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3일 국회 제2 의원회관의 개관식 모습. 건물 공간 활용도나 운용기술이 수준이하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그런데 외관이 화려한 것뿐만 아니라 건물의 공간 활용도나 운용기술 등도 수준이하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신관 건물 구조가 H자 형태의 윙 구조로 돼 있어 같은 건물에 있더라도 오가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구관과 신관이 6층까지만 연결되어 있어 7~10층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은 6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7층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쓸데없는 발품을 팔고 있다. 한 건축 전문가는 이에 대해 “국회같이 의원실 간 업무 협의가 많은 곳은 건물의 연결성이 가장 핵심적인 설계사항이다. 외관의 화려함만 신경쓰다보니 정작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현재 의원 수(300명)에 비해 신축 의원회관이 너무 크게 지어져 공간 활용성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실제로 신관의 방문객 출입구 주변을 보면 꽤 넓은 면적이 그냥 ‘방치돼’ 있다. 이곳 외에도 곳곳에 희한한 이름을 내건 사무실이 여러 곳 있는데 마땅히 활용할 데가 없어 일단 이름만 걸어 논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기에다 장애인 전용 주정차 공간과 점자(시각장애인용)·문자(청각장애인용) 안내판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조차 전혀 갖춰지지 않아 보완이 시급하다. 최근에는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장애편의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또한 저녁 시간대에 문이 잠겨 신관 내부를 헤맨 보좌진이 있는 등 건물 운용기술도 낙제점에 가깝다.
엘리베이터 대기시간도 구관에 비해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의원들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시책에 따라 홀·짝수층을 따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지만 넓은 건물에 비해 엘리베이터 수가 부족해서 한 대 기다리는 시간이 5분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까딱 한 대 놓치기라도 하면 지하 2층에서 7층 이상 고층까지 올라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사용자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효율적 운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자도 한참을 기다리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적이 있었는데, 새누리당의 한 친이계 재선의원과 맞닥뜨렸다. 문이 닫히려는 걸 잡았기 때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그 의원도 사정을 잘 아는 듯 ‘엘리베이터 타기 힘들지 않느냐’며 인사를 했다. 이에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건물 구조도 복잡해서 처음 온 사람들이나 택배 기사들이 헤매는 걸 여러 차례 봤다”라고 하자 그 의원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마디했다.
“국회가 하는 일은 전부 엉터리야.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하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 정치판의 상황을 ‘남의 일’처럼 말하는 의원의 한마디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