마른 아이만 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D 씨는 C 씨와 2011년 3월 결혼했지만, C 씨의 상습적인 외도와 폭행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아이 양육권을 C 씨에게 넘기겠다고 합의해 2018년에 이혼했다. 그러나 D 씨가 A 군을 보고 싶다고 요청하면 C 씨는 욕설하거나 ‘아이가 더 적응을 못 한다’며 A 군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미인정결석 관리 매뉴얼 따라…
인천교육청에 따르면 A 군 부모는 가정·체험학습 기간을 모두 소진하자 “필리핀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 홈스쿨링을 한다”며 지난해 11월 24일부터 A 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 측이 A 군 부모에게 학업중단숙려제를 안내했으나 이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 군은 미인정결석 학생 및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됐다.
인천교육청의 ‘2022년도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관리 매뉴얼(미인정결석 학생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미인정결석 학생이 발생할 경우 당일부터 그다음 날에는 사유를 확인하고 출석을 독려해야 한다. 3~6일이 지나면 학생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가정 방문 및 경찰 협조 요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매월 소재 및 안전을 확인한 후 보고해야 한다.
계모 B 씨가 결석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A군을 데리고 학교를 찾자 학교 측은 가정방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A 군의 소재와 안전을 세 차례 유선으로만 확인했으며, A 군이 숨지기 전날(6일)에도 그의 부모와 통화해 “아이가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정원 외 관리 대상이 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A 군의 소재가 파악됐고 해외 출국으로 출석을 독려할 필요가 없어 매뉴얼대로 가정방문과 내교 요청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미인정결석 학생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소재·안전이 확인된 경우 혹은 상급학교 진학, 해외 출국으로 출석을 독려할 필요가 없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정방문 및 내교 요청 대상에서 제외’하고 ‘해외출국(미인정유학 포함), 시설명이 확인된 대안교육, 질병 등 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빙 또는 소재확인이 명확히 된 경우 경찰협조 요청을 지양’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이 A 군의 가정환경을 철저히 감시했다면 사망은 막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가정폭력은 가정 내부에서 일어나기에 외부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정방문 등 방법으로 홈스쿨링이 가능한 환경인지 면밀히 파악해야 하며, 감시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원 차원에서 지역 기관과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부모가 매주 아이의 학습계획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하도록 하거나 월 1회 가정방문을 통해 교육 상황을 점검하는 등 미국처럼 홈스쿨링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하달한 대책안을 검토하고 관계 기관들과 폭넓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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