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 매장. 올리브영은 업계 전체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1층에 오픈한 분스 1호점. 유장훈 기자 |
‘드러그스토어’는 미국 홍콩 일본 등지에서는 편의점만큼이나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름마저 생소하게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드러그스토어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포함, 화장품·건강보조식품·식음료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종종 약사가 상주하며 일반적인 약국 형태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9년 CJ제일제당이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하며 ‘CJ올리브영’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GS리테일의 ‘왓슨스(Watsons)’와 코오롱웰케어가 운영하는 ‘더블유스토어(W-store)’가 줄이어 등장했다. 이 중 CJ올리브영은 174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헬스&뷰티 스토어’라는 신개념 매장을 도입하며 지난해에는 업계 전체 매출 3260억 원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한 드러그스토어 업체 관계자는 “선두업체가 모든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는 가파른 성장만을 남겨둔 상황”으로 전망한다. 시장 확대에 최대의 걸림돌이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정용진 부회장의 드러그스토어 진출은 별다른 의문점을 남기지 않았다. 신성장 동력을 강조하는 정 부회장에게 그만큼 매력적인 사업이었기 때문. 오히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사촌기업 CJ와 격돌하는 만큼 ‘대단한’ 무언가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컸다.
주위의 지나친 관심 때문인지 신세계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새로운 사업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펴기는커녕 오픈 직전까지 브랜드에 대한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입점 업체들마저도 상호명이나 어떤 형태로 매장이 운영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은 바가 없을 정도였다. 또한 기존의 드러그스토어가 로드숍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반해 신세계는 이마트나 백화점에 입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의 업체와 최대한 마찰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러 드러그스토어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뭐 하나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없어 불안감은 있었지만 입점 조건도 나쁘지 않은 데다 대기업이란 점을 믿고 들어갔다”며 “다만 일부 브랜드는 이마트에 입점해 있어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말로는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지만 신세계 내부에서는 CJ를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며 “CJ올리브영과 결별한 아모레퍼시픽 입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깔 결정부터 인테리어 하나까지 꽤나 공을 들였다. 매장의 조명 높이 하나도 일일이 체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실체가 공개되자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더 컸다. ‘분스(Boons)’라는 이름으로 지난 4월 20일 경기도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1호점을 오픈했지만 “매장만 크다”는 평만 나온 것. 역대 최고 백화점 매출을 기록할 때도 분스만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또 다른 입점 업체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기대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우리 제품이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손님이 적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평일 오후 기자가 직접 분스를 방문했을 때도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드물게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도 백화점 입구로 착각해 들어와 곧바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였다.
▲ 이재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
강남이나 명동은 CJ올리브영을 비롯해 기존 업체들이 몇 개씩 매장을 열고 있는 격전지인 만큼 어떤 쪽으로든 승부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CJ올리브영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앞서의 드러그스토어 업체 관계자는 “분스가 로드숍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들었다. 기대 이하의 반응에 만발의 준비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게다가 일부 매장은 경쟁사 인근에 생기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분스에 대해 “크게 신경은 쓰고 있지 않는다.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소비자는 ‘환영’ 업계는 ‘환장’
‘잡식 공룡 이마트’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유통업계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병행수입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과열된 수입 물가를 바로잡고자 병행수입을 장려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질서를 흐릴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이마트는 이랜드가 독점으로 수입·판매하고 있는 ‘뉴발란스’ 인기 모델 ‘574 시리즈’ 정품 12종 판매를 시작하며 병행수입의 정점을 찍었다. 백화점 판매가인 9만 9000원보다 30% 저렴한 가격인 6만 9000원에 1만여 켤레를 수입한 것. 이마트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반응을 보고 추가 수입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마트는 해외 유명 브랜드 향수나 가방부터 청바지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단기적인 행사라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제품이 다 소진되면 본래 판매하던 업체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 또한 그룹 내부적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독점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나 수입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신세계백화점과 부딪치는 점도 해결 과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