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지난 2일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문재인닷컴’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문 고문 홈페이지에는 ‘TED형’ 출마 선언 동영상이 함께 올라왔다. TED란 유명 인사들의 짧은 강연을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로 TED 동영상은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6월 17일 출마 선언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쓴 출마선언문을 낭독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당 일각에서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일찍부터 온라인 선거인단을 규합하기 위해 관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정치인 홈페이지는 어디일까. 12주간 홈페이지 순수 방문자 수를 합산해 순위 정보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 홈페이지가 현역 의원 가운데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다. 현역 의원 가운데 ‘깜짝’ 1위를 차지한 이진복 의원은 “내 홈페이지(방문자 수)가 1위인 줄은 몰랐다. 올 초 공천이 시작되면서 홈페이지를 블로그 형태로 바꾸고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 왔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박 전 위원장의 PK 지역 득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장외 우량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온라인 세몰이도 눈길을 끈다. 안 원장 지지자들이 만든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안사모)’의 경우 정치인 커뮤니티 부문 사이트 순수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시민광장’, 3위 ‘노사모’, 4위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사)’, 5위 박근혜 전 위원장의 ‘호박넷’ 순이었다. 안사모의 한 회원은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안 원장 커뮤니티가 1위라는 것은 현재 민심이 그만큼 안철수를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현재 구글 트렌드(구글에서 특정 키워드 검색 빈도수를 시계열로 분류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안 원장은 모든 지역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을 앞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포털사이트 내 카페 모임이 훨씬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 팬클럽 카페 순위는 친노와 친박의 대결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 회원 수는 6만 7000여 명. 그 외에도 ‘호박가족’, ‘호박넷’, ‘근혜동산’ 등 7개 팬클럽 회원 수를 합하면 10만 명에 육박한다. 한 친박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비박주자들은 최대한 많이 모아도 온라인에서 10만 표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의 경우 청산산악회 회원만 7만 명(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주도)이고 온오프라인을 막론해 활동하는 지지자가 20만 명이 넘는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더라고 다른 주자들이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고문의 경우 공식 팬클럽인 ‘문사모’ 회원 수는 1만 2000여 명으로 순위권 밖이지만 ‘문워크’, ‘젠틀재인’ 등과 노무현재단 회원수 4만여 명을 모두 합하면 6만 명에 달한다. 또 <나는 꼼수다>로 유명세를 탄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20만 회원 상당수가 문 고문을 지지하고 있어 박 전 위원장에 수적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친노그룹의 절반 이상이 문 고문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친노 방계쯤 되는 김두관 전 도지사나 정세균 전 대표 측은 대선 경선 때 팬클럽 회원들에 의해 결판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음 카페에서는 ‘안철수 정책 모으기’ ‘파워풀 정몽준 원더풀 코리아’ ‘김두관 서민들의 희망’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중 트위터는 지지자들과 가장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는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대선 주자 가운데에는 문재인 고문의 팔로어 숫자가 23만 2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박근혜 전 위원장은 20만 2000여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 고문은 트위터를 시작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 박 전 위원장은 트위터에 168건의 글밖에 올리지 않았음에도 팔로어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후보 모두 SNS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야권 주자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한편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SNS의 과도한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지난 총선 때도 SNS 여론을 의지하다 새누리당에 밀리지 않았느냐. 문재인 고문 쪽에서 당 밖 온라인 세력만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실제 대선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당 내 주자들과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호응을 얻고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재외국민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SNS를 재외 단체들의 투표를 유도하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