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들, 피해자 남편 살해까지 모의한 사실 드러나…유상원 황은희 부부와 피해자, 코인 폭락 후 극한 대립
기본적으로 주범이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다. 이경우가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살인인지,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먼저 제안한 것인지에 따라 주범이 달라진다. 경찰 수사 결과는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공동정범이라는 것인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진실의 키는 범행동기에 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A 씨를 살인하려 한 동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퓨리에버코인 투자와 손해를 두고 유상원 황은희 부부와 피해자 A 씨가 왜 그토록 대립했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
#재력가 부부 피의자 신상공개
4월 12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51)과 황은희(49)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피의자 이경우 등과 사전에 범행을 공모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뒤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며 공범 피의자들의 자백과 통화 내역, 계좌 내역 등 공모 혐의에 대한 증거도 존재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직접 범행을 실행한 황대한(35)과 연지호(29), 그리고 이들에게 범행을 교사한 이경우(35)에 이어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신상정보까지 공개됐다. 다만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황대한, 연지호, 이경우 등이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데 반해 유상원과 황은희는 범행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범행을 적극 부인하는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이뤄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4월 13일 오전 8시쯤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만난 상황에서도 유상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공모 혐의 증거 존재” 경찰의 확신
사실 검찰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적극 부인하는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경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만약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오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신상정보를 공개한 경찰이 매우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그 이유를 “공범 피의자들의 자백과 통화 내역, 계좌 내역 등 공모 혐의에 대한 증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적극적인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대체적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의미다. 그만큼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에 경찰이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상원과 황은희는 사실혼 관계인 부부로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갈등을 빚던 피해자 A 씨(48)를 납치·살해하라고 이경우에게 시킨 혐의(강도살인교사)로 4월 5일과 8일 각각 검거돼 구속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2022년 9월부터 이경우에게 착수금 2000만 원 등 범행 준비자금 명목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사건 발생 직후인 3월 30일 새벽과 낮에 유상원이 이경우를 두 차례 만나 A 씨의 가상화폐 계좌를 열어본 정황도 확보했다.
게다가 경찰은 검찰 송치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변경했다. 체포 당시에는 강도살인교사 혐의였지만 강도살인 혐의로 송치한 것. 이에 대해 서울 수서경찰서는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범행 가담 경위와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공동정범으로 판단됐다”며 “피의자들이 범행 모의 단계에서 피해자의 남편에 대해서도 살해를 음모·예비한 점이 확인돼 유상원, 황은희,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5명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유상원, 황은희,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은 2022년 A 씨는 물론이고 A 씨 남편도 함께 살해하기로 공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살인을 계획대로 실행됐지만 A 씨 남편은 다른 형사사건으로 수감 중이라 미수에 그쳤고 이로 인해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질식사로 추정됐던 A 씨의 사인은 부검 결과 ‘마취제 성분 중독’으로 밝혀졌다. 황대한과 연지호가 A 씨를 납치한 뒤 허용량을 초과한 마취제를 주사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마취제와 주사기를 이경우에게 넘겨준 것은 성형외과 직원이던 이경우의 아내로 그 역시 강도살인 방조와 마취제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마약의 일종인 케타민 성분이 검출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이로써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구속 송치되며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황대한, 연지호, 이경우, 유상원, 황은희 등 5명과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송치된 20대 이 아무개 씨, 그리고 불구속 송치된 이경우의 부인 등 총 7명이 됐다.
#과연 주범은 누구인가?
유상원과 황은희가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을 당시만 해도 이번 사건의 주범은 이경우가 유력했다. 4월 9일 서울수서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납치·살인 범행을 이경우가 먼저 제안했고,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동의해 이경우에게 범행 자금 명목으로 착수금 등 7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범행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이경우에게 살인을 교사한 게 아니라 이경우가 먼저 이들 부부에게 살인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나올 경우 주범은 이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범이 되는 피의자가 가장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경찰은 4월 13일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는 과정에서 유상원과 황은희의 혐의를 강도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이날 수서경찰서 측은 “유상원 황은희 부부를 단순 교사가 아닌 적극 가담한 살해 배후이자 주범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범이 누구인지는 남은 검찰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이경우가 자백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속도를 냈음을 감안해 이경우의 자백이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체포와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경우가 자기 책임을 줄이기 위해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자백을 이어갔을 수 있어 명확한 증거나 정황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누가 퓨리에버코인으로 돈 벌었나
더욱 중요한 부분은 살인 동기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코인 투자실패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피해자 A 씨와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퓨리에버코인 폭락 후 겪은 갈등이 A 씨에 대한 납치·살해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4월 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백남익 서울수서경찰서장은 “유상원 황은희와 피해자는 상호 민·형사 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대립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퓨리에버코인 폭락의 책임을 두고 엇갈린 양측의 주장이다. A 씨는 유상원 황은희 부부의 시세조종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고 의심하는 입장이었다. 2021년 초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A 씨를 고소했는데 그 이유는 A 씨가 일부 투자자들에게 유상원 황은희 부부가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펼쳤기기 때문이다.
2021년 3월에는 퓨리에버코인 폭락의 책임이 유상원 황은희 부부 때문이라고 생각한 투자자 17명가량이 이들 부부가 묵고 있는 서울 강남 소재의 한 호텔에 찾아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1억 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일이 벌어졌다. 이에 유상원 황은희 부부는 당시 찾아온 투자자들을 공동감금·강요·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당시 호텔을 찾은 투자자 17명 가운데 이경우도 포함돼 있었다. 백 서장은 “유상원 황은희 부부는 2021년 3월 일부 투자자들이 호텔에 침입해 감금·폭행·금품·갈취를 한 일의 배후가 피해자 A 씨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유상원 황은희 부부는 퓨리에버코인 폭락의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2021년 10월에는 이들 부부가 A 씨를 상대로 코인 투자 실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하며 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A 씨가 납치돼 살해당하기 5일 전인 3월 24일부터 재판이 재개됐다.
반면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유상원 황은희 부부와 A 씨, 그리고 유니네트워크 이 아무개 대표 등을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한 것. 경찰은 유상원 황은희 부부와 A 씨에게 유사수신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2022년 11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경찰이 수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퓨리에버코인을 둘러싼 갈등이 납치와 살인으로 이어진 것인데 검찰은 퓨리에버코인을 무리하게 상장한 뒤 시세조종 행위가 맞물려 투자 피해를 유발한 사례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이승형 금융조사1부장은 4월 11일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시장조작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퓨리에버코인은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등 재정상황이 불량했는데도, 거래소에 단독 상장됐고 상장 직후 시세조종(MM·Market Making)을 통한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작전 세력이 싼값에 취득한 코인의 가격을 특정 가격까지 올려 팔아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형태)로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해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사건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설명처럼 퓨리에버코인이 무리하게 상장된 뒤 시세조종 행위가 맞물려 투자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 과정에 피해자 A 씨와 유상원 황은희 부부는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았으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본 것일까. 아니면 양측 모두 코인 시세조종 세력에게 당한 피해자들인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대립하다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것일까. 이 부분은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보다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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