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VOD에 ‘펑키한 여우’ 그대로 서비스…KBS의 드라마 삽입곡 교체와 대조
4월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등장한 ‘펑키한 여우’는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1, 2라운드를 통과해 3라운드에서 가왕 ‘우승 트로피’와 맞붙었다. 결과는 89 대 10으로 ‘우승 트로피’의 4연승이 됐다. 이어 아쉽게 탈락한 ‘펑키한 여우’의 정체가 공개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호란이었다.
복면을 벗고 밝은 미소를 선보인 호란은 “1라운드에서 떨어지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때까지 남아 감사드린다”며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1라운드 때부터 따뜻하게 응원해주시는 느낌을 받아서 용기를 내서 끝까지 서있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곧 새로 싱글 발표를 할 예정이다. 기억해 주시고 많이 들어 달라”라며 “좋은 무대에 서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노래하면서 계속 너무 행복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의 모습은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호란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호란은 2004년, 2007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무려 세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는데 마지막인 2016년에는 음주운전 도중 정차 중이던 청소 차량을 들이받아 차량 안에 있던 환경미화원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01%로 면허취소 수치였던 호란은 700만 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2018년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매하고 연예계로 컴백했지만 지상파 방송까지 출연하진 못했다. 방송 활동은 OBS ‘웅산의 우연한 라이브’,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tvN ‘프리한 닥터M’ 등에 출연하는 정도로 그쳤다.
2016년 음주운전 사고 이후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지상파 방송, 그것도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에 등장했지만 거센 역풍에 부딪히고 말았다.
게다가 이날은 배승아 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사망한 날이다. 배승아 양은 4월 8일 오후 2시 2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차량 운전자에 의해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9일 새벽 1시쯤 끝내 숨졌다. 이날 배승아 양의 죽음을 하루 종일 안타까워했던 시청자들은 복면을 쓴 음주운전 3회 적발 가수의 노래를 누군지도 모른 채 들어야 했다. 그만큼 호란이 복면을 벗는 순간부터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MBC는 시청자 게시판에 “9일 방송과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시청자의 엄격하고 당연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없이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일”이라며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고,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어 MBC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 공식 클립 영상에서 호란 등장 부분이 삭제됐다. OTT ‘웨이브’에서 서비스되는 영상에서도 호란 출연 장면이 편집됐다. 그렇지만 MBC 홈페이지 VOD와 웨이브의 서비스 영상을 자세히 보면 호란은 편집됐으나 ‘펑키한 여우’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다. 다시 말해 3라운드가 끝난 뒤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호란의 모습만 편집됐을 뿐이다.
게다가 ‘펑키한 여우’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자막도 그대로다. ‘청아하지만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듯 담백하게 부르는 펑키한 여우’ ‘숨죽이고 듣게 되는 펑키한 여우의 무대’ ‘마음이 몽글몽글’ ‘따스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는 펑키한 여우’ ‘섬세한 감성 표현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등의 자막이 ‘펑키한 여우’의 노래, 다시 말해 호란의 노래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다. 복면을 쓴 ‘펑키한 여우’가 호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시청할 때 느끼는 자막의 느낌과 호란의 노래임을 인지하고 보는 자막의 느낌은 분명 다르다.
‘복면가왕’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심지어 ‘그렇게 나올 사람이 없으면 종영하라’는 의견까지 올라올 정도다. VOD 서비스에선 여전히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호란이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면만 벗지 않으면 어떤 물의 연예인도 출연할 수 있냐’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다.
MBC와 웨이브는 호란의 얼굴은 안 되지만 노래는 괜찮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렇지만 KBS의 조치를 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3월 28일 발매된 ‘오아시스’ OST Part 3 ‘CHANSON TRISTE’는 호란이 직접 작사, 가창에 참여한 곡으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아시스’에서 강여진(강경헌 분)과 황충성(전노민 분) 테마곡이다. 이 곡은 실제 방송에도 등장했다. 그런데 호란은 2016년 음주운전으로 2017년 1월부터 KBS에서 방송 출연을 정지당했고 이 조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 출연이 정지된 가수의 노래를 드라마 OST로 활용하는 건 괜찮을까. KBS는 바로 괜찮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바로 ‘제작사 부주의로 발생한 실수’라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호란이 부른 OST Part 3 ‘CHANSON TRISTE’를 향후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재방송시에서도 해당 OST 등장 부분에 다른 음악을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OST Part 3 ‘CHANSON TRISTE’가 방송에서 사라졌다.
방송 관계자들은 MBC와 KBS가 모두 호란 논란에 휩싸였지만 처한 상황이 달라 대처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 지상파 방송관계자는 “경연 방식의 프로그램이라 ‘펑키한 여우’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두 편집하면 1, 2, 3라운드가 모두 상대 경연자의 무대만 남게 돼 해당 회차 VOD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지 않고 호란 출연분만 편집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반면 KBS는 드라마 속 OST라 다른 노래로 교체만 하면 돼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MBC의 속사정은 이해되지만 아예 MBC가 홈페이지와 웨이브에서 해당 회차를 서비스하지 않는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반응도 많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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