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3년 4월 옛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이 귀국한 뒤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당시 대회는 정부 수립 이후 구기 종목에서 거둔 첫 세계대회 우승이었다. 이에리사-정영숙-박미라 선수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한 달 동안이나 카퍼레이드를 가졌다. |
사라예보 선수권대회에 참가할 당시 이 의원은 19세 막내였지만 단식 19전 19승이라는 기록으로 여자대표팀 우승을 견인했다. 우승 소식을 국내로 타전했던 한 일간지 기사 제목 ‘세계를 제압한 여자탁구, 얼씨구 지화자, 춤을 출까 노래를 부를까’만 봐도 어느 정도의 국민적 호응을 얻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그이기에 다가오는 런던올림픽에 대한 감회가 누구보다 남다르다. 이 의원은 “모든 국가대표 선수를 응원하지만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 특히 애착이 간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인데 얼마나 떨리겠나.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올림픽은 이변의 연속이니까”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 이에리사 의원. |
하지만 이런 기록보다 이 의원이 내세우고 싶은 것은 ‘촌장님’이라는 호칭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5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으로 임명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촌장님으로 불렸다. 그는 “태릉선수촌이 66년도에 생겼는데 나는 69년도부터 생활해 온 1세대였다. 40년간 선수촌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은 불합리한 제도와 불편한 시설들을 봐 왔겠는가. 3년 반 동안 고치고 싶었던 것은 원 없이 고치고 바꾸고 싶은 것들은 다 바꾸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 에너지를 국회 안에서 다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이 의원은 의정 활동 초반부터 김연아 선수 팬들로부터 적잖은 원성을 듣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IOC 위원의 기회는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25세 이하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의 주류광고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혀 특정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에 관해 이 의원은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에 스타라고 불릴 만한 경기인이 얼마나 많은가. 언론이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줘서 다른 훌륭한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류 광고 금지 법안의 경우에도 김연아 선수를 맥주 광고에까지 내모는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의 주류 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배정받은 이 의원은 국회 개원 후 가진 첫 5분 발언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기선을 제압했다고 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