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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도 ‘발끈’ 이해찬 후보가 지난 2006년 총리 시절 대정부질의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이 이해찬 후보의 독주가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이 후보와 김한길 후보의 초 접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가 김 후보가 짜놓은 프레임에 된통 걸려들었다는 얘기다. 그 프레임은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이번 경선 최대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 후보로서는 절대로 피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번 경선의 초반전은 김 후보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전략통, 책사로 꼽히는 두 사람의 지략 대결에서 이 후보가 철저하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선이 ‘김한길 프레임’대로 흘러가는 데에는 이해찬 후보의 ‘버럭 근성’이 큰 역할을 했다. 나쁘게 얘기하자면 이 후보가 제 발등을 찍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21일 부산 경선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맹비난한 게 결정타였다. 전날 울산에서 열린 첫번째 경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 후보는 ‘친노(친노무현)의 아성’인 부산에서 작심한 듯 김 후보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동료 가슴에 응어리 맺힐 일은 하지 않겠다고 네 번이나 참았지만 이제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김 후보는 지난 2007년 2월 ‘노무현의 실험은 이제 끝났다’면서 가장 먼저 23명의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사람”이라며 “2008년에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노무현이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돌린 사람임에도 TV토론회와 연설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버럭’은 “앞으로 그런 위선과 거짓으로 정치하지 않기를 호소 드린다”는 말로 끝났다.
김 후보의 선공에 대한 역공의 성격을 띠지만, 이날 이 후보의 발언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때부터 두 사람 간의 감정 섞인 비난전이 계속 이어졌다. 이 후보와 나머지 7명의 후보가 대결하는 ‘1 대 7의 싸움’ 양상이었던 경선 구도도 ‘이해찬 대 김한길’의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이 후보의 역공이 오히려 김 후보를 키워준 꼴이 된 것이다.
사실 김한길 후보는 이번 경선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조직적 기반이 가장 취약한 편이었다. ‘2등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만 계속 얘기했다면 김 후보가 ‘이해찬 대항마’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최고의 두뇌’로 꼽히는 이해찬 후보가 ‘버럭 근성’을 못 버리고 자충수를 뒀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해찬 후보의 다혈질 성향은 정치권에서는 유명한 얘기다. 그의 성격은 알려진 대로 직선적이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고 다혈질적인 면이 강하다. 본인 스스로 단점을 ‘버럭 화내기’라 말하고, 실제로 화가 났을 때는 소리를 질러 상대를 기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총리 시절 국회 대정부질의 때도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아니다’ 싶으면 호통을 치거나 면박을 줬다. 당시 그가 답변을 할 때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책질문을 하는 것보다 답변 스타일에 대한 꼬투리 잡기로 말싸움을 하는 진풍경을 자주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지 않으려는 이해찬 전 총리의 비뚤어진 성격 때문에 중요한 국정 현안 논의의 장을 소모적인 기 싸움으로 낭비했다”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 후보는 총리 재직 기간 내내 단 한번도 자신의 답변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고 정국은 겉돌기를 반복했다.
또한 그는 권력 의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한때 “현재의 꿈은 대통령이며, 라이벌은 없다”고 거침없이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한 번도 5%를 넘지 못했다. 이것도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국민들 눈 밖에 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당 지도부 순회투표 과정에서도 그의 ‘성질’이 다 잡은 대표직을 놓칠 수도 있는 위기로 내몰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