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에이엘-네오크레마 관련 100억대 배임 혐의 제기…“강종현-원영식 합의해야만 가능한 일”
이번에 고발된 강종현 씨와 강 씨 여동생인 강지연 씨는 빗썸 관계사로 알려진 여러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이 보유한 복잡한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빗썸코리아는 빗썸홀딩스가, 빗썸홀딩스는 비덴트가, 비덴트는 인바이오젠이,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가,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각각 최대 주주인 상황이다. 이니셜1호투자조합의 최대 주주는 강지연 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 대표다.
여기에 또 한 명의 피고발인으로 등장한 코스닥 투자 업계 큰손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은 기업사냥꾼 1세대 격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원 회장은 수년 동안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의 지배구조 속 등장 기업들에 자금을 투자해 왔다. 원 회장 투자 과정에서 강 씨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고발장과 고발인 측 관계인, 사건 이해 당사자, 전자공시 등 취재를 종합해 보면 고발 내용은 다음과 같이 보인다. 사건은 대호에이엘이란 회사에 집중돼 있다. 2021년 11월 알루미늄 제품 제조 기업인 대호에이엘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기능성 식품 소재 전문 회사인 네오크레마 구주 146만 3600주를 인수하고 1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4일 대호에이엘은 네오크레마 주식 211만 7195주를 확보해 지분으로 따졌을 때 26.53%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이때 원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초록뱀그룹이 등장한다. 초록뱀헬스케어(현 더메디팜)는 초록뱀플랫폼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해 2022년 5월 25일 대호하이텍으로부터 대호에이엘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날인 5월 26일 비덴트는 아르케투자조합으로 100억 원을 출자했고, 같은 날 아르케투자조합은 초록뱀헬스케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초록뱀헬스케어는 제3자배정 형식으로 아르케투자조합을 선정해 운영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초록뱀헬스케어는 신주 1117만 주를 발행해 아르케투자조합에 지급했고, 운영자금 48억,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62억 원을 받았다. 이 110억 원의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되자 2022년 5월 31일 초록뱀신기술조합은 대호에이엘 양수인 지위를 비덴트에 양도하고 계약금을 회수해 간다.
비덴트 소액주주 등은 유상증자로 들어온 돈의 대부분이 네오크레마 인수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계약금이 회수된 5월 31일 초록뱀플랫폼신기술투자조합은 네오크레마 지분 211만 7195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108만 1870주를 약 195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고발은 이렇게 끝난 비덴트, 초록뱀, 대호에이엘, 네오크레마를 두고 벌어진 복잡한 손바뀜을 지적하고 있다.
초록뱀신기술조합으로부터 양수인 지위를 양도받은 비덴트는 최종적으로 2022년 9월 16일 총 약 380억 원을 들여 대호에이엘 700만 주를 주당 약 5700원에 인수했다. 당시 대호에이엘 주가는 2500원에서 3000원 사이 정도였으니 꽤 비싸게 주고 산 셈이다. 이후 초록뱀헬스케어는 2023년 3월 31일 더메디팜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즉, 고발 취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비덴트는 자체 자금으로 대호에이엘을 인수하면 대호에이엘 자회사인 네오크레마까지 같이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복잡한 과정이 추가됐다. 초록뱀 측이 대호에이엘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놓고, 그 지위를 비덴트 측에 넘긴 것이다. 이후 초록뱀 측은 대호에이엘에서 알짜로 여겨지는 네오크레마만 빼서 인수했다.
고발에 참여한 비덴트 소액주주들은 비덴트가 대호에이엘을 산 가격은 지나치게 고액이었고, 반대로 초록뱀 측이 네오크레마는 싸게 사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록뱀 측이 사실상 네오크레마의 전체 경영권 인수를 절반의 비용으로 달성했다는 것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도 “경영권 인수는 보통 기존 구주를 당시 주가에 프리미엄까지 주고 인수해야 달성 가능하다. 그런데 경영권 확보를 주식 일부 인수를 통해서 가능했기 때문에 매우 이상한 형태의 거래로 보인다”면서 “이런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강종현 씨와 원영식 회장이 경제공동체로서 모종의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모임은 결과적으로 강종현 씨, 강지연 대표, 임정근 비대위원장, 고두민 이사 등은 비덴트 경영진으로서 비덴트의 주요 자산이 될 대호에이엘 손실발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영식 회장은 대호에이엘에 손해를 끼칠 사정이 있음을 알면서도, 비덴트 자금을 활용해 네오크레마를 인수해 이익을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대호에이엘에 손해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발인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비덴트는 약 100억 원 규모에 해당하는 손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호에이엘과 네오크레마를 매각하는 측에서는 총액만 맞으면 되지 않겠나. 예를 들어 파는 측이 보기엔 비덴트가 대호에이엘을 비싸게 사고, 초록뱀이 네오크레마를 싸게 사도 총액만 맞으면 상관없다. 이런 목적이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주장했다.
비덴트 측은 “아직 통보된 바 없어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 괸계자는 “이번 고발 관련 아직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2023년 3월 20일 검찰이 강종현, 강지연 남매를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강 씨는 여동생 강지연 씨와 공모해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에서 회사 돈 620억 원을 빼돌리고 주가 조작과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원영식 회장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는 원 회장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입건하고 이달 초 세 차례 검찰로 불러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초록뱀미디어를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원 회장이 강종현 씨와 2021년 5000억 원 규모의 빗썸 관계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CW)를 발행하면서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고 주가를 조작해 35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기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록뱀미디어 관계자는 “원 회장 관련 검찰 조사 관련 회사 측 입장은 아직 없다.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입장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된 거래가 있던 대호에이엘과 이 회사 최대 주주였던 대호하이텍은 과거 이상한 거래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2019년 9월 대호하이텍은 단순 처분 이유로 장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주당 약 3500원에 지분 대부분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구주 거래 직후 대호에이엘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2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행할 계획을 발표한다.
이때 유상증자 가격은 구주 판매 때보다 주당 가격이 27% 높았다. 그런데 이 유상증자에 황당하게도 보유 지분을 다 팔겠다고 했던 대호하이텍이 웃돈을 얹어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시 눈길을 끌었다. 언론에서는 ‘무조건 손해’인 이상한 거래에 나선 배경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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