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두 명의 여성이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피해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고영욱의 오피스텔 용도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그렇지만 같은 날 고영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두 명의 여성이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연예관계자들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고 풀이할 정도다. 도대체 고영욱은 왜 한 명도 아닌 세 명의 여성에게 연이어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한 것일까.
#사면초가 내몰린 고영욱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18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희망은 분명히 있었다. 피해자가 13세 이하가 아닌 18세이므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는 점이 밝혀진다면 고영욱은 혐의를 벗을 수 있었기 때문. 물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20세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 최소한 재기의 발판은 마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두 명의 피해자가 더 나타났다. 게다가 이 가운데 한 명은 열네 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13세 이하는 아닌 만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고영욱을 처벌할 순 없다. 게다가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처음에 문제가 된 18세 피해자의 경우 고영욱이 두 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정했다. 반면 다른 두 피해자의 경우 고영욱이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경우 혐의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 이미 수년이 지나 증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영욱의 처벌 여부만 놓고 볼 경우 강제성 유무를 놓고 벌이는 고영욱과 피해자의 공방이 한 건에서 세 건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아직 고영욱이 세 건에서 모두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미지는 이미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야기한 성관계가 세 건이나 있었다는 점과 그들이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가운데 한 명은 성관계를 가질 당시 나이가 열네 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민망한 나이다.
#그는 무도회장의 황태자?
이처럼 고영욱이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면서 그의 평소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도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동료 연예인이나 연예관계자들이 말하는 평소 고영욱의 모습에서 다소 상반된 부분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고영욱이 나이트클럽과 같은, 소위 말하는 무도회장을 즐겨 찾았다는 점은 연예계에서 많이 알려진 이야기였다. 그룹 룰라의 멤버로 전성기를 누릴 당시부터 무도회장을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당시엔 ‘무도회장의 황태자’로 불렸다고 한다.
여자를 좋아했다고 얘기도 들리지만 주변 사람들이 전하는 얘기는 다르다. 한 중견 가요 매니저는 “룰라 시절부터 (고)영욱이를 알고 지내왔는데 그다지 여자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무도회장에 자주 갔고, 가면 정말 인기가 좋았다. 여자들도 많이 만났지만 그런 면에선 깔끔한 편으로 알려져 있고 별다른 문제에 휘말린 적도 없다”고 회상했다.
방송인으로 변신한 뒤에 고영욱을 알게 된 연예관계자들도 평은 비슷했다. 대부분 그를 예의 바르고 진지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한 동료 연예인은 “말수는 많지 않지만 늘 진지한 태도로 주위 사람을 대해서 예의 바르고 생각이 깊다는 느낌을 받았었다”며 “이번 사건을 접하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만 밝힌다?
연예관계자들이 깜짝 놀란 건 고영욱을 고소한 여성들 가운데 두 명이 미성년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18세 피해자의 경우 고영욱이 정말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14세 피해자가 추가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항간에선 고영욱이 10대 미성년자에게 집착하는 성적 취향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고영욱과 친분이 있는 연예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그런 취향을 가진 이들은 미성년자에게만 집착한다고 하는데 고영욱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며 “고영욱은 20대 여성들과 여러 번 교제했다. 처음엔 열여덟 살이라는 여성도 본인은 성인으로 알았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열네 살 여성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는데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했다.
▲ 고영욱의 오피스텔.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이제 경찰 수사는 성관계의 강제성 유무와 상습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연예인 데뷔를 빌미로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며 성관계를 갖는’ 패턴의 상습성이 드러날 경우 고영욱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전망이다. 이미 세 여성이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에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과 성관계를 갖는 과정에서 상습성이 드러날 경우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라는 고영욱 측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고영욱이 18세 피해 여성과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장소로 알려진 오피스텔도 화제가 되고 있다. 모친에 대한 효성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고영욱은 평소 모친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오피스텔은 개인 사무실 용도로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예인인 그가 개인적인 사무실을 만든 까닭을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이곳에서 18세 여성과 술을 마신 뒤 두 차례의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 결국 개인적인 은밀한 장소가 필요해 만들어 놓은 공간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피해 여성들 역시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는 상습성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고소장이 접수된 3명의 여성 외에 또 다른 피해여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유명대학의 A 교수가 10대의 성폭행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10대 소녀들을 심층면접하는 과정에서 고 씨에게 성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확인한 것이다. A 교수는 “2009년 연구차 10대 소녀들을 면담하던 중 두 명이 고 씨에 대해 진술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을 “스타파워를 이용한 성폭력”으로 해석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은 이제 고 씨가 연예인 신분을 이용해 10대 소녀들을 상습유인했는지를 가리는 작업으로 확전될 분위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