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금융정책을 이끌고 있는 경제 수장들이다. 3인은 나름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지만 조직이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리더십과는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조직 내부나 업계의 불만이 쌓이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까닭을 짚어봤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벌레라는 평가와는 걸맞지 않을 정도로 겸손함이 몸이 배어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부딪치는 일도 극히 드물고, 언론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그렇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리더십이 너무 유약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
그동안 재정부 장관(과거 재무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포함)들은 대부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들이었다. 말 한마디로 경제와 직원들을 주무르는 인물들이었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전임 재정부 장관들도 강만수와 윤증현이라는 카리스마를 갖춘 인사들이었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경우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재정부 조직 내에도 강만수 라인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시장과 조직에 안정감을 주는 무게 넘치는 인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던 한국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윤증현 전 장관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평가에 시비를 걸 경제계 인사는 별로 없다. 또 ‘따거(큰형님)’이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이 재정부 인사들을 살뜰히 챙겼다.
이에 비해 박재완 장관은 겸손함과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문제는 카리스마 넘치는 상관들을 모셔왔던 재정부 내부에서 박재완 장관 스타일을 여전히 미심쩍어 한다는 점이다. 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모피아(옛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과 결속력을 자랑하는데 박재완 장관은 이러한 특성에 맞지 않다는 평가인 셈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부 장관 정도 되면 말 한마디로 흔들리는 시장을 안정시키고, 다른 경제부처들이 따라오게 하며, 조직원들을 휘어잡아야 한다는 인식들이 있다”면서 “박재완 장관도 훌륭한 분이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힘이나 과거 역대 장관들 같은 카리스마를 갖췄다고 보기는 좀 힘들지 않느냐”고 평했다.
이에 반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소통으로 불만을 사고 있다. 그는 한은 총재를 맡은 뒤 “불 꺼지지 않는 한은을 만들자”, “술 먹다 죽은 사람은 봤어도 일하다 죽은 사람은 못 봤다”며 한은 직원들의 야근과 주말근무를 몰아붙였다. 장기 근무한 국·실장을 대거 현직에서 배제하는 등 정기인사도 파격적으로 시행했다.
이러한 일방통행에 한은 내부의 불만은 상당하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위원장 배경태)이 김중수 총재가 온 뒤 성명서만 10여 차례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한은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5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이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중수 총재가 지난 12일 한은 62주년 창립 기념식 때 “(직원 본인은) 2류면서 1류 한은을 바라지 말라”고 한 말도 직원들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김중수 총재의 외국 명문대 박사 선호도 한은 직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김중수 총재 스스로 기자들에게 “한은의 집행 간부와 국·실장급이 해외와 지역본부를 합치면 50명이 넘는다. 이 중 연구나 분석을 맡고 있는 자리에 외국 중앙은행에선 다 박사급을 앉힌다. 중앙은행은 조사 차원이 아닌 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보다 더 아카데믹한 게 중앙은행”이라고 박사 선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김 총재가 보고서를 받고 ‘이건 석학이 썼군’ 하고 말하면 그것은 석사와 학사 출신이 썼다는 뜻이라고 한다”면서 “한은에서 오래 일한 인사들보다 박사학위자를 우대하는 태도 때문에 한은 내부에서 말들이 많더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김중수 총재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한은 내부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같은 방향성을 보여야 할 기준금리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반대로 떨어진 것. 1년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여전히 하락세다. 시장이 한국은행의 의사결정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잇단 말 바꾸기와 실언 때문에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정통 금융관료다.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시절 카드대책 발표 시 앞서 언급한 ‘관치’ 발언을 해 대표적인 관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저축은행 사태 때 잇단 말 바꾸기를 하면서 관치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지난해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당시 “당분간 영업정지는 없다”고 했지만 한 달 뒤인 2월에 부산저축은행 등 7곳이 추가 영업정지 됐다. 5월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발표된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난 후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회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소동이 일자 금융위 자료를 통해 “지금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과도한 표현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으로 이해될 것이다. 스페인 경제 규모는 그리스의 5배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장 다른 경제부처에서 금융위원장이 대공황이라는 과도한 표현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또 5월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증시 붕괴를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게 확고한 생각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통한 증권시장 사수는 나의 카드이며 필요하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