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부적격 사항 수사의뢰하고 조합원들은 집행부 추가 고소…조합장 “법 어긴 부분 일절 없다”
#의결 없이 자금 집행, 의문의 수의계약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은 총 4830가구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북아현뉴타운에서 가장 큰 면적에 일반분양 물량도 많은 편이라 사업성이 특히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사업시행인가가 났으나 이후 분양 미신청자가 다수 나와 차질을 빚었다. 현재는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심의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개발 추진에 다가서는 셈이지만 조합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12월 2일에서 9일까지 벌인 조합운영 실태점검에서 총 8건의 부적격 사항을 발견해 올 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조합 총회를 거치지 않고 비용을 집행하거나 이유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게 문제가 됐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총회 미의결' 4건, '수의계약 사유가 없음에도 수의계약 체결' 4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위법 의심 사례에는 9300만 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총회 의결 없이 체결한 사항 등이 포함됐다. 공공청사와 문화시설 및 체육시설의 건축설계와 경관 계획 수립 등에 관한 용역계약이 조합원들은 모른 채 이사회의 판단만으로 이뤄졌다. 원칙적으로 재개발 조합은 자금을 집행하는 중요한 계약에 대해 총회를 열고 사전의결을 거쳐야 한다. 어기면 도시정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계약 체결 의혹은 홍보인력 업체 및 기타 용역을 타당한 이유 없이 경쟁 대신 수의계약으로 맺었다는 게 핵심이다.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 실제 이 구역 홍보용역 등을 수행하는 A 업체는 총 7억 8000만 원가량의 계약 10건을 전부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조합원들의 추가 고소…"더 수사해 달라"
조합으로서는 이 같은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지만 상황은 다르게 흐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오히려 조합장 등 집행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촉구하며 5월 30일 경찰에 고소장을 또 제출했다. 수의계약 관련한 업무상 배임과 사문서위조 등까지 두루 살펴 달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조합장 등 집행부가 A 업체의 용역 독점을 돕기 위해 불법이나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업체의 이익을 더해주고자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여러 개로 분리해 발주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도시정비법이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용역사업은 일괄 경쟁 입찰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 까닭에 사업을 작게 쪼갰다는 의심도 제기한다.
일례로 A 업체가 수행한 용역사업 가운데에는 '청산자(분양 미신청자) 실태조사'와 '분양신청 현황조사'가 있다. 서대문구가 총회 미의결을 이유로 고발한 사항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총회 의결을 배제한 배경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용역이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A 업체에 일감을 더해주려 분리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또 A 업체 직원 22명이 같은 기간 복수의 용역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점도 문제로 바라본다.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는데도 근로계약서를 작성, 조합 이사회는 관련 검증 없이 용역비를 지출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용역의 결과물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용역계약서가 사업 종료 뒤 작성된 사례도 파악했다.
이에 대해 북아현3구역 조합장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수사에 성실히 임하며 전부 소명을 마쳤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으나, 5000만 원 이하의 용역은 수의계약도 가능하므로 법을 어긴 부분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특히 "조합에서 저를 반대하는 일부 인원의 악의적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한 조합원은 "비록 5000만 원 이하여도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명시돼 있다"며 "그에 부합한 계약이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은 늦어지고 구청이 수사의뢰까지 한 상황에서, 부당한 사항이 더 발견되면 추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아현3구역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만연…기소돼도 처벌은 2% 수준
재개발 조합의 불투명한 자금 집행과 계약 체결 등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반복돼 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9일까지 부산·대구·대전·광주시와 재개발 조합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벌여 올해 3월 공개한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총 108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해 19건의 수사를 의뢰, 나머지는 시정명령 및 행정지도 등을 조치했다.
대부분 북아현3구역에 대한 고소·고발 내용과 비슷한 사안이다. 자금의 차입이나 예산안,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등을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한 사례 14건을 파악해 전부 고발했다. 차입 규모의 이자율을 정하지 않는 등 포괄적으로 의결한 경우도 수사의뢰 대상에 속했다.
용역업체 선정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문제가 발견됐다. 견적서 등으로 용역 계약서를 대신하고,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한테 시공자선정 총회 업무를 맡기는 등의 행위를 적발했다.
국토부는 재개발 조합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씩 정기적인 조합 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로 기소가 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100건 중 2건(2%) 수준에 불과한 현실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서울 31개 재정비 사업장에서는 603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됐고 처벌은 12건에 그쳤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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