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이 최근 정 전 총리에게 세 번째 ‘러브콜’을 보냈다. 유장훈 기자 |
안철수 원장의 행보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최측근들조차도 안 원장 일정을 잘 알지 못한다. 1학기 강의를 마친 뒤 안 원장은 상당 시간을 자서전 출간작업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6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던 자서전은 수정을 거쳐 7월 말쯤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안 원장이) 책에 쏟아질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여러 현안에 대해 내용을 보완하고 추가 중이다. 자구 하나 하나 신경을 쓰고 있다. 사실상 새로 쓴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출마 시기가 더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안 원장이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 원장이 2학기 강의 일정을 잡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출마설은 더욱 확산됐다. 안 원장 역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꼭 출마를 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사회에 보탬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측은 “출마하는 것은 백 프로다.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억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안 원장이 정치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안 원장과 몇 차례 만났던 한 대학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과 경쟁할 야권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고, 본인 지지율도 정체하자 좀 더 심기일전하는 것 같다. 그게 안 원장 스타일이다. 완벽하게 채비를 끝낸 뒤 나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원장은 인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안 원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후 대규모의 지지 세력이 형성되긴 했지만 ‘대선주자 급’에 걸맞은 거물 인사들의 캠프 참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한다. 안 원장 측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시민단체 및 학계와는 달리 정치권에서의 ‘우군’ 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이미 기존의 세 후보(문재인·김두관·손학규) 쪽으로 많이 갔다. 중도의 경우 참여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보수는 체질적으로 잘 안 맞고. 올해 초부터 안 원장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사람을 만났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 원장은 4·11 총선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어차피 선거는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정치인이 실무를 맡아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안 원장이 참신한 이미지의 정치인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안 원장이 아무나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원장이 정치권을 비롯해 재계·학계에 막강한 인맥을 갖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와 회동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안 원장 진영에선 정 전 총리가 지난 6월 19일 설립한 ‘동반성장연구소(연구소)’를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 전 총리를 끌어들일 경우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 인사들을 대선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 지난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정운찬 동반성장 위원장(왼쪽)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연구소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 전 총리를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바꿔 말하면 정 전 총리가 안 원장을 지원할 경우 연구소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사업할 때부터 인재 욕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 안 원장과 정 전 총리의 연대설은 그다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둘은 올해 1월과 총선 직전 만나기로 했다가 스케줄이 어긋나 무산된 적도 있다. 두 번 다 안 원장 요청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원장의 이번 ‘러브콜’이 세 번째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공’은 정 전 총리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대권주자로서 독자적 스탠스를 취하느냐, 아니면 ‘킹메이커’로서 안 원장을 지원하느냐를 놓고 정 전 총리가 선택할 기로에 서 있다는 얘기다.
정 전 총리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안 원장과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동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논의하고 협조를 구하거나 협조할 생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총리를 향한 안 원장의 ‘삼고초려’가 그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