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4조 3985억 원과 영업이익 3조 7842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206조 4000억 원, 차입금은 128조 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이자비용은 114억 원으로 연간 4조 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한전은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2분기부터 실적과 자금조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지난해 중장기 재무전망에서 환율이 기준 전망보다 5%, 유가가 10% 오를 경우를 부정적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그런데 올해 4월 말 환율은 당시 전망치보다 7%, 브렌트유는 70%, SMP(전력도매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동북아 LNG 가격은 47% 높게 나타났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환율과 연료비 부담이 지속되면 앞으로 예정된 송·배전망 투자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전국 송전선로와 변전소 확충에 72조 8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고압으로 멀리 운반하고 변전소는 이를 산업단지와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낮춰 보내는 시설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10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전소와 연결선로,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초고압직류송전망 등도 여기에 포함됐다.
송전망을 통해 지역까지 들어온 전기는 배전망을 거쳐 공장과 아파트, 상가 등 개별 사용처로 전달된다. 한전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배전망 확충에도 10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 그런데 송변전설비계획은 2038년까지 15년치를 담았지만 배전계획은 2028년까지 5년치만 수립된 상태다. 2029년 이후 재생에너지 접속과 전력 사용 증가에 필요한 투자비를 더하면 장기 배전망 비용은 현재 공개된 예산을 크게 웃돌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배전망 계획을 2038년까지 확장하면 50조 원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아 배전망으로 접속되기 때문에 보급이 늘어날수록 배전망 투자비가 증가한다”며 “여기에 재생에너지 전력구입비와 이를 저장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까지 한전이 부담해야 해 재무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도 추가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다. 호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에는 한전 공용망과 산단을 연결하는 공급선로를 203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8월 4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반도체·AI 산업의 신규 전력수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계획 등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력망 투자 규모가 커지는 시기에 한전채 발행한도는 축소를 앞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상 한전채 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 이내로 제한된다. 국회는 대규모 적자로 한도 초과 우려가 커지자 202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5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6배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추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8년부터 다시 2배 한도가 적용된다.
한전채 발행한도가 2배로 환원되면 기존 채권의 차환과 신규 전력망 투자비 조달이 동시에 어려워질 수 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여력이 줄면 일부 송·배전망 사업의 착공이나 준공 일정이 밀릴 수 있다”며 “민간이 건설비를 먼저 투입하는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야 해 관련 비용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교수는 “한전채 발행한도는 법을 개정해 특례 적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투자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하지만 산업과 국민 모두 어려운 상황이어서 요금 인상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자구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설비투자 예산은 줄이지 않았다. 장기 전력수급에 필요한 필수 투자비여서 현재도 송·배전망 투자 예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