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코믹 연기로 ‘비호감 남편’ 완성…김은숙 작가 만난 후 본격적으로 이름 알려
김병철의 활약 무대는 시청률 20% 돌파를 목전에 둔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드라마의 타이틀롤은 배우 엄정화이지만, 작품 성공의 일등공신으론 김병철이 첫 손에 꼽힌다. 헌신적인 아내를 배신하고 첫사랑과의 외도로 혼외자까지 낳은 ‘비호감 남편’을 특유의 코믹하면서도 지질한 연기로 표현해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면서 쌓은 경력 20년의 노하우를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덕분에 김병철도 반전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동안 배우 조우진과 닮은 외모로 비교 대상에 놓였고, 작품에 활력을 넣는 감초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젠 과거일 뿐이다.
#탁월한 코미디 연기에 소망하던 멜로까지
김병철은 지난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여러 여배우와의 멜로”를 원한다는 그의 바람은 마침내 이번 ‘닥터 차정숙’에서 이뤄졌다. 비록 애틋한 사랑과 거리가 멀고, 외도와 배신으로 점철된 파국의 코믹 멜로이지만 김병철은 데뷔 이래 처음 두 명의 배우와 얽힌 삼각관계를 형성해 눈물 콧물 쏙 빼는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맹활약 덕분에 만족스러운 성적표도 손에 넣었다.
‘닥터 차정숙’은 송혜교의 ‘더 글로리’, 전도연의 ‘일타 스캔들’에 이어 올해 상반기 화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다. 시청률 면에서는 ‘일타 스캔들’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종영까지 2회 분량을 남겨둔 2일 현재 최고기록 18.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달성했다. 이는 JTBC에서 방송한 역대 드라마 시청률 3위의 기록. ‘부부의 세계’(28.4%)와 ‘스카이캐슬’(23.8%)을 잇는 성적이다. 특히 김병철은 ‘스카이캐슬’에도 출연해 인기를 견인했던 만큼 이번 ‘닥터 차정숙’까지 더해 명실상부 ‘시청률 치트키’로서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에서 발군의 코미디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코미디 표현에 있어서 그 어떤 경쟁자도 떠오르지 않는 맹활약이다. 그가 맡은 대학병원 외과 교수 서인호는 20년간 헌신한 아내(엄정화 분)를 배신하고 첫사랑(명세빈 분)과 외도해 혼외자까지 낳은 뻔뻔한 남편이지만 번번이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유발하는 지질한 연기 덕분에 공공의 적 ‘불륜남’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뒤늦게 레지던트에 도전한 아내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게 되자, 어떻게든 아내를 쫓아내려는 행태로 공분을 사다가도 사사건건 아내에게 당하는 허당 면모로 웃음을 안긴다.
무엇보다 ‘닥터 차정숙’ 인기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코미디 장면은 전부 김병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애드리브라는 사실은 그의 실력을 다시금 주목받게 한다. 가령 산골 의료봉사에서 변비에 시달리던 노인 환자를 관장하고 막걸리를 마시다가 관장한 손가락을 슬쩍 쳐다본 뒤 손가락 떼고 막걸리 잔을 짚는 장면, 아내 차정숙을 사이에 두고 연적인 로이킴(민우혁 분)과 티격태격하다 볼에 입을 맞추는 장면 등은 전부 김병철의 즉흥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연출자의 디렉션 없이도 김병철은 대본을 꼼꼼하게 분석해 에피소드가 빛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 함께하는 배우들과 합을 맞춘다. 동료 배우들과의 긴밀한 교감을 넘어 연기 내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극배우로 출발, 김은숙 작가의 선택 받기까지
김병철은 중앙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안톤 체호프의 연극 ‘세 자매’로 데뷔했다. 연극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문도 꾸준히 두드려왔다. 2003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듬해 오디션을 거쳐 공포영화 ‘알포인트’에 합류해 귀신에 빙의된 병사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개성 강한 배우로만 인식됐던 김병철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톱 작가’ 김은숙을 만나면서부터다. 시작은 2016년 방송한 KBS 2TV ‘태양의 후예’였다. 김병철은 극 중 송중기의 직속 상사인 중령 역을 맡아 김은숙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김 작가는 재치 넘치는 대사로 극 중 김병철을 ‘우럭 닮은 군인’으로 묘사했고,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김병철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김 작가의 히트작에 빠짐없이 출연해 작품에 없어선 안 될 캐릭터로 활약했다.
워낙 연기력이 탁월하다 보니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관없이 명대사도 여러 번 만들어냈다. 절대 악역으로 활약한 ‘도깨비’에서는 “파국이다!”라는 대사로 유명해지면서 ‘파국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쌍둥이 아들의 성적과 성공에 집착하는 로스쿨 교수로 활약한 ‘스카이캐슬’에서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피라미드의 어디에 있느냐”라는 대사가 주목받았다.
캐릭터에 몰두한 덕분에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을 때도 있다. ‘스카이캐슬’ 출연 당시 아내 역으로 호흡을 맞춘 윤세아와 열애설에 휩싸이는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당시 두 사람은 “편하게 지내는 동료 사이”라고 밝혔는데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연기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연기력이 탁월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섬세한 코미디는 물론 ‘닥터 프리즈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색깔이 짙은 장르물을 넘나드는 김병철은 연출자들이 함께 작업하길 원하는 배우로 꼽힌다. ‘닥터 차정숙’의 김대진 감독은 “김병철 배우가 맡은 서인호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라며 “품위도 있어야 하고 망가지기도 해야 한다. 그걸 배우의 역량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엄정화와 명세빈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는 온전히 김병철이 풀어야 할 과제였다. 이에 대해 김대진 감독은 “엄정화와 명세빈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서인호 캐릭터를 어떻게 합리화할까 걱정했지만 김병철 배우가 맡기로 하면서 ‘그럼 됐다!’고 생각했다”며 “김병철이 서인호를 맡은 것 자체로 캐릭터의 개연성이 확보됐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드라마에선 두 여자의 사랑을 받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은 파국에 직면하는 김병철이지만 현실에서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않은 싱글이다. ‘닥터 차정숙’에서의 활약 덕분에 인기가 급상승한 그가 현실에서 만들어갈 러브스토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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