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지인 “2억 협찬, 드라마 제작 불발됐는데 돌려주지 않아”…검·경 불기소에 이의신청→보완수사 새국면
A 씨의 드라마 출연을 명목으로 그와 가까운 지인이 드라마 제작사 대표에게 2억 1000만 원을 협찬금과 대출금으로 빌려줬다가 4년 가까이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지상파 방송국 프로듀서(PD) 등도 연루돼 있어 주목된다. A 씨와 가까운 지인인 중소기업가 B 씨는 2021년 11월 말 서울중앙지검에 지상파 방송국 C PD, 드라마 외주제작사 D 대표, D 대표 사업파트너이자 C PD와 절친한 E 씨 등 세 명을 고소했다. 모두 사기 혐의였다.
이 사건 발화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 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중견 여배우 A 씨에게 “영화나 드라마에 협찬이나 투자할 의향이 있으니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정보를 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 씨는 A 씨로부터 “나와 같은 고향 출신 대중문화예술종사자 모임 멤버로 친분이 있는 C PD가 드라마를 기획하며 준비 중인데 드라마 외주제작사를 통한 협찬이나 투자에 참여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B 씨는 2019년 6월 서울 강남 일식집에서 C PD, E 씨와 처음 만났다. 이날 만남엔 여배우 A 씨도 함께했다. 얼마 후인 그해 7월 B 씨는 강남의 한 호텔에서 C PD, D 대표, E 씨 등과 만나 특별기획 드라마 70분짜리 20부작 제작 협찬을 의논했다. C PD를 비롯한 피고소인 3명은 이날 B 씨에게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협찬할 경우 A 씨를 주요 출연 배우로 캐스팅하겠다”고 제시했다는 게 B 씨 주장.
D 대표 회사와 B 씨 회사는 2019년 7월 19일 협찬계약을 체결했다. B 씨는 유명 독립운동가 일대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 70분짜리 20부작에 1억 1000만 원을 협찬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1억 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 대출금은 2020년 4월과 5월에 5000만 원씩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이자로 연 24.0%를 지급하기로 했다.
협찬계약서에 따르면 “드라마 협찬 조건으로 D 대표 회사가 배우 A 씨를 조연 배역에 캐스팅하도록 하며 총 20회 기준으로 10회 이상 출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드라마는 2020년 3월 C PD가 소속된 지상파 방송국에서 방송될 예정이라고 계약서에 적시됐다.
하지만 2020년 3월 방송될 예정이라던 드라마는 제작조차 안 됐다. 이에 B 씨는 D 대표에게 협찬금 등을 즉시 반환해달라고 여러 차례 독촉했다. 협찬계약서 상에도 “배우 A 씨가 계약 작품에 출연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찬금과 대출금을 즉시 반환”하기로 돼 있었다. “반환하지 못할 경우 연 24%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다.
드라마 제작이 불발됐는데 2억 1000만 원은 반환되지 못했다. 결국 B 씨는 2021년 11월 C PD 등 3명을 수사당국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 D 대표가 드라마 제작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경찰 역시 2022년 3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고소인 B 씨는 이 같은 수사당국 결정에 불복, 검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B 씨는 “D 대표가 이런 저런 대체 드라마나 영화 제작 일정을 제시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지금까지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제시한 적이 없다”며 “D 대표 등은 지금까지 약정한 어떤 계약상 조건도 이행하지 않은 채 온갖 감언이설로 나를 기망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당초 기획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드라마를 70분짜리 20부작으로 제작하는 것처럼 속여 손실을 발생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준 협찬금과 대출금 2억 1000만 원이 드라마 제작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견 여배우 A 씨는 “(2019년 5월경) C PD는 자신이 아는 제작사가 드라마 준비하고 있으니 내게 맞는 배역이 있나 한번 알아봐주겠다고 했다”며 “이후 B 씨를 통해 드라마 제작사와 협의가 원만히 진행돼 출연 찬조금 명목으로 2억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피고소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지상파 방송국 C PD는 5월 31일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그 일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난 경찰에서 다 진술했다. 나한테 묻지 말고 D 대표에 물어봐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D 대표 역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현재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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