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군 부실급식 문제 터지면서 비판 시작…낡은 것을 낡은 것으로 바꾼다고? 젊은 간부 중심 TF 꾸려야”
유튜브 채널 ‘캡틴 김상호’를 운영하는 김상호 씨 말이다. 유튜브를 통해 군대 내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그는 육군3사관학교로 입교해 2011년 공병 소위로 임관, 6년 8개월 동안 군 복무 뒤 전역했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사관학교 입학을 독려할 정도로, 군 간부 생활에 긍정적이었다. 그는 ‘꼭 장기복무를 하지 않아도 군 간부 생활이 전역 후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씨는 2022년부터 ‘당직근무 수당’ 등 군대 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전혀 바뀌는 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로 돌아섰다.
김 씨는 “지금 군대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10년 뒤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이런 마음으로 여러 차례 군 내 이슈를 제기하자, 최근 그를 믿고 내부 제보를 하는 군 간부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김 씨는 군대에서 자식을 잃은 가족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얘기를 들어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5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국방혁신 4.0’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요신문은 경기도 안산에서 김 씨를 만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방향에 대한 그의 생각과 대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군인 대위 출신으로 군 전문 유튜버가 됐다. 전역 후 어떤 일을 했나.
“어릴 때부터 장교가 되겠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장기복무를 할 생각은 없었다. 장기복무 1차에 합격했지만, 전역했다. 군 생활 하면서 운동 차원에서 킥복싱 체육관을 다녔는데 의외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배워보고자 전역하고 퇴직금은 아내에게 주고, 세계적에서 유명한 무에타이 체육관 태국 ‘타이거 무에타이 캠프’에서 외국인과 함께 반년 정도 수련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엔젤스 히어로즈’라는 케이블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 프로로 진출했지만 국내 격투 환경이 참 열악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은퇴 시합에서 경기 중 팔이 부러져 큰 부상도 입었다.”
―유튜버가 된 배경은 뭔가.
“카페 사업을 했는데 불운이 있었다. 동업한 친구와 다툼 때문에 사업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됐다. 결국 투자한 시설비 등을 회수하지 못해 갖고 있는 돈은 다 날리고, 빚만 2억 원을 넘게 지게 됐다.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건설 현장으로 나가서 일당을 받아 일했다.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로 겸업을 하며 일을 배우기도 했다. 그때 군대에서 장교와 병으로 인연이 된 지금의 편집자가 나보고 ‘말을 잘하니까 유튜브를 한 번 해보라’고 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짧은 기간에 구독자가 모여 돈이 됐다. 몇 달 만에 70만 원 정도를 벌었는데 그때 ‘이게 돈이 되는구나’ 생각해 다른 일을 접고 전업으로 전념하게 됐다.”
―군대 내 문제를 여러 차례 다양하게 지적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군 간부를 지원하라고 독려할 정도로 긍정적인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2021년 군 부실급식 문제가 터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휴가 복귀한 장병에게 밥을 가져다 줘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적은 밥과 반찬을 가져다주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배식 실패 문제에 가깝지 밥 자체가 부족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문제 불똥이 간부에게 돌아갔다. 간부가 병사 밥을 뺏어 먹어서 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두 명이 돈을 안내고 먹었는데, 이들 복무 기간에 끼니를 곱해서 10명이 5만 끼를 빼앗아 먹었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당직근무 시 간부가 식사하는 것은 병사 식수 인원 확인, 식사 환경 관찰하라는 의미도 있어 당직근무와 훈련 시 등에는 돈을 안내고 먹었다가 바뀌게 됐다. 안 그래도 당직근무비가 1만 원인데, 여기다 밥값을 내고 나면 2000원 남는다. 여기에 기본적인 기름값이나 병사들과 음료수라도 사먹고 나면 24시간 근무 서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게 말이 안 된다 생각해서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나섰다가 개선될 조짐이 보여서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게 2022년 연말이다.”
―어떻게 개선될 것이라고 했나.
“2023년에는 간부 당직근무비를 현실화해서 3만 원 정도로 올리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보게 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023년이 됐음에도 바뀐 게 없었다. 이제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각종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당직근무비가 1만 원인데다 식대까지 따로 내야 한다고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소위가 될 리가 없고, 된다고 해도 병사들에게 ‘육사까지 나와서 같은 돈 받는 바보’라며 놀림만 받게 될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제보해주는 현역 군 간부가 엄청나게 많다.”
―최근 실질적으로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나.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ROTC(학군사관 후보생)는 수도권에서도 미달이 나오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입학 성적도 크게 떨어졌다고 알고 있다. 장기복무 지원율도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더 이상 군대 장기복무가 군인연금을 제외하면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그나마 하나 있는 군인연금도 어느 순간에는 건드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마도 무수히 많은 전역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본다.”
―병사 월급이 크게 올랐다.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나.
“병사 월급이 오른 게 영향이 없진 않다. 최근 군대 내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 ROTC 후보생 여럿이 입대 직전 포기한 사건이다. 2월 28일 소위 임관 직전 ROTC를 포기하면, 법에 따라 군사훈련을 받은 기간만큼 복무 일수를 줄여주고 병장으로 입대한다. 병장으로 입대하나 소위로 입대하나 사실 금액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차이는 앞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럼 소위로 임관해 몇 년 더 군 생활 하느니 병장으로 입대해 편하게 군 생활 하다 빨리 전역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편법 루트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거의 사용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병사 월급이 크게 오르면서 이런 루트로 빠지는 ROTC 후보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이 루트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바꾼다고 하는데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병사 월급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다. 병사 월급을 올리더라도 차등을 둬야 한다. 전방에서 전투 병과로 입대할 경우 200만 원, 후방에서 비전투 병과로 근무할 경우 100만 원 등 차등을 둬야 한다. 지금은 그런 차등이 없어, 능력 있는 병사를 전투부대로 이끌 유인이 없다. 이렇게 차등을 두면 ‘그래도 고생하고 돈이라도 많이 벌자’라고 마음먹고 입대하는 자원이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함정에서 근무하는 병사는 미달이 나는 상황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 힘든 함정 타는 일을 하고 수당도 별로 차이 없는데 누가 가겠나.”
