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서울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 음료' 사건의 배후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약 음료가 담겨있던 병과 범인들의 협박 전화 발신지의 출처가 모두 중국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 음료'를 건넨 뒤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건 일당의 배후에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범행에 사용된 마약 음료수.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9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국에 거주 중이며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혐의로 한국 국적 A 씨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마약 음료를 제조하고 전달한 혐의를 받는 B 씨로부터 "지인 지시로 음료수에 직접 필로폰을 탔다"는 진술을 확보해 A 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공수된 빈 음료수 병의 배송경로와 협박전화의 발신지가 모두 중국이라는 점에 주목해 역추적하는 등 다른 공범들의 소재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중국 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할 방침도 함께 밝혔다.
지난 7일 강원도 원주에서 검거된 B 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이를 퀵서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보낸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 씨가 제조한 100병 중 10여 병이 유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더불어 피해 고등학생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건 번호를 변작하는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 C 씨는 같은 날 인천에서 검거됐다. C 씨는 중국 인터넷 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변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B 씨와 C 씨가 서로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의 하나인 '점조직' 형태로 이번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을 속여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마시게 한 용의자 4명이 모두 검거됐다. 사진=강남경찰서 제공앞서 이들은 지난 3일 2인 1조로 나눠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를 개발했다"며 마약 음료수를 건넸다.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9일 기준 8명(학생 7명, 학부모 1명)으로 알려졌으며 강남구 외 다른 지역의 피해 사실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은 학생들로부터 "구매의향 조사에 필요하다"며 부모 연락처를 받아간 뒤 부모들에게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했다. 다행히 피해 학부모들은 돈을 송금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과 더불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우회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마약 음료 현장 유포를 지시한 중간책들도 추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