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업 진출 노렸지만 규제 이슈로 별다른 역할 못해…네이버파이낸셜 “온라인 보험 중개 직접 할 수 있게 된 영향”
지난해 12월 말 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한 NF보험서비스가 올해 3월 15일 청산종결됐다. NF보험서비스 청산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NF보험서비스의 지분 85.1%를 보유한 웍스모바일은 지난해 2억 5530만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지난 4월 네이버클라우드에 흡수합병된 웍스모바일은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기업으로,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가 각각 지분 62.59%와 26.82%를 보유하고 있다. NF보험서비스의 나머지 14.9% 지분은 네이버파이낸셜이 갖고 있다.
NF보험서비스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보험 사업을 맡을 목적으로 2020년 7월 설립됐다. 주요 사업 목적은 보험대리점업, 통신판매업, 전화권유판매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등이었다. GA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일종의 휴대전화 대리점처럼 다양한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한 곳에서 판매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NF보험서비스가 GA 인가를 받아 보험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NF보험서비스는 네이버가 향후 보험 중개 서비스에 진출하려면 별도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하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설립 이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했다. 불확실한 규제 상황이 사업 진행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21년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추천, 비교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광고’가 아닌 ‘중개’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당 서비스를 선보이려면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길이 막힌 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NF보험서비스 GA 등록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자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에 따라 전자금융업자는 GA로 등록할 수 없다. NF보험서비스 설립해 GA 등록이 가능했지만, 빅테크 기업의 GA 진출과 관련해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록을 추진하지 않았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 모집법인 관련 라이선스 제도 정비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중순부터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전자금융업자 등 플랫폼에도 GA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은 규제 움직임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그러는 사이 NF보험서비스는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었다. NF보험서비스의 매출은 2020년 1940만 원, 2021년 7757만 원, 2022년 16만 원에 불과했다. 순손실은 2020년 9914만 원, 2021년 1억 5386만 원, 2022년 2794만 원이었다. NF보험서비스를 두고 청산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플랫폼 회사가 보험 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 기업들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단기 보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 보험 온라인 상품을 비교‧추천해 보험회사에 연결해 줄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보험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5년 6개월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네이버는 보험 상품 온라인 중개를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직접 영위할 수 있게 됐다. NF보험서비스에 대해 GA 등록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NF보험서비스 청산을 두고 네이버가 오프라인 보험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오프라인 보험 상품 중개를 염두에 뒀다면 굳이 보험대리업을 목적으로 세운 법인을 청산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GA 등록 법인인 토스인슈어런스를 통해 오프라인 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보험설계사를 1000명 선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NF보험서비스는 보험설계사를 고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앞서의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NF보험서비스는 사실상 운영을 안 하는 법인이었다. 금융당국이 만약 온라인 보험 모집 중개 라이선스를 따려면 NF보험서비스와 같은 회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비를 했다면 NF보험서비스를 유지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NF보험서비스는 사실상 필요 없는 법인이 돼서 청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의 GA 자회사 KP보험서비스의 향방도 주목받는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 GA 회사인 인바이유를 인수한 후 2021년 KP보험서비스로 사명을 바꿨다. 보험업법상 손해보험, 생명보험, 제3보험 대리점으로 등록된 KP보험서비스는 보험 비교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운영을 위해 금융위원회(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와 KP보험서비스의 역할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중개할 수 있는 상품은 4개밖에 없다. 그 이외의 상품은 KP보험서비스가 중개하는 식으로 사업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는 카카오페이 사용자들이 보험 관련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앱에서 KP보험서비스 창으로 이동해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 정보를 다시 입력해야하는 등 다소 불편함이 있어서 네 가지 상품만이라도 사용자들이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를 포함해 인슈어테크, 핀테크 기업 등 30여 곳이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운영을 위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5월 중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뒤 6월에 혁신금융서비스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엔 보험사의 상품 개발 및 플랫폼 전산 구축 등을 거칠 예정이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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