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며 발기부전치료제 가격이 대폭 떨어질 전망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오리지널(원본약)은 여전히 당당했다. 제네릭(복제약) 시장이 형성되면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한국화이자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화이자 측은 “비아그라는 오랜 시간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아왔기에 가격이나 마케팅에 변화를 주진 않을 계획이다. 다만 제네릭 제약사에서 특허청에 신청한 용도특허 무효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물질특허는 지난 5월 17일 만료됐으나 용도특허는 2014년 5월까지다. 만약 특허청에서 이를 다시 한 번 인정한다면 우리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애타는 쪽은 블랙마켓 쪽이다. 비아그라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매할 경우 평균 50㎖ 한 알 1만 1000원, 100㎖는 1만 5000원이 든다. 이처럼 높은 가격 탓에 블랙마켓에는 중국에서 밀수한 제품(대부분 가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단순히 보다 많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 비아그라 판매업자들을 어렵지 않게 접촉할 수 있다. 한 업자는 손님을 가장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자꾸 복제약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걱정이 되긴 한다”며 “앞으로 가격을 더 내려야 할 텐데 그렇다면 장사를 할 필요가 없다. 주변 사람들과 모이면 다른 시장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네릭 제품 출시로 인해 비아그라가 관심을 받으면서 단속도 심해져 분위기가 더욱 좋지 않다고 한다.
심기가 불편한 쪽은 블랙마켓뿐만 아니다.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고 있으나 일부 약사들의 속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시장이 활발해지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이익이 될 테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약국에서도 비아그라 유사제품을 몰래 파는 경우가 많다. 찾는 이들이 많고 그대로 수익이 되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단속이 심해지면서 그런 약사들은 울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네릭 제품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면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돌입한다”며 “이렇게 되면 약국마진은 천차만별인데 이를 정부에서 가만 지켜보지는 않는다. 공정거래규약 위반에 관련한 단속도 실시될 예정이라는 소리가 나오면서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눈치”라로 귀띔했다.
한편 의료계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문제 때문에 제네릭 제품 유통으로 인한 변화가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바라봤다. 최영혜 약사는 “제네릭 제품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비아그라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가격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한 번 처방받을 때마다 5만~10만 원씩 하는데 제네릭 제품이라면 2만~3만 원대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요즘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해 제대로 유통이 이뤄지려면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리베이트 문제로 의사들이 괜한 오해를 받기 않으려 애쓰고 있다. 제약사 직원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여러 제약사에서 한꺼번에 제품이 쏟아질 경우 어느 특정 한 곳만 처방하면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른다”며 “이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을 막고자 오리지널 처방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수 비뇨기과 원장 역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약국에서 제품이 구비돼야 처방을 내릴 수 있고 의사들도 모든 제품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가격 인하로 인해 중국산 제품이 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한국만 ‘제네릭’ 광풍 부는 까닭
치료제를 정력제 취급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규모는 1000억 원이 넘었다. 이중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가 4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와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토종 제약사들도 비아그라의 아성을 따라잡으려 속속 신약을 발표했으나 10년이 넘도록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그라의 특허 만료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결국 너도나도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고 CJ제일제당 일동제약 삼진제약 등 18개 제약사의 33품목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곳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회사 관계자는 “화이자나 릴리를 제외하고는 발기부전치료제를 중점에 두는 회사는 거의 없다. 이미 화이자가 세계적으로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같은 분야에 신약개발 및 제네릭 출시를 위한 시간과 비용보다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유명 외국계 제약회사들은 국내에서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아그라가 탄생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비아그라가 치료제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는 정력제로 남용하고 있어 제네릭 광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특성에 국내 제약사의 영업부는 외국계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력을 통해 홍보를 하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 제네릭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