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다져지는 4월이면 본궤도 오를 것…김천 상무가 라이벌”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9일은 K리그2 개막 이후 초반 일정을 보내는 때였다. 안양은 2라운드까지 1승 1무로 리그 3위에 올라 순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우형 감독은 "아직은 어수선한 분위기"라는 내부 평가를 차분히 전했다.
"어느 때보다 팬들, 안양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리그 경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빠르게 우리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2022시즌 안양은 지상 과제였던 승격을 손에 잡는 듯했으나 좌절했다. K리그2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수원 삼성을 상대로 1차전 홈경기에서 비겼고(0-0) 2차전에서도 1-1 무승부를 거뒀다. 연장전에 끝나가는 순간 상대 공격수 오현규에게 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우형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단순히 '아쉬움'이라는 말로 그때를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무엇보다 경기를 마치고 찾아온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정말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눈물을 참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차라리 경기 내용에서 완전히 밀렸다면, 큰 점수차로 졌다면 그런 기분이 덜 들었을 것이다. 연장 후반 15분이 다 돼서 실점했다. 우리는 승부차기까지도 준비가 된 상황이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라고 말했다.
아픔을 안긴 오현규지만 기량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 감독 역시 선수 시절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오현규의 능력을 특히 높이 샀다. 그는 "내 시각에서는 국내에서 최고 잠재력을 가진 공격수라고 생각한다. 수비수가 가장 상대하기 싫어하는 유형이다. 지금도 셀틱에서 잘하고 있지 않나. 비록 작년 우리를 상대할 때는 미웠지만(웃음)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감독의 시련은 승격 좌절에서 끝이 아니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김경중, 백성동, 아코스티, 정민기 등이 이적해 전력 공백이 생겼다. 모두 팀의 핵심 전력이었다. 이 감독은 "당연히 감독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민구단으로서 한계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빠르게 팀을 추스르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2023시즌 재도약을 위해 팀을 가다듬었지만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이 감독은 전지훈련 과정에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보강된 선수들도 장점이 있기에 우리 색깔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한 탓에 전지훈련 과정에서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 극히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시즌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다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되는 시점에는 팀으로 단단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긍정적인 면으로 결과를 내고 있는 상황을 꼽았다. 그는 "경기력은 정말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다행인 점은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경기 모두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못 했다. 그럼에도 승점 4점을 따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서 귀중한 승점이 돼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안양 구단은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승격을 눈앞에 뒀던 만큼 이번 시즌의 목표는 승격이다. 이 감독은 "창단 10주년이자 안양시 승격 40주년이다. 우리가 승격만 한다면 정말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 수 있다"며 "구단주이신 최대호 시장도 그렇고 팬들, 구단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1부리그 승격을 말씀하신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꼭 이뤄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0년의 역사를 이어온 안양이지만 승격 후보로 거론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년간 정규리그 2위와 3위를 차례로 기록한 것과 달리 이전까지 안양은 4위권 이내 성적을 기록한 시즌이 단 한 번뿐이다. 창단 초기 지휘봉을 잡았던 이우형 감독이 복귀한 2020시즌부터 K리그2의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전력강화부장을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팀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기회가 됐다. 주제 넘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리그가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을 단단하게만 만든다면 어느 정도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 밖의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선수들의 훈련 환경 등도 개선하려 노력했다. 안양이 달라지는 또 하나의 기점은 지금은 떠난 선수지만 김경중의 영입이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직접 협상을 했다. 당시 구단으로선 다소 무리한 조건에 경중이를 데려왔다. 그게 소문이 잘 났던 것 같다. 김경중 이적 이후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고 안양이 점차 강해졌다."
구단주 최 시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처음부터 그에 대한 시각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시민구단은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구단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나. 처음 최대호 시장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정치인 중 한 명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누며 최 시장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이다. 정치인이기 전에 ‘진짜 축구팬’이다. 우리 원정 경기 응원까지 다니는 것은 이미 유명하고, 정치 입문 전에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 후원 회장을 맡아 월드컵 현지 응원까지 갔다 왔다더라. 새 시즌이 돼서 선수단 배번이 바뀌면 나도 헷갈리는데 시장님은 선수 등번호를 다 기억한다. 새벽에 열리는 해외축구 경기도 다 챙겨보고 이야기를 한다. 금전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는 있지만 언제나 구단과 선수들에게 지원을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며 안양 구단은 역대 베스트11, 레전드 8인을 선정했다. 이우형 감독은 레전드 부문에 지도자로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당연히 감사한 마음이 크다"면서 "나에게도 안양은 특별한 구단이다. 감독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작했지만 프로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 갈증을 해소해준 구단이 안양이다. 창단을 함께 했고 한 번 이별을 했음에도 전력강화부장을 맡았고 감독으로 복귀했다. 내가 언젠가 팀을 떠나더라도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승격을 이루는 데 꺾어야 할 대상으로 이우형 감독은 K리그2 우승 1순위 김천 상무를 꼽았다. 김천은 지난해 부진으로 K리그1에서 강등이 됐지만 여전히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보유한 강팀으로 평가받는다. 이 감독은 "안산이 우리를 라이벌로 지목했는데 나는 다른 팀보다 우승 후보인 김천을 꼽고 싶다. 전력 면에서 김천이 우리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어떤 시각에서는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김천을 목표로 해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우리부터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그는 승격 이후 그림까지 구상하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현재로선 오직 이번 시즌 성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가끔 상상은 해본다. 팀이 1부리그에 올라가고 명문 구단으로 더 성장하길 바란다. 안양에서 시작해 스타로 성장한 조규성, 맹성웅, 정민기 같은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고 팬들도 환영해주는 모습이 멋지지 않을까. 나는 팀에 있지 않더라도 언제나 응원을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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