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유망주들 출동…LG 신인 박명근 1이닝 무실점 호투로 눈도장
LG에선 차명석 단장과 김재현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다저스에선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전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 출신인 크리스 우드워드 코치가 자리했다. LG 케이시 켈리의 아버지인 팻 켈리(신시내티 레즈 트리플A 루이빌 배츠 감독)도 아들의 경기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았다.
한국 프로야구 팀과의 연습 경기에 다저스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건 연습 경기에 나서는 다저스 유망주들 때문이었다.
이날 다저스 선발로 등판한 투수는 닉 프라소였다. 닉 프라소는 지난해 8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다저스가 미치 화이트와 알렉스 데 헤수스를 내주고 모이세스 브리토와 함께 다저스로 이적한 선수였다. 당시 닉 프라소는 트레이드로 오자마자 다저스의 유망주 26위에 올랐고, 2023시즌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다저스 유망주 탑 30에서 11위로 꼽은 선수다.
닉 프라소는 2020년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더블 A로 승격했고, 이후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상황이다.
포수 카슨 테일러는 2020년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외야수로 출전한 호세 라모스는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외야수 유망주로 손꼽힌다. 달톤 러싱은 2023년 메이저리그 TOP 100 유망주에 포함이 된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 관심을 끈 건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셸비 밀러와 애덤 콜라렉의 등판이었다. 셸비 밀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보장 금액 150만 달러의 규모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밀러는 201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167경기 38승 58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애덤 콜라렉은 2020년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다. 그러나 2020시즌이 끝난 후 다저스는 애덤 콜라렉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했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콜라렉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다저스로 불러들였다.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최고의 팜 시스템을 자랑한다. 다저스로선 실전 경기를 통해 팀 뎁스를 체크했을 것이다. LG는 그런 다저스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지만 공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1-6으로 패했다.
LG는 주전 선수 6명이 WBC대표팀에서 뛰고 있어 이날 경기에는 서건창(2루수) 홍창기(좌익수) 송찬의(1루수) 문보경(3루수) 김민성(지명타자) 문성주(우익수) 박동원(포수) 손호영(유격수) 신민재(중견수)의 선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 합의 사항으로 투수당 한 이닝 20개 정도의 투수구 제한을 뒀고, 10회 초까지 진행됐다. LG의 선취점이자 이날 유일한 득점은 1회 나왔다. 1번타자 서건창이 내야 안타로 출루했고, 다저스 선발 닉 프라소의 폭투로 서건창이 2루로 진루했다가 홍창기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LG 투수는 신인 박명근이었다. 박명근은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 이민호, 강효종에 이어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21개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이 146km/h까지 나왔는데 이는 에이스 케이스 켈리의 144km/h보다 더 높은 구속이었다.
라온고 출신인 박명근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염경엽 감독이 KBO 기술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눈여겨봤던 터라 박명근은 LG 신인 선수들 중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선수였다.
다저스와의 연습 경기 다음 날 LG 훈련장에서 만난 박명근은 프로 입단 후 처음 갖는 실전 경기라 긴장보다는 설렘이 앞섰다고 말한다.
“첫 연습 경기다 보니 손 감각이나 변화구에 부족함을 나타냈고, 몸에 맞는 볼이 나와 아쉬웠다. 아직 몸의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 투구 내용은 아쉽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명근은 다저스의 사이드암 투수인 애덤 콜라렉의 투구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라고 들었는데 독특한 투구폼으로 빼어난 구위를 자랑했다. 구위는 물론 제구와 구속 등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투구해서 빅리그 선수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으로 메이저리거의 투구를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굉장히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박명근은 신인 드래프트 전부터 키 174cm, 75kg의 체형이 프로에선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받았다. 하지만 그는 야구에서 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키가 크든 작든 똑같은 공으로 똑같이 시합에 임한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제대로 던지는지, 변화구를 잘 던질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지 체형은 야구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박명근은 스프링캠프 동안 구속을 늘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구속보다는 제구와 변화구를 가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는 터라 LA 다저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최고 구속이 146km/h를 찍은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박명근은 “투수한테 가장 중요한 건 회전력과 전진력”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긴다.
“나는 신인이지만 누구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내 자리를 찾아가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닮고 싶었던 (정)우영 선배 옆에서 좀 더 야구를 깊이 배우려면 1군에 살아남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1군 생존 여부다.”
염경엽 감독은 다저스전 박명근의 호투에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 선수를 보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투수의 기본기부터 멘탈까지 잘 갖추고 있는 박명근이 올 시즌 팀의 5선발 후보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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