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근무와 언어폭력, 비선 인사 국감 개입 등 주장…윤 의원 측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아”
#전직 보좌진들 '취업 사기' 주장
전직 보좌진 A 씨는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A 씨는 7급 비서관으로 채용된다는 조건을 약속받고 기업에서 나와 의원실로 이직했다. 그런데 윤 의원은 A 씨에게 7급에 준하는 월급을 지급할 뿐 공식적인 7급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A 씨가 7급 채용을 요구했지만, 윤 의원은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한다. A 씨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비상장사)에 공채로 입사해 9개월째 다니던 중이었고, 이전에는 다른 의원실 보좌진으로 1년 반 정도 재직한 바 있다.
A 씨는 “기업에서 3개월만 더 일하면 1년을 채워서 퇴직금도 받을 수 있었고, 급하게 이직할 요인이 없었다. 그런데 윤상현 의원이 급하게 와달라고 요청해 와서 이직 제의를 받은 지 2주일 만에 기업을 퇴사해서 의원실로 갔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다”며 “그런데 의원실로 가니까 다른 비서관이 10월 면직되니 그 자리에 넣어주겠다며 7급 채용을 한 달 미뤘다. 10월이 되니까 정확한 면직 날짜가 11월이라며 또 한 달을 미뤘다. 11월이 지나도록 7급으로 채용을 안 해줘서 11월 말에 그냥 나왔다. 이후 다른 의원실 채용을 알아보다가 국회를 떠났다. 현재 다른 기업에 재취업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다른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보좌진 B 씨도 A 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22년 9월 B 씨는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고 근무 중이던 의원실에서 퇴직했으나 한 달간 채용되지 못했다고 한다. 2022년 11월 윤상현 의원실에 채용된 뒤에도 일주일을 채 못 버티고 그만뒀던 의원실로 다시 돌아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윤상현 의원이 7급 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채용절차법 위반이긴 하지만, 현행 채용절차법은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언어 폭행
전직 보좌진들은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상습적인 언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보좌진 C 씨는 “A 씨가 윤 의원한테 7급 채용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하자, 윤 의원이 보좌진들 앞에서 A 씨한테 ‘네가 무슨 7급이냐. 나이도 어리고, 깜냥도 안 된다’며 타박했다”며 “윤 의원은 모든 보좌진한테 ‘네 역량보다 높은 급수에 채용됐다. 넌 국회 보좌진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으니까 그냥 나가라’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보좌진이 의원한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던 일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이직하기 전에 했었어야 한다. 이력서 두 번이나 보고 아무 말이 없다가 입사 이후에 이야기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굉장히 모욕적이고 치욕스러웠다. 사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보좌진들도 똑같이 언어폭력을 너무 많이 당했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윤상현 의원이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 식으로 보좌진한테 이야기했다면 형법상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며 “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전직 보좌진들은 업무 강도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 13시간이 평균 근무시간이었다고 한다. 주6일 근무는 당연했고, 주7일 근무는 한 달에 2번 정도 있었다고 한다. 윤 의원이 퇴근한 직원을 다시 사무실로 부르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한다.
전직 보좌진들은 “윤 의원이 ‘네가 공무원이냐. 정시 출근하고 정시 퇴근하려 하냐’며 저희를 질타했다. 충성심 체크 차원에서 보좌진을 수시로 부르기도 한다. 보좌진들은 5분 대기조처럼 있어야 한다”며 “실례로 윤 의원이 새벽 4시에 보좌진에 전화를 걸고, 본인 일정이 끝난 후 의원실에 들어와서 직원들 퇴근 여부를 체크한다. 보좌진들이 퇴근한 것을 보고선 밤 10시에 모든 보좌진을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 적도 있다. 그날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보좌진까지 부랴부랴 들어왔다. 기자들과 저녁 미팅을 하는 보좌진한테도 밤에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보좌진은 일반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주 52시간 근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는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하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그간 공무원에게도 근무시간 상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무급으로 채용된 입법보조원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현행법상 국회의원 1명당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 보좌직원은 총 9명이지만, 2022년 윤 의원은 입법보조원 2명을 무급으로 추가 채용해서 총 11명의 보좌진을 거느렸다. 다른 의원실도 입법보조원을 채용하긴 하지만 평균 월 50만~100만 원 정도를 챙겨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전직 보좌진 D 씨는 “호텔에서 술 마실 때 입법보조원한테 카드도 안 주고 술 심부름을 시켰다”며 “윤상현 의원이 스마트폰을 정기적으로 바꾼다. 백업 및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연락처 4만 개 중 2000~3000여 개가 사라졌다. 입법보조원 2명이 그거 복구하겠다고 전문업체 찾아가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했다. 그렇게 일했는데도 1명을 해고했고, 나머지 1명은 힘들어서 자기 발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이 스마트폰 조작법에 익숙지 않아 입법보조원을 주말 새벽 6시에 자신의 집 앞으로 부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선 인사들 의정 활동 개입
