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글’에서 ‘대화 캡처’로 형식 달라졌지만 SNS로 유통되는 글 사실상 신뢰도 제로
요즘 루머는 주로 SNS를 통해 유통된다. 입소문으로 느릿느릿 퍼지던 루머가 인터넷 망을 타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 속도를 엄청나게 끌어 올리더니 이젠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속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각지에 확산된다.
사실 요즘 가장 확실한 악성 루머 구별법은 ‘SNS에 받은 글 형태로 돌아다니는 글은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거의 오류가 없는 판별법으로 사실 그렇게 은밀하고 충격적인 정보가 그렇게 쉽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유통될 리 없다. 그런데 이번 루머는 형식이 다소 달라졌다. SNS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은 내용의 캡처 형태까지 등장한 것. 아무래도 요즘 특정 연예매체에서 단독 보도를 할 때 대화 내용 캡처 이미지를 자주 활용하는 것에서 착안해 이런 형식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역시나 SNS로 확산되는 행태는 받은 글과 유사하고, 그만큼 신뢰도도 매우 낮다.
#내용이 상식적인지 보라
연예계 악성 루머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누구나 관심을 갖게 돼 급속도로 확산된다. 물론 세상에는 재미없는 악성 루머도 존재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해 대대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금세 사라진다. 살아남은 악성 루머는 당연히 ‘재미’가 있다. 그 재미를 위해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더 충격적인 연예인을 등장시킨다. 악성 루머가 재밌을수록 거기 등장하는 연예인은 더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받고 명예를 훼손당한다. 악성 루머가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박나래와 성훈 관련 악성 루머 역시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상식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 사생활에 극도로 민감한 연예계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게다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내용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연예인이 등장하는 똑같은 내용의 악성 루머가 이미 여러 개 존재한다.
#하루 정도만 기다려 보라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연예계’라고. 실제로 연예계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말도 안 된다며 웃어 넘긴 일이 며칠 뒤 언론을 통해 사실로 확인돼 기사화된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이런 경험이 말도 안 되는 악성 루머임에도 ‘말도 안 되지만 정말 그런 거 아냐’라는 의문을 야기한다. 악성 루머가 근절되지 않고 존재하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이런 의문이다.
이럴 때에는 더도 말고 하루 정도만 기다려 보는 것이 두 번째 구별법이다. 과거에는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지인 등을 통해 접한 루머를 주위에선 일주일이나 한 달 뒤에나 알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다르다. ‘받은 글’ 형태 등 SNS를 통해 유포되는 악성 루머는 하루이틀이면 대다수 국민이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에서 악성 루머에 대해 ‘침묵은 금’이라는 반응을 주로 보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바로 사실무근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 수사 의뢰를 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돌입한다. 수사기관을 통해 악성 루머 최초 유포자는 대부분 검거되고 작성자까지 검거되는 사례도 흔하다. 박나래와 성훈을 둘러싼 악성 루머 역시 생명력이 하루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박나래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입장을 통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을 것”이라며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소속사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나온다. 결코 언론은 연예인 편이 아닌 터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바로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악성 루머가 확산되고도 하루이틀 정도 지났는데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없다면 이번에도 그냥 악성 루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등장인물의 관계를 살펴라
루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특히 두 명 이상이 등장하는 악성 루머에선 이들의 평소 관계가 중요하다. 평소 관계점이 모호한 두 연예인이 매우 비상식적인 내용의 루머에 휘말렸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볼 가치가 생긴다. 정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뭔가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연예부 기자들도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에 들어가곤 한다.
그런데 평소 관계가 분명한 경우에는 누군가 이를 활용해 악성 루머를 만들어 냈을 개연성이 커진다. 박나래와 성훈은 MBC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고 2020년에는 열애설까지 났던 사이다. 당사자들이 부인했음에도 사실로 드러난 열애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나래는 2022년 tvN ‘줄 서는 식당’에서 “성훈이 여지를 주는 스타일이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열애와 결별에 대하는 태도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열애 중이라면 오히려 이런 언급을 아예 하지 않고, 과거 열애설이 사실이지만 결별했다면 어지간해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출연해서 이런 농담을 하진 않는다.
결국 이번 악성 루머는 과거 열애설이 이미 불거진 터라 열애설 정도로는 확산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루머 최초 작성자가 과거에 나돌던 비상식적인 루머에 이들의 이름을 끼워 넣어 악의적으로 생성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한편 최악의 악성 루머는 음모론으로도 연결되곤 하는데 이번 박나래와 성훈 악성 루머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듯하다. 해당 루머가 처음 간호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간호사법을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양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황당한 루머가 간호사 커뮤니티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부분을 두고 ‘누군가 특정 목표를 두고 악성 루머를 만들어 원하는 시점에 유포했다’는 괴상한 음모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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