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가 중요한 것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자금의 양을 줄이거나, 늘리는 일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하는 금통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당연직으로 맡게 되며, 한은 부총재도 당연직으로 금통위원을 맡는다. 나머지 5명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례적으로 임명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대통령 대신 부여하고 있다. 금통위원의 임기는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4년, 부총재는 3년, 나머지 5명의 위원은 4년씩이다.
금통위 사무실은 한은 본관 7층에 마련되어 있으며, 금통위 회의실은 15층에 자리 잡고 있다. 7층에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5명 위원의 사무실이 있다. 금통위원 사무실 배치는 ‘서열’이 적용된다. 외부추천 5명 위원 중 가장 먼저 임명된 금통위원에게 7층 사무실 중 남산이 보이는 사무실이 주어진다. 남향인 데다 남산이 보이는, 그야말로 명당자리는 단 하나뿐이다. 나머지 금통위원들의 사무실은 별다른 구별이 없다.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지난 2010년 4월 15일에 임명된 임승태 위원이 가장 선임인 덕분에 현재 남산이 보이는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임 위원은 지난 2010년 4월 물러난 박봉흠 위원(대한상의 추천)의 후임이 2년간 임명되지 않은 탓에 금통위원 중 막내역할을 2년이나 했다. 그런데 지난 4월 이주열 전 부총재를 비롯해 김대식 위원(금융위 추천)과 최도성 위원(한은 추천), 강명헌 위원(재정부 추천)이 일제히 물러나면서 단번에 김중수 총재 다음인 서열 2위로 올라섰다.
서열 3위는 지난 4월 8일 임명된 박원식 부총재이며, 같은 달 21일에 임명된 하성근 위원(금융위 추천), 정해방 위원(재정부 추천), 정순원 위원(대한상의 추천), 문우식 위원(한은 추천)은 차이가 없다. 다만 나이순으로 순서를 구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은 방뿐 아니라 회의시간에도 은근히 드러난다는 후문이다. 7층에는 금융통화위원회실이 있는데 매주 월요일마다 국내 금융시장 동향과 외환 시장 동향 등에 대한 보고가 있다. 이 주례 보고를 포함해 1주일에 두세 번 위원협의회가 열린다. 회의실에는 원탁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임명 순서대로 의장인 한은 총재 주변에 앉게 된다. 서열이 높을수록 총재 옆에 앉게 되는 셈이다.
발언도 서열 순서대로 이뤄져왔지만 지금은 개선돼 위원협의회에서는 서열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매달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는 서열 순서대로 발언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금통위원은 관료나 교수, 기업인 등 경제계 출신인사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자리다. 차관급이지만 금통위원의 연봉은 기본급 2억 3000만 원을 포함해 3억 1140만 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 차관 연봉이 1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3배나 많은 셈이다. 사무실과 개인비서는 물론 대형승용차도 제공된다. 다른 자리와 달리 정권이 바뀌어도 국적 상실이나 심신장애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4년 임기 중 해임되지 않는다.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탓에 공부할 것이 많기는 하지만 회의 의사록이 실명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은 적다. 지난해 물가가 4%대를 기록하면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의사록만 봐서는 금통위원 중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금통위원들에게 보수와 권한에 맞는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의사록을 실명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