전직 보좌진들에 따르면 ‘비선 인사’가 윤 의원실 보좌진 채용에 관여했다고 한다. 윤상현 의원이 보좌진을 채용할 때 E 씨의 사주명리학·성명학을 거쳐 채용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 윤 의원이 이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선거캠프 사무실을 결정할 때도 E 씨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E 씨는 직접 낙하산 인사를 꽂기도 했다. 전직 보좌진들은 “E 씨가 2022년 11월 윤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 사람이라며 행정 비서를 데리고 왔다”며 “세무 관련 업무를 해왔던 사람이었고, 의원실 경력은 전무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2022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관련 의정활동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9월 26일 윤상현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코인사기 제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인사기 제보센터’를 설립한 인물은 F 씨. 그가 국감 보도자료와 질의서를 진두지휘하며 윤상현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업무를 지시한 텔레그램 문자가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 윤상현 의원은 코인사기 제보센터를 기반으로 국감 질문을 했다.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22년 10월 6일 “제가 윤상현 코인제보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랬더니 코인 경영진이 관련된 다수의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그해 10월 24일에는 “윤상현 코인제보센터를 통해서 빗썸 관련 의혹 한 16건을 제가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버 관리 논란, 투자 수익금 미지급 논란, 비싼 출금 수수료 논란, 암호화폐 입출금에 따른 시세조작 사건, 팝체인 상장 관련 의혹, 350억 원어치 코인 도난 사건, 220억 원 코인 도난 사건, 태국 법인으로부터 사기로 형사 고발 등등 몇 가지 불러 드렸다”고 말했다.
F 씨가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업체들을 만나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F 씨가 윤상현 의원을 통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무마해줄 테니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중 하나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다. 실제 송치형 두나무 의장 증인 출석은 불발됐고, 대신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2022년 10월 6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정무위에 참석했다. 앞서 2022년 9월 국민의힘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을, 민주당은 이석우 대표 등을 증인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전직 보좌진들은 “윤상현 의원이 F 씨한테 전권을 맡긴 상황이었다. 보좌진들이 F 씨한테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F 씨가 지시한 방향으로 질의서를 작성했는데, 부적절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더 큰 문제는 F 씨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대관 인력들을 만나서 증인 출석을 빼주는 조건을 내걸며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요구를 하고 다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F 씨의 의정활동 개입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피감기관이 의원실에 제출하는 자료들은 대부분 대외비다. 국회 보좌진도 아닌 일반인이 피감기관 자료들을 확인해서 국정감사를 준비했다는 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증인 출석을 활용해 피감기관의 대관 인력을 부적절하게 만나서 무언가를 요구했다면 공갈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윤상현 의원과 F 씨가 경제적 공동체나 정치적 공동체라면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저희 대관 직원들이 F 씨를 만난 사실을 확인해드릴 수는 없다. 다만 F 씨가 ‘송치형 의장 증인 채택 안 되게 해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건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3월 1일 F 씨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취재원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문자로 질의를 남겼으나 반론을 받을 수 없었다.
3월 1일 일요신문은 윤상현 의원에게 해명을 듣고자 문자,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반론 질의서를 보냈다. 3월 2일 오전 9시 43분쯤 윤 의원은 “의원실로 질문지 보내주세요”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왔다.
같은 날 오전 11시 42분 일요신문은 윤 의원실 안 아무개 보좌관과 김 아무개 선임비서관을 만나 반론을 청취했다. 김 선임비서관은 “최근에 왔기 때문에 전임 보좌진과 의원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취재원이 누군지 추정된다. 그 사람은 문제가 많아서 나간 사람이다. 취재 내용 대부분의 사실관계가 틀리다. F 씨한테 받은 자문을 활용할지 말지는 의원실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3월 2일 오후 12시 1분 김 선임비서관은 “4시까지 반론서를 메일로 보내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3시 40쯤 윤상현 의원실 측은 일요신문 취재에 대해 “귀사가 본 의원실에 요청한 질문들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질문들은 제보자의 악의적 비난 입장에 근거한 질문들로서 본 의원실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바, 일일이 소명할 가치가 없다”고 메일과 팩스를 보내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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