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좋은 물건…어렵지 않아요~
최근 수도권 부동산경기 침체로 범강남권(강남 3구, 강동, 과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분양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이 분양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청약 결과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분양한 오산 세교가 1023가구 모집에 566가구가 미분양됐으며, 인천 서창2(566가구 중 349가구), 의정부 민락2(842가구 중 496가구), 고양 원흥(3183가구 중 546가구 미분양) 등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구월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저렴한 분양가를 꼽는다. 이 아파트는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790만 원선. 2010년 말 사전청약 때보다 일반분양가를 3.3㎡당 60만 원쯤 내렸다. 분양 총액은 51㎡형이 1억 7600만 원, 59㎡형이 2억 500만 원, 74㎡형이 2억 4300만 원, 85㎡형이 2억 7000만 원이다. 게다가 저층인 1~3층은 최대 5%까지 할인해 가격이 더 저렴해졌다.
2010년 남인천톨게이트 부근에 분양한 서창2지구 보금자리주택과는 비슷한 수준이고, 구월동과 간석동 인근 단지와 비교하면 10~20% 낮다. 서창2지구의 분양가는 3.3㎡당 59㎡는 750만 원, 84㎡는 780만 원, 84㎡ 초과는 830만 원으로, 도심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단지’로 손꼽혔다. 서창2지구를 분양할 때만 해도 구월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900만 원대로 예상했다.
민간단지와 비교하면 분양가 경쟁력은 더 커진다. 구월 롯데캐슬 골드와 구월 힐스테이트의 현 시세가 3.3㎡당 850만~88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2%가량 낮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 간석래미안 84㎡(3억 4500만 원)와 비교할 경우 7500만 원(20%) 정도 저렴하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구월 롯데캐슬이나 힐스테이트는 보금자리주택만큼 저렴한 대단지 아파트로 손꼽힌다”면서 “이들 단지보다 분양가를 낮춘 것이 실수요자들을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인천 도심에 신규 분양이 없기도 했다.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가 들어서는 남동구 구월동은 인천 구도심 생활권에 속한다. 인천지역에 2008년 이후 송도, 청라, 영종 등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수만 가구가 신규 분양을 했지만, 정작 인천 도심 생활권 수요를 뒷받침할 분양은 없었다.
‘선수촌’ 아파트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하기도 했다. 2010년 사전청약을 할 때만 해도 구월지구는 수도권 보금자리지구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양 가격이 인근시세의 반값으로 공급된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와 달리 수도권 보금자리는 인근시세의 70~85% 수준인 데다 김포한강신도시, 청라지구, 영종 하늘 도시, 송도 등 민간분양 미분양 아파트도 쌓인 상태라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올해 3월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촌·미디어촌 단지로 지정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촌 단지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는 선수와 미디어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단지 구성이나 조경, 내·외관 디자인을 일반적인 단지보다 쾌적하고 우수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역대 선수촌 아파트 가격이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선수촌 아파트인 잠실 아시아선수촌은 3.3㎡당 매매가가 인근 시세보다 350만 원 높은 3237만 원 수준이고, 1988년 서울올림픽의 미디어촌으로 사용된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시세는 인근 방이동 평균보다 3.3㎡당 100만 원 정도 가격이 높다.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기간을 완화한 5·10 부동산대책 효과도 있었다. 당초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은 7~10년이었으나, 5·10 대책으로 4~8년으로 줄어들고, 거주의무기간도 시세의 85% 이상은 5년에서 1년으로, 70~85% 미만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3월 분양한 고양 원흥지구는 전체 가구의 43%인 1375가구가 미분양이었지만, 6월 23일부터 이틀간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한 선착순 접수를 한 결과 1198명이 몰리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고양 원흥지구는 1년 거주의무기간만 채우면 전매가 가능하다.
인천도시공사도 이 같은 일반분양 청약 접수 전만 해도 이 같은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특별공급 청약결과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인천도시공사 김희영 판매팀장은 “특별공급은 자격조건에 맞는지 관련 서류를 모두 검토하는 등 심사결과가 까다로워 공개하지 못했다”면서도 “어려운 분양시장 상황에서도 인천시민이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번 1차 분양에서 구월지구에 대한 탄탄한 실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768세대의 2차 분양에 대한 일정도 곧 확정할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도권을 신규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더 낮춰 분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진흥기업이 분양하는 ‘김포 한강로 더 루벤스’는 최근 분양가를 3.3㎡당 750만 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책정한 분양가(3.3㎡당 770만 원)에서 20만 원 낮춘 가격이자, 인근 시세(3.3㎡당 1000만 원)보다 25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한양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에 짓는 ‘수원 영통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000만 원으로 분양한다. 이 부지는 2007년 현진이 3.3㎡당 1400만 원대에 분양했던 곳으로 2007년에 비해 분양가를 30%가량 낮춘 셈이다.
지난해 최고 13 대 1의 청약률로 인기를 끌었던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도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해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이 부지는 벽산건설이 ‘서수원 블루밍 레이크’로 분양했다가 높은 분양가로 미분양된 곳. 대우건설로 시공사를 교체하고 분양가를 3.3㎡당 740만 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순위 내 마감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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