“이렇게 사람은 돈 때문에 움직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기도 한다. 아직 특수부대 지원율은 크게 꺾이지 않은 모습을 봐도 그렇다. 수당과 함께 전투부대 병사 출신이 ‘우린 다르다’라는 명예를 심어준다면 전투병과 질적 향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병사 월급도 중요하지만 순직 군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갖춰줘야 한다. 한 달에 한 가족씩 부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을 만난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순직 군인 사망보상금이 너무 적다. 병사로 사망하면 약 1억 원 받는다. 가족을 잃었는데 10억 원은 줘야하지 않나. 또한 부모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너무 심해 결국 이 화가 질병이나 마음의 병으로 전이된다. 최소한 이 가족들이 돈 걱정 없이 정신과 상담 받을 병원이나 지원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당 등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현재 전투 병과 병사 수준의 문제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2021년 우리나라 입영률(징집률)이 96.6%에 달했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이 정도면 몸이나 마음이 문제가 있는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아야 할 청년도 모두 입대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 최근 군 간부 제보 중에 도저히 관리가 어려운 병사가 너무 많아 훈련이나 일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다.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전우가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전쟁 수행을 어떻게 하나. 관심병사는 비전투 병과로 보내고, 수행 능력이 있는 자원은 전투 병과로 자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국방혁신 자문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선은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김관진 전 장관은 매우 존경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장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번 선임은 현 정부의 보수 표심 잡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혁신의 뜻은 ‘낡은 것을 바꾸고, 고쳐서 새 것으로 만든다’이다. 낡은 것을 낡은 것으로 바꾼다는 게 코미디 아닌가. 현재 장관이나 장군들이 스스로 혁신을 못한다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나. 개인적으로는 젊은 간부인 대위, 소령, 중사, 상사 중심으로 TF를 꾸려야 한다고 본다. 외부 인원은 없어도 된다. 지금 문제는 군대 내 청년 간부 사기가 하락하고, 중도 퇴직이 늘고,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TF에서 청년이 본 현재 문제와 비전을 담아 제안을 만들고 이를 군에 전면 적용하면 혁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부의 질적 향상은 어떻게 가져올 수 있다고 보나.
“고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수당 현실화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건 돈 몇 만 원에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은 통 크게 외치면서 수당 3만 원으로 올리는 건 왜 못하나. 또한 최근 군에서 이상한 행사를 너무 많이 한다. 사진 콘테스트, 창업 경진대회, 국군의날 맞이 품새 훈련 등 진짜 훈련은 내팽쳐 놓고 이상한 행사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행사가 군인들 ‘현타’ 오게 만든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장군들은 ‘국민들이 휴전 상황 경각심이 없다’고 질책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정작 장군들이 경각심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미군들이 사진 콘테스트 때문에 훈련을 미루나. 전투부대가 전투 훈련에 충실하고, 실제 전쟁이 났을 때를 대비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사라진다. 한국 군대 특징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행정 작업도 문제다. 어떤 일이 터져도 지휘관 책임이니 면피하기 위해 페이퍼 작업만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도 본질과 상관없는 쓸 데 없는 일이다.”
―무한 지휘관 책임은 어떤 게 있나.
“부대에서 음주운전이 발생해도, 병사끼리 싸워도, 훈련 중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나도 모두 지휘관 책임이다. 물론 지휘관 책임이 있다면 엄격하게 따져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꼭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박혀 있다. 회사 급식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갑자기 부장이 옷을 벗어야 한다면 황당하지 않나. 급식은 급양관 잘못인데 지휘관이 왜 모든 책임을 안아야 하나. 이러다 보니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게 된다. 자율과 책임을 같이 줘야 결국 부대 전투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언제까지 탄피 받이를 한 상태에서 사격장 사격만 할 건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시가전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훈련을 받고 차량을 이용해 은폐해 쏘거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사격할 수 있나. 차라리 에어 건으로 모의 전투나 사격 훈련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 군대가 현재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수준이 떨어지는 간부가 입대하게 된다. 그 간부가 10년 뒤면 우리 군의 중추가 된다. 간부 하나하나가 병사 수십, 수백 목숨을 책임지게 된다. 이들 간부 질적 저하가 수천 명 목숨이 달린 문제란 뜻이다. 그래서 내가 ‘현재 군 고위 간부 중에서 북한 고정 간첩이 있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상태로 방치해 놓고 있진 않을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장교, 부사관으로 입대할 명예나 최소한의 보상 등 이유를 만들어 주고, 이들의 질적 저하를 막아야 한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 국방부 장관도 어디 가서 악수하고, 의전 받고 할 때가 아니다. 비상상황 선포하고 각 부대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금 문제가 2030년에는 엄청나게 커져서 다가오고 있다. 2030년에는 함정에 탈 병사는커녕 장교 수급도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2030년, 2040년에 우리 군이 어디로 가야할지, 조직 문화는 어떻게 될지 급격히 줄어든 인구구조에 맞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그 청사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입대할 장교는 없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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