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의혹 마약류 7종으로 늘어나 추가 입증해야…직접 수사권 복원 위한 마약수사 상징성에 부담 백배
기본적으로 7종의 마약류 가운데 유아인이 인정하고 있는 것은 대마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경찰이 왜 유아인에게 무려 7종이나 되는 마약류 불법 투약 혐의를 적용하게 됐는지와 연결된다.
유아인 마약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2023년 2월경이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유아인이 2월 5일 입국해 다음 날인 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사는 유아인이 2021년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처방받은 정황을 포착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경찰에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초기에 문제됐던 것은 프로포폴이었다.
경찰이 유아인을 대상으로 한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소변 검사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되면 흡연 시점이 특정된다. 짧게는 5~10일, 길게는 한 달 이내에 대마를 흡연한 경우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흡연 시점도 특정된 만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터라 유아인 측이 유일하게 대마의 불법 흡연은 인정하고 있다.
얼마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류 정밀감정 결과 모발에서 코카인과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코카인은 헤로인, 필로폰과 함께 3대 마약으로 분류되며, 강력한 환각과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대마와 비교해 코카인 불법 투약은 양형도 더 올라가는 편이다. 단, 대마와 달리 투약 시점 특정이 어렵다. 소변이 아닌 모발을 통해 양성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발은 사람마다 자라는 속도가 달라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만약 본인 자백이나 목격자 진술 등 추가 증거가 확보되지 못해 검찰이 투약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 채 기소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안됐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판례도 존재하는 터라 모발에서의 양성 반응 이외의 추가 수사에서 성과가 나오지 못할 경우 아예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경찰은 관련 병∙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아인이 졸피뎀을 과다 처방받은 기록도 확보하면서 투약 의혹 마약류가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5종으로 늘어났다. 검찰로 송치하며 발표한 미다졸람과 알프라졸람 투약 의혹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유아인의 의료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 7종 가운데 대마는 인정하고 코카인은 인정하지 않는 유아인이 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에 대해선 어떤 입장일까. 현재 유아인은 이들 약물에 대해서는 의료 목적의 정상적인 투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의료용으로 투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약은 합법적으로 진행됐지만 식약청과 경찰은 투약량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점을 근거로 불법 상습 투약을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이 병원에서 정상 절차로 처방을 받아 마약류 약물을 투약했음에도 문제가 된 경우는 과거에도 많다. 프로포폴이 대표적인데 관련 혐의를 받은 연예인들 대부분이 이런 논리로 법정에서 대응했다. 연예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최고의 사건은 2013년에 불거진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등의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약 수사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의료 목적의 투약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런 논리를 깨고 불법 상습 투약으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검찰은 그 이후에도 당시의 논리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약물 불법 투약 사건을 수사해왔다.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는 박성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검찰의 대표적인 강력통 검사였던 그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유아인의 변호를 맡고 있다. 검찰의 프로포폴 등 마약류 약물 불법 투약 사건 수사의 기본 논리를 만든 장본인이 변호사로 검찰과 마주서게 된 것이다.
대검 차장검사 출신으로 검찰총장 직무대리까지 지낸 박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는 가장 막강한 '전관'이다. 박 변호사는 유아인 경찰 출석에 직접 동행할 만큼 적극적으로 변호에 임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박성진 변호사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라는 게 서초동 법조계의 시선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유아인 사건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 막강한 전관인 박성진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유아인을 기소하는 데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마약 관련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약청정국'이 옛말이 되었을 만큼 대한민국이 마약에 심하게 노출돼 있다는 게 우선 가장 큰 이유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직접 수사권 복원을 위해 마약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유명 연예인이 무려 마약류 7종에 연루된 유아인 사건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여론의 흐름도 좋지 않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돼 낮은 형량이 나올 경우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 복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송치로 끝나는 경찰 수사와 달리 검찰 수사는 기소를 목적으로 하며 기소한 뒤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아내야 한다. 따라서 경찰 수사 결과보다 검찰 기소 범위가 축소되는 일이 흔하다. 경찰이 투약 의혹 마약류를 7종까지 늘려 놓은 상황이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 직무대리까지 지낸 대검 차장검사 출신, 게다가 검찰 마약 수사에 정통한 전관 변호사가 유아인의 법적 대리인인 부분도 검찰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마약류 7종 가운데 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 5종은 최소한 투약 과정은 불법이 아니다. 병·의원에서 정상적 과정으로 처방을 받아서 투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처방 기록이 남아 있어 수사 대상이 된 것이지만 이는 의료 목적이었음을 주장할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부분에서 검찰은 자신들의 마약 관련 수사 방식을 잘 아는 박성진 변호사를 넘어서야만 한다.
게다다 코카인 투약 시점을 특정해야 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데 과연 검찰이 경찰 수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증거나 진술 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나마 유아인 측이 대마 불법 투약은 인정하고 있지만 대마 단순 투약 초범의 경우에는 집행유예 정도가 그나마 높은 양형이다. 사실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런 까닭에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의 핵심은 코카인 불법 투약으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검찰 수사가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건모의 성폭행 혐의 사건에서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무려 1년 8개월 만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유아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1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수사가 길어질수록 연예계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아인은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부’와 강형철 감독의 신작 영화 ‘하이파이브’,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 등의 촬영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이들 작품들은 최소한 유아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야 공개(개봉) 시점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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