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회 “정관 개정 사조직화” 항의 vs 본회 “협회 명예훼손…비정상적 지회 해산” 맞불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회장 이정한) 소속 임원이 지회 임원에게 폭언·협박 문자를 보내는 등으로 피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정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협회는 피소된 임원의 소송비를 협회비로 대신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특히 협회에 반발한 지회장을 제명시키고 소속 지회마저 해산시키려 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여경협 서울지회 부회장인 A 씨가 협회 임원 B 씨를 상대로 모욕죄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죄, 협박죄로 제기한 고소장에 따르면 협회 전국이사회 78명이 있는 SNS(소셜미디어) 단체방에서 B 씨가 A 씨를 포함한 서울지회 위원들에게 “미친개들”이라는 등 막말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A 씨가 서울지회 SNS 단체방 등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자 B 씨는 A 씨에게 “선동해 범법자 만들지 말라”며 공격을 계속했다.
문제의 발단은 여경협이 본회와 서울지회 간 의견 충돌이 벌어지자 본회가 위성 지회 성격인 남서울지회 신설을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여경협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경제활동을 위해 1971년 ‘대한여성경제인협회’를 모태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설립된 법정단체로 서울지회 포함 18개 지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2018년 8대 한무경 전 회장(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시절에 남서울지회 신설을 추진하자 서울지회가 복수지회 신설을 반대하며 거센 반발에 나섰다.
당시에 서울지회는 “남서울지회가 모집한 회원 중 무자격자가 있는 등 지회 신설을 졸속으로 강행하는 이유가 협회 조직을 일부 임원들로 줄 세우고 조직을 쪼개어 사유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미 있는 지회 관할구역을 중복하여 설립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이었다.
2018년 10월 국회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무경 협회장이 협회 정관을 변경해 차기 협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이사회 추천의 간선제로 개정을 시도해 차기 협회장을 특정 정당 출신인 정윤숙 수석부회장에게 넘겨주려 했다”며 여경협의 사조직화를 지적했다.
한 전 회장은 재직 당시인 지난 2016년 협회 정관에 정치활동 금지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원으로 활동해 물의를 빚었다. 같은 당 국회의원 출신인 정 전 수석부회장은 결국 9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같은 당 의원 출신 5명이 여경협을 거쳐갔거나 몸담았다.
남서울지회 신설 문제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무려 4년간 이어진 소송은 결국 남서울지회 신설로 마무리됐지만 협회 본회와 서울지회 간 집안싸움으로 인한 내홍은 여전하다. 이 과정에서 본회가 서울지회장 C 씨를 폭언, 폭력 등의 이유로 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제명하고, 협회에 반발하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울지회 자체를 해산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지난 15일 협회 이사회에서 서울지회 해산의 건이 추가 논의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협회는 서울지회가 그동안 본회를 상대로 수차례 소송하는 등의 여파로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해산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이사회의 추가 논의 사항에서 더 이목을 끄는 대목은 앞서 언급한 본회 임원의 폭언 논란에 대한 협회 측 대응이다. 협회가 B 씨의 소송비를 개인이 아닌 협회비로 지원한다고 방침을 정한 것인데 협회 측에 문의하자 소송은 개인적인 사안이며, 협회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협회 측 고위인사는 C 씨 제명 관련 사안에 대해 “3년 전 서울지회장 선거 등에서 절차상 문제와 자격 결격사유 등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임원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회신이 없었고 일부 자료의 경우 일정기간 보관해야 됨에도 폐기하는 등 자격,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를 뒤늦게 나마 바로 잡은 결과일 뿐, 정치적이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어 A 씨와 B 씨의 소송 관련해선 “진행 중인 사항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이며, 협회는 이와 관련 정확한 내용 등을 알고 있지도 않다. 소송비는 개인이 처리하는 것으로 안다. 협회장 관련 소송은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지만 이 건은 개인적인 사안이라 협회가 관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경협은 직장 내 괴롭힘, 갑질 관련 등에 대한 사건 경중 보고 및 처벌 수위 등을 협회장이 관장토록 하고 있다. 더구나 이사회 추가 논의사항에서 협회장 관련 소송과 함께 B 씨의 소송비는 협회비로 지원하기로 명시됐다. 협회의 해명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서울지회 관계자는 “본회에서 노골적으로 서울지회 때문에 소송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성토와 함께 B 씨가 본회 위해 나서서 일하다가 희생해 소송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관계자는 “본회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과거 협회장 선거운동부터 정관개정, 복수지회 설립 등 이해할 수 없는 논란이 여경협 내에서 벌어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특정 정당 출신이 회장직 등을 독식하는 것은 정치중립을 강조하는 법정단체로선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협회 내 다양한 의사조정과 건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여경협에 대한 정부지원예산은 100억 원을 넘어섰다. 여성경제인 활성화와 사회적 기여 확충이라는 대의명분이 협회 내홍으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협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경협을 지도, 관리 감독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2015년 말 부정선거 논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년간 내홍을 겪고 있는 협회에 수차례 민원이 제기됐지만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앞서 제명된 C 씨는 협회장과 여경협에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비롯한 다수의 소를 제기한 상태이며, A 씨의 소송도 진행 중인 만큼 여경협의 대응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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