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동기’ 청주보다 나은 순위 약속…아산 상대로는 반드시 승리”
박남열 감독은 천안 시티 FC가 프로구단으로서 맞은 첫 사령탑이다. 그는 "염원하던 프로리그 감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받아 영광스럽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오랫동안 프로무대 감독을 꿈꿔왔다. 처음 제안을 받은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잠을 못 잤을 정도로 설렜다.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다."
박남열 감독은 지도자 생활 초기, 여자축구계에 몸담았다. 그는 "지금은 해체된 대교팀에 오래 있었다. 감독을 하다가 성남 일화 코치도 했는데 다시 대교로 돌아갔다"며 "우승도 해봤고 좋은 경험을 쌓았다. 편안히 지내려면 여자축구 쪽에 남을 수 있었지만 도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천안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선수 시절 일화 구단 소속으로 천안에서 활약한 바 있다.
"천안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청춘을 바쳤던 곳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좋은 추억이 많았는데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다. 천안 시절에 우리가 리그 성적은 좋지 못했는데 FA컵에서 우승했다. 그때 내 활약이 좋기도 했다(웃음). 개인적인 기록이 가장 좋았을 때도 천안 시절인 1996년이다. 다시 돌아오니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박 감독은 연고지 천안의 인프라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클럽하우스 사이 거리도 가깝고 시설도 좋다. 시민구단, 그것도 K리그2에서 이 정도 시설 갖춘 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안타깝게도 과거 시설 문제로 일화 구단이 천안을 떠나게 됐다. 지금과 같은 시설이 있었다면 좋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속팀이던 일화가 시와 갈등으로 연고지를 떠난 것에 안타까움을 수차례 표현했다.
천안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같은 팀 선배였던 고정운 김포 FC 감독과 맞대결은 박 감독이 기대하는 매치업이다. 그는 "고정운 감독은 정말 무서운 선배였는데(웃음) 요즘은 부드러워지신 것 같다. 선수들과 커피도 함께 마신다더라"라며 "나도 선수들과 편안하게 지내려고 한다. 농담도 주고받고 하는데 아직 고정운 선배처럼은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공교롭게도 박 감독과 고 감독 간 통화가 이뤄졌다. 두 감독은 리그에서 만나 서로 '1승씩 주고받자'는 '밀약'을 맺었다. 통화를 마친 박 감독은 "마음 같아선 형이 조금 더 양보해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개인적 인연 이외에도 천안은 같은 충청 지역 내 충북 청주 FC, 충남 아산 FC와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박 감독은 "청주는 이번에 함께 프로 무대에 올라오게 됐고 아산은 오랜 기간 천안 지역과 경쟁 의식이 있는 도시다. 두 팀 모두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최소 청주보다 앞선 순위로 시즌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아산은 '절대 지고 싶지 않은 팀'으로 꼽았다. 그는 "구단에서도 그렇고 천안팬들도 아산에는 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라며 "아산을 맡고 있는 후배 박동혁 감독은 자신들이 '형님 구단'이라고 하더라(웃음). 우리가 프로 경력이 짧으니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승부에서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남열 감독은 "리그 내 모든 구단이 우리를 쉽게 볼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프로 리그에 첫 참가하는 팀이기에 타구단이 천안을 '제물'로 생각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우리 천안과 청주에는 승리하려 덤빌 것이다.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우리는 질 생각이 전혀 없다. 물러서지 않고 승부 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천안이 선보일 축구에 대해 힌트를 줬다. 그는 "볼 점유율을 높여서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끌려가지 않고 우리가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가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격을 많이 하는 축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면서 "혹여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더라도 '천안 출신은 다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색깔을 낼 것"이라고도 했다.
눈여겨볼 선수로는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선수 다미르를 지목했다. 박 감독은 "수원 삼성에서 '육육이'로 불리던 그 선수 맞다. 우리 팀에선 10번을 달고 뛴다"며 "팀의 색채를 더 짙게 만들어줄 선수다. 다미르의 움직임을 보면서 경기 전체를 지켜보신다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국 촌부리, 제주에서 겨우내 진행한 전지훈련에 대한 만족도는 70~80%라고 밝혔다. 그는 "100% 만족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나"라며 "태국에선 체력과 전술 훈련에 매진했고 제주로 넘어가서 세밀한 부분을 가다듬으며 연습경기를 치렀다"고 했다.
연습경기에서는 완성도를 다듬었다고 말한다. "세밀한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며 "K리그2 소속이다보니 같은 리그 팀들과 연습경기가 성사되지 않는다. 강원 FC, 제주 유나이티드 등 강팀들과 붙어서 승리는 못 했지만 마지막에는 점차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처음보다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천안팬들에게 "기대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오랜만에 천안에서 프로축구가 열리게 됐다.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다이내믹한 경기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경기장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즐거운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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