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대표팀 월드컵 명단 위주 구성 안정적 출발…“1-0보다 4-3 승리가 좋아” 공격 축구 변신 암시
#첫 선택은 안정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3일 평가전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도박'보다 '안정'을 택했다. 약 3개월 전 마무리된 2022 카타르 월드컵 명단에서 2명만 교체됐다. 클린스만은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월드컵에 나섰던 명단을 위주로 하겠다"고 밝혔다. 예고대로 크게 다르지 않은 선수단이 구성됐다.
월드컵 멤버 2명이 빠진 것은 취향이나 전술적 이유가 아닌 부상 탓이었다. 측면 수비수 홍철(대구)과 윤종규(김천)는 현재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자리를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셀틱)와 측면 수비수 이기제(수원)가 메웠다. 오현규는 예비엔트리에 선발돼 카타르에 동행했던 자원이다. 이기제도 대표팀을 오간 바 있다.
취임 이후 첫 일정인 만큼 스타일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대표팀을 어느 정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수들과 대화 이후 이전의 팀 스타일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현 국가대표 선수 다수가 벤투 감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에 첫 두 경기에서는 지난 대표팀의 모습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역시 짧은 기간 탓으로 풀이된다. 그에게는 입국 이후 명단 발표까지 5일의 시간밖에 없었다. 그 사이 현장에서 직접 관전한 경기는 FC 서울과 울산 현대의 K리그 맞대결뿐이었다.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입힐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4강
이른 새벽 시간 한국 땅을 밟은 클린스만 감독의 입에서 나온 첫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그의 계 약기간은 약 3년 5개월로 다음 월드컵 본선까지다. 아시안컵은 임기 중 월드컵 본선 이전 가장 중요한 대회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가장 장기간 강팀으로 군림해왔지만 유독 아시안컵과 인연이 없었다. 17회가 진행된 대회 역사에서 대표팀의 마지막 우승은 6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5년 대회에선 결승전까지 도달했으나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임자들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으로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최근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한 감독들에게는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6~7월 열리는 월드컵이 막을 내리고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 전임 감독들은 이듬해 1월 열리는 대회에 나서야 했다. 벤투 감독의 경우 부임 5개월도 되지 않은 기간 내 아시안컵에 나섰다. 자신의 색채를 팀에 입히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약 10개월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주어졌다.
월드컵의 대회 규모가 달라지며 아시안컵 비중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에 48개국이 참가한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시아에 배분된 본선 티켓이 8.5장이다. 확실히 본선 진출이 더 쉬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앞뒤 따질 것 없이 아시안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동안 아시안컵에서 성과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우승컵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 최상위권 무대에 있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아시아 축구가 생소할 수 있지만 월드컵 말고도 아랍컵을 지켜봤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기술연구그룹(TSG) 활동을 하며 카타르, 사우디 등이 참가하는 아랍컵(2021년 개최)을 지켜보며 분석한 경험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당일 오후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장기 목표로 '월드컵 4강'을 이야기했다.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 성적을 제시하기 조심스러워하던 벤투 감독과 다른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영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16강 이상을 고려해 선임했다는 뜻을 전했다.
다가오는 월드컵은 규모가 커졌기에 토너먼트 단계도 늘어났다. 조별리그는 기존 방식대로 4개국이 경쟁하지만 토너먼트는 32강부터 시작된다. 토너먼트는 한 번의 패배로 대회 탈락이 확정되기에 변수가 크다. 대회 일정이 길어진 만큼 선수단 체력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시절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으며 감독으로선 독일을 이끌고 3위, 미국을 이끌고 16강 진출을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제시할 방향은
단기적·장기적 목표를 밝혔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질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국의 월드컵 활약에 대해 평가하면서 '배고픔, 투지'를 말했고, 앞으로 '끝까지 하려는 믿음과 자신감을 심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열린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가해서도 지난 월드컵을 돌아보며 선수들의 정신적 부분에 집중했다.
그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한 가지 키워드는 '공격'이었다. 선수시절 당대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취임 일성을 발표하며 "공격을 선호한다. 1-0 승리보다 4-3 승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아직 첫 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기에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표팀의 공격지역, 특히 최전방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황의조(서울), 조규성(전북) 등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오현규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후 시도할 변화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는 "이번 명단은 지난 월드컵을 대체로 따랐지만 공격진 구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지난 2~3년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중앙 공격수는 주민규(울산)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이라면 분명 활용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K리그 개막 초반이지만 출발이 좋은 주민규다. 그는 지난 12일 클린스만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골맛을 봤다.
이외에도 이번 명단에선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이정협(강원), 김건희(삿포로), 조영욱(김천), 정상빈(취리히) 등은 선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자원이다. 이들은 벤투 감독 시절에도 대표팀에 발탁된 경험이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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