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의원의 캠프가 입주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이종현 기자 |
840만㎡(254만 평)의 작은 섬에 올망졸망 모인 여의도의 빌딩들은 외관상 거기서 거기인 듯 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명당으로 통하는 빌딩들이 존재한다. 명당을 소유한 건물주들은 대선 후보들의 면면을 따지며 계약을 맺기도 해 웃돈을 주고도 사무실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요신문>은 풍수지리 전문가들과 함께 여의도 대선 캠프를 찾아 ‘명당의 조건’을 살펴봤다. 대선 후보들의 사주풀이는 포털 사이트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했다.
지난 4일 기자와 함께 여의도 내 대선주자들의 캠프를 차례로 둘러 본 강환웅 대한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본디 여의도는 외딴섬이라 땅의 기운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곳”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강 이사장은 “국회의사당 터는 해가 지는 서쪽 끝에 있고 한강과 샛강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지형상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서 이쪽은 기업체들이 안 오고 아파트도 잘 짓지 않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강 이사장은 여야 7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캠프 가운데 대하빌딩 2층에 위치한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캠프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박 의원은 대선 후보들 중 유일하게 풍수지리를 고려해 캠프 자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저층을 택한 것은 땅의 기운을 그대로 받기에 적절하고 삼성동 자택 역시 명당에 속하기 때문에 올해 가장 운이 트인 후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30년 넘게 성명학과 동양철학을 연구한 박계령 철학사 역시 가장 터가 좋은 대선 캠프로 박근혜 의원 캠프를 꼽았다. 박 철학사는 “대하빌딩은 정문이 남남서향이고 그 앞 도로는 관방향(국회의사당)으로 곧장 나 있다. 흙의 기운을 타고난 박 의원에게 적합한 장소다. 또 여성 주자로서 음의 기운을 상쇄하기 위해 조직본부 사무실을 북동쪽으로 배치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라고 전했다. 대하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차려졌던 곳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이 입주해 있던 곳이기도 해 선거 때마다 캠프 1순위로 손꼽히는 곳이다.
▲ 김문수 경기지사의 캠프는 정몽준 의원과 함께 렉싱턴 호텔 뒤 남중빌딩에 있고(왼쪽),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산정빌딩(오른쪽)을 비롯하여 곳곳에 외곽조직을 두고 있다. |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의 대선 캠프가 자리하고 있는 신동해빌딩에 관해서는 두 전문가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강 이사장은 “신동해빌딩은 출입구가 정남향으로 곧게 뻗어 있어 지세상 나쁘지 않다. 3층 이하의 저층을 선택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꼭대기 층 전체를 빌려 기운을 튼 것이 그나마 좋은 선택이었다”라고 전했다. 반면 박 철학사는 “손 상임고문은 대선 주자들 가운데 물의 기운을 가장 강하게 타고났다. 임진년에 치러지는 대선에 물사주를 타고난 후보가 물의 기운이 흘러넘치는 장소에 캠프를 마련한 셈이다. 자칫하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손학규 상임고문이 둥지를 튼 신동해빌딩(왼쪽)과 정세균 의원의 캠프가 있는 기계회관빌딩은 전문가에 따라서 길흉 판단이 엇갈렸다. 이종현 기자 |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의 캠프가 자리한 기계회관빌딩은 손학규 캠프와 마찬가지로 정남향으로 뻗어 있다. 이 빌딩에는 6층 정세균 의원의 캠프 외에도 신관 11층에 문재인 의원의 외곽조직인 ‘담쟁이포럼’이 위치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정세균 의원 캠프가 별다른 특색은 없지만 다른 후보들의 캠프에 비해 저층(6층)에 위치하고 있어 무난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박 철학사의 경우 “기계회관빌딩 자리는 목사주가 강한 문재인 의원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정세균 의원은 가을에 태어난 목사주이기 때문에 동쪽의 기운을 더 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정세균 의원은 기계회관빌딩 외에도 인근 금영빌딩 7층에 외곽조직을 마련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벗어나 여의도 증권가 동화빌딩 5층에 378평 매머드급 대선 캠프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당초 여의도 쪽으로도 알아봤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는 다른 대선 주자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의원 캠프에 관해 강 이사장은 “동화빌딩은 동남향이라 지세가 좋은 편이다. 또 빌딩 바로 앞 대로변이 물길을 형상화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국회의사당 쪽에 마련한 것보다 좋은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박 철학사 역시 “동화빌딩 위치는 목사주를 타고난 문 의원에게 필요한 태양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담긴 곳”이라며 “문 의원의 경우 기계회관빌딩에 있는 담쟁이포럼 역시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서로 상호보완한다면 큰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견했다.
한편 박근혜 의원 캠프가 있는 대하빌딩과 대각선상에 위치한 남중빌딩에는 새누리당 비박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4층)와 정몽준 의원(9층)의 대선 캠프가 나란히 입주해 있다. 강 이사장은 “남중빌딩은 정문이 동쪽으로 뻗어있어 해가 뜨는 쪽이긴 하지만 앞쪽에 렉싱턴 호텔이 기운을 막고 있고 출입구가 북동쪽에 치우쳐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저층을 선택한 김 도지사의 형편이 낫다”고 밝혔다. 박 철학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는데, “김 도지사는 목사주이고 정 의원은 금사주다. 음의 기운이 많이 필요한 정 의원과 터가 잘 맞지 않는다. 층수 역시 2층이나 7층 정도가 무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설을 들은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대선 경선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정 의원과 달리 경선 참여 가능성을 밝히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김 도지사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 흥미롭다”라고 전했다.
강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6년 대선 도전을 앞두고 논현동에서 가회동으로 자택을 옮긴 뒤 길운이 들었다”며 “땅의 기운을 받지 못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철학사 역시 “서양에서조차 양택과 음택을 가릴 줄 알고 일부는 집을 고를 때 풍수를 따져보기도 한다.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면 캠프 하나도 풍수와 지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동남향 출입구에 3층 이하면 ‘O.K’
여의도에서 대선 캠프를 고르는 방법에 관해 강환웅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빌딩 출입구가 동남향으로 뻗어 있고 3층 이하의 저층일수록 좋다. 여의도에서 4층 이상은 풍수지리의 영향이 미치지 못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으로도 10층 이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머리가 0.9㎜가 더 크게 태어난다. 뱃속에서부터 단단해지지 않은 채 태어나는 것이다. 또 동남향이 아닌 서남향은 중국 대륙을 마주해 황사와 같은 안 좋은 공기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고 또 고층일수록 탄산가스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박 철학사의 경우 동남향으로 난 빌딩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강 이사장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터와 사람의 기운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철학사는 “아무리 좋은 장소라고 해도 터와 사람의 기운이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는 법이다. 자신의 사주를 알기 어려우면 음양의 기운이라도 조화롭게 맞춰야 한다”라고 전했다.
두 명의 풍수전문가들은 여의도 내 최고 명당으로 대하빌딩이 아닌 건너편 한양빌딩을 꼽았다. 박 철학사는 “대하빌딩은 건물 자체가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사람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다. 반면 맞은편에 있는 한양빌딩은 누구든 들어오면 좋은 기운을 얻어 나갈 수 있는 곳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한양빌딩은 2층에서 8층까지 새누리당사가 위치하고 있고 9층에는 새누리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대선 캠프가 마련돼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