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연봉 100억 원대, 빌딩·자산운용사 사들여 화제…“1조 원의 남자” 최치열 대사 과장 아니야
굴지의 어느 대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연봉 이야기가 아니다. 사교육계의 VVIP로 통하는 이른바 ‘일타 강사’(1등 스타강사)의 말이다. 매년 순수익으로 100억 원을 버는 주인공은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일타 강사로 통하는 이지영 씨다. 입시업체 이투스교육 소속인 그는 얼마 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현금 130억 원이 들어있는 통장 잔고를 공개하는 가하면, 5억 원대에 달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부터 페라리, 맥라렌을 소유한 재력을 과시해 화제를 모았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웬만한 재벌이나 연예인이 부럽지 않은 특급 셀럽으로 통하는 일타 강사의 존재감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산된 데는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전도연‧정경호 주연의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웠던 존재, 일타 강사의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1조 원의 남자” 과장 아닌 ‘현실’
3월 5일 막을 내린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반찬가게 사장님 남행선(전도연 분)과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의 로맨스를 그려 인기를 끌었다. 수험생 학부모와 일타 강사의 사랑이 싹트는 무대는 다름 아닌 사교육 1번지로 묘사된 녹은로. 서울 대치동 일대 학원가를 빗댄 지역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 캐릭터는 일타 강사. 드라마의 주인공으론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희귀 캐릭터의 등장은 성공했다.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 일거수일투족 주목받는 세간의 관심, 연봉 백억대 재력을 갖춘 일타 강사의 면면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덕분에 첫 방송에서 시청률 4%(닐슨코리아)로 출발한 드라마는 매회 기록 상승을 거듭해 마지막 회에서 최고치인 17%를 달성했다.
일타 강사는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 메이저급 교육업체에 소속돼 현강(현장 강의)과 인강(인터넷 강의)이 가장 먼저 마감되는 강사를 지칭한다. 해당 과목의 인강 매출이 가장 높은 강사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왕관’ 같은 타이틀이다.
‘일타 스캔들’에서 최치열은 자신을 “1조 원의 남자”로 소개한다. “현강, 인강, 교재 출판에 부가가치까지 더하면 연평균 1조 원의 가치를 만든다”는 대사를 직접 읊는다.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다. 실제로 입시 시장에서 현강과 인강, 교재 판매에서 ‘완판’을 거듭하는 일타 강사는 드라마가 묘사한 최치열,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춘 사교육계 VVIP다.
#‘현실의 최치열’ 수학 일타 현우진
일타 강사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인물은 수학 일타 현우진 씨다. ‘일타 스캔들’ 제작진에게 일타 강사의 세계를 자문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한 유학파다. 대부분의 일타 강사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출신인 점과 달리 미국 명문대학을 차석으로 졸업한 화려한 스펙, 중위권부터 상위권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강의 실력, 자체 제작 교재의 인기에 힘입어 사교육을 대표하는 일타 강사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직접 제작한 교재 ‘뉴런’이 처음으로 99만 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0만 권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사교육계 파워맨이다.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독설 화법은 현우진 씨를 인기 일타 강사로 이끈 또 다른 동력이다. SNS(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는 ‘현우진 어록’ 영상도 연일 화제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내가 왜 성공했을까? 재능일까? 노력일까? 운일까? 셋 다지!”, “얘들아, 붕어빵처럼 살면 안 돼. 누군가 와서 뒤집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면 다 타 죽어”, “오늘도 힘들었지? 내일은 더 힘들 거야” 등의 말을 쉼 없이 쏟아낸다. 물론 지친 수험생들을 향한 위로와 애정의 말도 잊지 않는다.
#320억 원대 빌딩 현금 매매
일타 강사의 영향력은 이들의 재력에서도 드러난다. 현우진 씨는 2018년 서울 논현동 소재 320억 원대 빌딩을 대출 한 푼 없이 사들였고, 2017년에는 분양권이 25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PH129에 입주해 화제가 됐다.
일타 강사를 ‘모셔 오는’ 이적 작전은 프로야구 특급 선수의 이적 전쟁만큼이나 치열하다. 어느 강사가 오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매출이 달라지고, 주가에도 영향을 마치기 때문이다. 대성마이맥 국어 일타 강사 유대종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시업체 두 곳으로부터 각각 50억 원, 90억 원의 이적료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런가하면 대치동 학원가 논술 일타로 꼽히는 여상진 씨는 지난 2016년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약 200억 원에 인수해 교육 관련 사업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교육계 인사가 자산운용사를 사들인 건 처음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돈을 버는 일타 강사들의 수익은 전적으로 ‘실력’과 ‘인기’에서 나온다. 학생들이 학원과 인강 플랫폼에 지불한 강의료를 일정한 배분율로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강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타 강사의 수입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입시 업계의 설명이다. 배분율은 강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인강의 경우 보통 업체와 강사가 7 대 3의 비율로, 현강은 강사와 학원이 6 대 4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째 100억 원대 연봉을 유지하는 이지영 씨는 2022년 6월 유튜브 ‘세바시’ 강연에서 수입 구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연간 그가 올린 매출은 개인 교재 59억 원, 강의 판매 218억 원, 현장 강의 39억 원 등 약 316억 원에 달한다. 총 매출에서 50~70% 정도를 강사가 순수익으로 챙긴다.
#수험생보다 혹독한 일상
100억 원 이상의 연봉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일타 강사들은 수험생보다 더 치열하고 혹독한 시간을 보낸다. 달라지는 입시 정책과 흐름에 맞춘 수업 진행과 기출문제 분석, 그때그때의 경향을 반영한 교재 개발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매번 바꿔 입는 명품 의상부터 헤어와 메이크업, 말투, 심지어 개그 멘트까지 준비해 수업을 구성한다. 빡빡한 현강 스케줄과 인강 녹화 및 교재 준비 등으로 매일 분 단위로 짜인 스케줄에 따라 하루 3~4시간씩 자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수업 준비와 교재를 총괄하는 실장을 두고, 그 밑에 많게는 20~30여 명에 이르는 조교들을 채용해 팀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기출문제 분석부터 자체 모의고사 출제, 난이도를 조절한 교재 개발 등을 맡는다. 또한 현강이 끝나고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은 일타 강사와 동행한 6~7명의 조교들이 대신 받는 식이다. 조교들은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거나 수능 만점 등 고득점자들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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